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에 맞서라] 강병원 "이재명 당선되면 '패인 성찰하지 않는 정당' 낙인"
"이번 전당대회에 이재명 의원을 제외하고 무려 7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나."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강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이 익숙한 패배에 갇힐 것이냐 아니면 새 얼굴로 새 희망을 창출해 미래로 갈 것이냐가 달려있다"며 "이 명제에 동의한다면 단일화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일화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필수카드라는 주장으로 읽힌다.
앞서 강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에게 컷오프(28일) 이전 '본선 단일화 공동선언'을 하자고 가장 먼저 제안했다.
강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 후보 7명이 나온 것을 두고도 '어대명'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후보들 모두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패인을 성찰하지 않는 무책임한 정당'이란 낙인이 찍히고 분열이 심화될 것이라는 엄중한 현실 진단이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심화돼 중도층이 떠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가장 컸다"고 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당대표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 그리고 왜 강병원이어야 하는 가.
"당이 위기이다. 리더십이 위기이다. 당의 배려와 당원의 지지 속에 성장한 정치인으로서 민주당이 처한 엄중한 현실을 묵과할 수 없었다. 무엇이 미래인가. 무엇이 민주당의 미래여야 하는가. 언제나 미래를 지향하며 성장하고 혁신해온 '미래주의자' 강병원이 민주당의 미래라고 당당히 말씀드린다."
-강병원 의원에게 이번 전당대회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첫째, 이번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 선거'이다. 민주당이 익숙한 패배와 절망의 과거로 퇴행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도전과 과감한 혁신으로 승리의 희망을 창출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이다.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할 때 비로소 민주당이 국민에게 희망의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다.
둘째, 169석의 제1야당이 복합경제위기에 직면한 민생 문제 해결에 올인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를 보자. 지지율이 30% 초반으로 떨어졌다. 단 세 달 만에 급전직하한 것이다. 국민의 경고가 엄중함에도 검찰왕국, 국회 인사청문회 패싱, 아빠찬스와 부동산 투기, 제자 성희롱 등 인사 실패, 신 북풍공작만 반복한다.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물가, 고유가, 고금리에 허덕이는 민생을 지켜야 할 책무가 민주당에게 있다. 그러려면 '미래 비전'을 갖춘 '새 얼굴'이 나서서 정부여당의 폭주를 견제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도덕성과 신뢰가 무너졌다. 약속을 어긴 위성정당 창당, 4.7 재보궐 공천, 반복된 권력형 성비위, 부동산 내로남불에 국민이 떠났다."
-문제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도덕성과 민생 모든 면에서 국민의힘을 압도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도덕성 회복에 전력투구하겠다. 당내 온정주의 타파를 위해 윤리심판원을 전원 외부 인사로 구성하겠다. 당 대표 직속 감찰기구인 윤리감찰단 역시 상당수를 외부 인사로 구성하겠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상벌 구조를 확립하고, 권력형 성비위와 부정부패 그리고 부동산 투기 등은 선조치로 엄단하겠다. 당 대표가 되면 위성정당 방지법도 해낼 것이다."
-개혁의 주체가 '86세대'가 아닌 97세대여야 하는 이유는.
"97 그룹이 단순히 나이가 젊다는 것만으로 승부해서는 안 된다. 세대교체 이상의 시대 교체를 해낼 수 있고, 낡음이 아닌 새로움의 세계관을 장착한 채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소위 86 세대는 군사독재에 맞서 절차적 민주화를 확립한 업적이 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민주 대 반민주, 선과 악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세계관으로 나아간 것이다.
일례로 임대차 3법을 보자. 핵심은 임차인의 권리 보장이다. 그러나 재산권을 존중해달라는 임대인의 요구에 관해서는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상생 임대인 제도를 이야기하면서, 임차인 보호에 동의하는 임대인에게는 세액 공제 혜택을 줬다. 우리는 왜 이렇게 못했을까. 나는 과거의 이분법적 세계관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
-'97세대' 단일화 현실화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충분히 가능하다. 나 또한 컷오프 이전 본선 단일화 공동선언을 제안했고, 박용진 의원이 이에 화답하면서 가능한 후보들이라도 우선 모이자는 제안까지 해줬다. 동의한다. 나는 97 그룹을 뛰어넘는 '더 넓은 단일화'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당대표가 되면 하고 싶은 공약 한 가지만 소개해달라.
"최근 충격적인 언급이 나왔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이재명 의원의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과정을 복기하면서 '이 의원이 자신을 공천해달라고 요청했다, 본인을 계양으로 불러달라고 직접 압박했다'고 밝힌 것이다. 사당화이고, 셀프·무염치 공천이 이뤄졌다는 신빙성 있는 주장이다. 우리 당이 문재인-이해찬 대표 시기를 거치며 형성한 시스템 공천의 성과를 단숨에 허문 것이다. 이게 말이 되나.
내가 당 대표 후보 중 출마선언을 처음으로 했다. 이후 '당 혁신 청사진'과 '정치개혁 청사진'도 연이어 제시했다. '당 혁신 청사진'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당 대표 공천권 내려놓기이다. 매 전당대회마다 계파 갈등과 줄 세우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특정인과 세력에 의해 공천이 좌우될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이 지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당의 안정적 통합이 어렵다. 나는 계파공천, 줄 세우기 공천의 시대를 끝내겠다.
