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의 장제원, 부산의 장제원.."저 안 바쁩니다"

부산=안채원 기자 2022. 7. 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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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장제원 의원이 지난 23일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자신의 지역 사무실에서 '민원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안채원 기자


"저 안 바쁩니다. 중앙 정치보다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먼저 하겠습니다."

주말인 23일 부산에서 만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3선, 부산 사상구)은 서울에서 보던 것과 또 다른 모습이었다. 장 의원은 사상구 사무실에서 지역 주민 맞이에 한창이었다. 여의도 중앙 정치 무대에서는 친윤(친윤석열) 최고 핵심이라는 무게감, 현안에 명쾌한 소신을 드러내는 당당함이 부각됐지만 여기서는 달랐다.

그냥 일꾼이었다. 학부모의 민원에, 청소년의 아이디어에 연신 자세를 낮췄다. 청년들과 만나 고민을 나누는 등 지역 주민 앞에선 때로 쩔쩔매다시피 낮아지고 작아졌다.

장 의원은 의정 활동을 시작한 후 꾸준히 한 달에 한 번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민원의 날' 행사를 연다. 지역 주민들을 만나 민원을 듣고 의원이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민원은 최대한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날은 사상구 중고등학교 학부모 20여명이 장 의원을 찾았다. 학교 시설 문제 등 요구사항이 빗발쳤다. 특히 한 학부모가 "학교 앞이 너무 미끄러워서 비가 오는 날마다 아이들이 넘어진다"고 말을 하자 장 의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장 의원은 옆에 앉아 있던 사상구청장에게 "공사를 추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재난교부금을 신청하되, 구청에서 지금 당장 임시방편이라도 만들어야 한다"며 "미끄럼 방지 테이프라도 바로 붙여서 불편함이 없도록 꼭 신경써달라"고 당부했다.

청소년들의 '입법 아이디어'에도 직접 답했다. 부산사상경찰서에서 청소년참여정책자문단으로 활동하는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장 의원에게 "현재 법상으로는 술을 사는 청소년은 처벌하지 않고 술을 판매하는 점주만 처벌하다 보니 적발됐을 때 청소년이 점주를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청소년의 자기 책임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장 의원은 "좋은 아이디어고 청소년들이 이렇게 자정 노력을 하는 게 참 기특하다"며 자신의 보좌관에게 "저와 이 학생의 공동 법안으로 해서 준비를 좀 해달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사실 아저씨는 범죄행위를 예단해서 형벌의 수위만 높이는 건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사전 예방을 위한 방안이 어떤 게 있을까 하는 걸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모든 민원에 '다 해결해주겠다'고 장담하는 건 아니다. 장 의원은 '재개발·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민원이 들어오자 "국회의원이 특정 동네의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빨리할 수 있게 도와주고 이럴 수 있는 건 아니다"며 "다만 꼭 필요한 곳이라면 신청 과정에서 여건이 좋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이 지난 23일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자신의 지역 사무실에서 '민원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안채원 기자


장 의원은 부산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2030 청년들을 만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이들에게 "요즘 제 가장 큰 고민이 어떻게 경제 자원, 인적 자원, 사회 자본 이 세 가지를 다시 잘 맞물리게 세워서 대한민국을 도약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윤석열 정부에서 꼭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사태도 사실 '노사 갈등'이 아니라 '노노 갈등'"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갈등들은 공정하지 않은 룰 때문에 사회 신뢰가 깨져서 승복하지 못하는 이들이 생겨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이 신뢰를 어떻게 다시 회복시킬 수 있을지 그런 차원에서 청년들이 많은 대화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청년들과 대화 도중 최근 자신을 향해 제기된 '세 불리기' 지적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좀 억울하다. 기성 정치권에 제가 15년째 들어가 있다 보니 지역 주민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 '여원 산악회'를 14년 전에 만들어서 매달 다녔다"며 "원래 많을 때는 관광버스 60대까지도 갔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일절 못 하다가 지난달에 재개했다. 그랬더니 무슨 세 과시를 한다 뭐다 해서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걸 왜 하냐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만나서 우리 삶 속의 어려움들을 경청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 지역 주민들이, 국민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많이 들어야 할 것 아닌가. 민주주의는 참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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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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