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 '방사성 요오드' 99.8% 제거 기술 개발.."후쿠시마 원전서 활용 가능"

이정호 기자 2022. 7.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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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 가능해 방사성폐기물·구입 비용 감소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에 소속된 국내 연구진이 방사성 요오드를 골라 99.8% 이상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흡착제를 개발했다. 이 흡착제는 재사용도 할 수 있다. 왼쪽 사진은 방사성 요오드가 섞인 물에 흡착제를 첨가하기 전, 오른쪽 사진은 흡착제를 첨가한 이후 모습. 원자력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성된 ‘방사성 요오드’ 대부분을 제거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방사성 요오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속에 섞인 주요 물질 중 하나여서 일본 정부가 향후 오염제거 과정에서 이 기술을 검토할지 주목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배상은 박사팀은 연세대 화학공학과 한병찬 교수팀, 서울대·기초과학연구원(IBS) 현택환 교수팀과 함께 바닷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있는 방사성 요오드를 99.8%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워터 리서치’ 최신호에 실렸다.

오염수에 섞인 방사성 요오드는 따로 떼어내 없애기가 어려운 물질이다. 요오드는 염소나 불소, 브롬과 함께 ‘할로겐 음이온’으로 불리는데, 이 물질들은 서로 단단한 고리처럼 연결돼 있다. 기존 과학계에선 귀금속인 ‘은’을 흡착제로 사용하는 고육책을 써왔다.

그러나 이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방사성 폐기물로 변한 은 흡착제가 다량으로 생기는 게 문제였다. 은 흡착제는 한번 쓰고 나면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철 나노입자 표면에 백금을 입힌 새로운 흡착제를 고안했다. 흡착제 표면에 코팅된 백금 고유의 특성을 이용해 요오드만 쏙 골라내 잡아낸 것이다. 흡착제에 달라붙은 방사성 요오드는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분리해 방사성 폐기물로 처리한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쓰면 오염수에 섞인 방사성 요오드를 99.8% 이상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진은 이 새로운 흡착제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나노입자에 철을 넣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염수에 자석을 넣고 휘저으면 흡착제의 몸통을 이루는 물질인 나노입자 속의 철이 달라붙도록 한 것이다. 모레에 철가루가 섞였을 때 자석을 넣고 헤집으면 철가루만 자석에 깔끔하게 달라붙는 것과 같은 원리를 쓴 것이다.

이렇게 회수한 흡착제에서 방사성 요오드만 떼어내고 나면 흡착제를 다시 쓸 수 있다. 연구진은 100회 재사용해도 흡착 효율이 첫 사용 때와 비교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새 기술을 쓰면 흡착제를 버리지 않기 때문에 처리할 방사성 폐기물 양은 줄어들고, 흡착제 구입 비용은 아낄 수 있다.

이 기술은 국내 특허(2건)와 국제 특허(8건) 모두 출원돼 있으며, 이 가운데 일본 특허는 최근 등록됐다. 연구진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내에서 방사성 요오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새 방법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이번 기술을 눈여겨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방사성 요오드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방사성 물질을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앞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2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을 정식 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내년 초 방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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