경찰 집단행동 확산..행안부 개입 의혹까지 '일파만파'

2022. 7. 25. 1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초유의 '경란'..어디까지 가나
尹 "행안부·경찰청서 조치할 것"
警내부선 징계·감찰에 '윗선' 의혹
1인시위..30일 경감·경위회의 예고
경찰국 신설안에 법적대응 가능성도
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 관계자들이 25일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대국민 홍보를 하고 있다. [연합]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전국경찰서장회의의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경찰청이 회의 주도자와 참석자에 징계·감찰로 강경 대응하자 경위·경감급 간부들까지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는 등 되레 사태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 행안부 등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오전 출근길에 경찰국 관련 경찰 반발 확산과 관련해 “행안부·경찰청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내부 반발을 서둘러 해소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황으로 풀이된다. 앞서 총경급 경찰 간부들은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열고 행안부가 추진하는 경찰국 설치와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안에 대해 “이 같은 방식의 행정 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회의 현장에는 전국의 총경 56명이 모였고, 140여명이 영상을 통해 비대면으로 참석했다. 회의에 공감하는 취지에서 발송된 화환은 참석자가 보낸 것을 포함해 357개였다.

이후 경찰청은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을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 조치하고 회의 참석자 56명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회의 도중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아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근거다.

경찰 관계자는 “감찰활동은 해산 지시 대상인 현장 참석자로 보고, 화상 참석자와 직장협의회(직협) 응원자, 화환 발송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경찰 내부망에는 “나도 대기발령하라”는 항의 글이 빗발쳤고, 경찰청 앞에서는 1인 시위가 시작됐다.

이번 사태가 행안부 경찰국 설치 시 벌어질 ‘예고편’에 불과하다며 행안부가 징계·감찰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애초 윤 후보자가 이날 류 총경을 만나 회의 결과를 보고받기로 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징계 절차를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오는 8월 2일 출범하는 경찰국은 행안부 장관이 보유한 총경 이상 경찰 임명제청권에 따라 인사 분야만 다루지만 경찰제도 발전위원회에선 감찰·징계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어서 향후 감찰·징계도 행안부에서 공식 지시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행안부는 이번 사태에 침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윤 후보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조직 통솔과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행안부가 ‘경찰 길들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경찰청장 후보자가 정권 의중에 따라서만 움직이고 있다”며 “앞으로 지휘부에 대한 불신만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 후보자는 이날 서면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의 이러한 모습이 지속돼 집단반발로 비쳐지는 등 국민의 우려를 야기해서는 안 된다”며 “현장과 진심을 담아 소통하고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경찰제도 개선방안들이 기본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 시행령과 경찰청장 지휘규칙이 오는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8월 2일 공포·시행되는 가운데 일선 경찰들의 법적 대응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류 총경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국무회의를 통과한 안건들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법적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경찰국 신설과 지휘규칙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수사권 확대로 비대해진 경찰권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선 경찰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경감, 경위 등 중간·초급 간부들도 회의 개최를 예고하는 등 당분간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오전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을 포함한 전국경찰직협 회장단(이하 회장단)은 시민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는 등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홍보활동을 펼쳤다. 회장단은 이 같은 활동을 오는 29일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국회 입법 청원 온라인 서명운동도 할 계획이다.

민 회장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만나 “이번주 시행령이 통과되기 전에 국민에게 (경찰국에 대해) 알릴 방법이 이것뿐이라 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전국경찰서장(총경)회의를 주도한 류 총경에 대한 대기발령에 경찰들은 잇달아 유감을 표명했다. 이날 서울역 앞에서 만난 50대 A경감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 전두환 정부 시절처럼 민주적인 의견수렴 없이 이러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국 신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순경 공채 출신 C경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무리수를 두고 있다. 벌써 ‘경찰 길들이기’ 하는 것같이 보인다”고 했다.

온라인에서도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관들의 비판글도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전날 ‘경찰국 생기면 뭐가 달라지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찰관이라는 작성자는 경찰국이 생기면 “당신이 술을 마시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는데 그 사람이 현 정권의 높으신 분의 친척이라면 갑자기 당신은 쌍방폭행으로 입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망에는 경찰대 14기인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이 30일 오후 2~6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감, 경위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강승연·정윤희·김빛나 기자

spa@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