현행 당 대표가 임명하는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이하 '공관위원')을 당 중앙위가 인준하도록 바꾸겠다. 당 중앙위는 국민이 선출하는 국회의원과 단체장 등으로 구성돼 특정 계파가 독식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당 대표가 된다면 공천권 내려놓기 제도 개혁을 1호로 추진해 올해 안에 완성하겠다. 공천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해 안정적으로 당을 통합할 사람은 나라고 말씀드린다."
-'사당화'를 언급하셨는데,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그렇게될 것이라고 보는 가.
"사당화가 무엇인가. 당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당내 민주주의가 왜곡될 가능성에 관하여 염려하는 것이 아닌가. 충분히 근거가 실재하는 걱정이다. 앞서 얘기했듯, 최근 박 전 위원장의 놀라운 증언이 있지 않았나. 우리 당이 이룩한 시스템 공천의 성과가 특정한 개인의 전화 몇 통에 의해 송두리째 망가졌다는 상세한 증언이 나온 것이다. 이래서 어떻게 민주당이 국민 앞에서 신뢰와 정직을 말할 수 있겠는가. 송열길 서울시장 후보 공천과 박지현 비대위원장 선임 과정도 민주적 절차에 부합했는지 종합적으로 점검해봐야 한다."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다.
"이재명 저격수가 아니다. 민주당의 가치와 역사에 동의하는 당원, 당을 열렬히 사랑하는 당인으로서 '무엇이 민주당의 옳은 길이냐'에 관한 숙고를 거치며 나온 합리적 문제제기라고 생각한다."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문재인의 길'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데 어떻게 보는가.
"이 의원은 문재인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다. 이 의원의 길은 김대중의 길도, 노무현의 길도 아니다. 이회창의 길이다. 지도자의 길은 헌신과 희생을 전제로 한다. 이 의원은 최근 DJ를 닮고 싶다고 했는데, DJ가 대선 패배 이후 어떻게 했는가. 정계은퇴를 선언할 정도로 막중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미국에서 더 공부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본인의 정책적, 정치적 역량이 더 늘어난 이후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정보화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치인 김대중'을 다시 호명했고, 대통령까지 만들어주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어떠했나.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종로를 포기하고 부산에서 낙선을 거듭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도자의 자기희생인 것이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국민이 하는 것이다."
-최근 '사법리스크' 문제를 많이 언급한다.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사법리스크가 눈사태처럼 밀려올 것이라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윤석열 정부는 이미 검찰왕국을 완성했다. 끝없이 추락하는 지지율을 만회할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하나는 사정과 정치보복의 칼날이고, 다른 하나는 경찰국 신설을 통한 경찰 직할 통치이다. 부당한 정치탄압과 없는 죄 만들기에 관해 '결사항전'해야 한다. 단 '잘 싸우기 위해선' 당사자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는 강병원이, 새로운 리더십이 나타나서 맞서 싸우는 게 국민들이 보기에도 설득력이 있고 당의 자산 중 하나인 이재명 의원 보호하는 일에도 훨씬 도움을 준다고 본다. 이 의원 역시 본인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관해 '아니다, 억울하다'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이재명의 시간'이 민주당 '혁신의 시간'을 뒤덮지 않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
-지난 19일 '국회의원 자격정지 제도' 도입 발표도 이 의원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인가.
"정치권 전체의 신뢰회복을 위한 복안이다. 국민들이 볼 때 국회의원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국익과 민주주의, 의정 발전을 위해 힘껏 일하는 의원들이 많지만 몇 사람들의 부정으로 인해 국회 전체의 권위가 추락한 것이다. 제도적 문제가 크다. 현재 국회의원의 징계를 담당하는 국회 기구인 국회 윤리특위는 국회의원으로 또 여야 동수로 구성된다. 그러다보니, 공전에 공전을 거듭한다. 그래서 이번 '정치개혁 청사진'에 개혁안을 담았다. 국회 윤리특위를 국회의장 직속 기구로 개편하고, 위원장부터 외부인까지 모두 외부인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성비위, 부동산 투기, 부정부패 등을 엄단하게 할 것이다. 또 국회의원 자격 정지 제도를 도입해서, 자격 정지 국회의원은 체포동의안 의결에서 제외할 것이다. '방탄 국회'라는 부끄러운 오명, 반드시 씻을 것이다."
-이재명 의원을 누를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보시는가. 그렇다면 '어대명'을 잡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나는 이기러 나왔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최후의 승자는 다윗 아니었던가. 은평에서 처음 출마했을 당시에도 MB 최측근, 이재오 의원의 6선을 저지하고 승리한 저력이 있다. 최근의 단일화 제안도 절실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의 미래를 진지하게 숙고하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민주당의 미래를 바꾸자는 적극적인 제안인 셈이다. 많은 분이 '강병원이 출마선언도, 당 혁신 청사진과 정치개혁 청사진도 최초로 제시했다. 준비됐다'고 말씀해주신다. 영광이다.
나는 민주당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 고등학생 시절, 군부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친 김대중 대통령 후보에게 편지를 썼고, 직장인 시절엔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일생을 건 노무현 후보 캠프를 찾아가 노무현 후보 수행비서와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그때 정치는 희생이고 헌신임을 배웠다. 이후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정치했다. 그 성취와 좌절을 모두 계승할 것이다. 민주당을 위해 준비된 사람, 민주당을 사랑하는 사람. 강병원을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알리겠다.
여당의 성공이 야당의 실패가 되고, 야당의 실패가 여당의 성공이 되는 반사이익의 정치, 남 탓 정치를 끝낼 사람. 언제나 미래를 지향하며 성장하고 혁신해온 사람. 바로 강병원이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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