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151일..러, 젤렌스키 교체 시사..우크라 "9월내 헤르손 탈환"
기사내용 요약
러 외무, 우크라 정권 교체 지원 시사…침공 목표 갈수록 구체화
젤렌스키 "독립 포기 안해"...우크라, 9월 내 탈환 목표 선언
러, 자포리자 원전에 우크라군 170명 포로…400명 이상 관측
유엔난민기구, 우크라 떠난 600만명 중 370만 명 난민 지위 인정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51일째인 24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부로부터의 정권 교체 시도가 있을 경우 이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는 9월 안으로 러시아 점령지인 헤르손을 탈환하겠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ARB) 회원국 대표 회담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자국) 인민과 역사에 굉장히 적대적인 정권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훨씬 더 나은 삶을 영유할 자격이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동정한다. 우크라이나의 역사가 우리 눈 앞에서 망가지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정권의 선전선동에 넘어가 러시아와 영원한 적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우크라이나의 내부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대외적으로는 정권 교체를 추구할 것이라는 외부 시각에 거리를 둬왔다. 러시아는 그동안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 내 탄압받고 있는 인민의 해방을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요 명분으로 제시해왔다.
앞서 라브로프 장관은 가장 최근인 지난 5월29일 프랑스 TV채널 TF1과의 인터뷰에서 특수군사작전 목표에 관해 "러시아가 이미 독립국가로 인정한 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의 해방이 무조건적인 우선 사항"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며 "그들이(돈바스 지역 내 우크라이나인들이) 본질적으로 네오 나치 정권으로 돌아가는 것을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그들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약 2개월 만에 기존에 제시했던 명분을 뒤집고 우크라이나의 체제 전복 의지를 드러낸 것은 최근 전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근 "특별군사작전 범위가 현재 (돈바스 지역) 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며 확전을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이 공여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에 의해 러시아 군의 핵심 보급로 타격이 심각해지자 2차 목표로 제시했던 돈바스 완전 점령에 이어 추가 확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오랜 역사적 정체성을 강조하며 단합을 주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정례 화상 연설에서 "우리의 국가 건설 경험, 문화, 정체성 형성은 이미 1000년이 넘었다"면서 "그런 역사적 진실의 의미를 모른 자들이 우리를 공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독립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번엔 내부로부터도 부서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단결을 유지하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우리 모두가 반드시 완수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오는 9월까지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남부 헤르손주(州) 완전 탈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세르히 흘란 헤르손 지역 의원은 우크라이나 현지 TV인터뷰에서 "전쟁은 전환점으로 접어들었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작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9월까지 헤르손 지역은 확실히 해방될 것이며, 점령자들의 계획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중순부터 러시아 군에 내준 헤르손주 점령지 탈환을 위한 본격적인 공세를 펼쳤다. 하이마스 등 장거리 로켓을 앞세워 러시아 군 후방 탄약고와 지휘부 파괴 전과를 올렸다.
지난주에는 하이마스를 앞세워 크름반도에서 헤르손을 연결하는 교량을 파괴하며 러시아 군의 후방 보급로와 퇴로 차단을 시도했다. 이곳을 통해 충원되는 러시아 군의 병력을 막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것으로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분석했다.
이와는 별개로 러시아 군은 헤르손 북측 자포리자주의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를 점령하고 그 안에 우크라이나 군 170여명을 포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스타류크 자포리자 주지사는 "러시아 군은 자포리자 원전 안에 170명의 아군을 여전히 포로로 잡고 있다"면서 "지난 3월 자포리자 점령 후 총 400명 이상의 아군이 포로로 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가디언에 따르면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날 펴낸 보고서를 통해 약 370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유럽연합(EU) 회원국 내 임시보호가 가능한 난민 지위를 인정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침공 후 개인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던 약 600만 명의 난민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EU 해당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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