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침팬지가 샘을 팠다..수컷은 그저 차례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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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의 침팬지 무리에서 지저분한 고인물보다 샘을 파 스며나온 맑은 물을 먹는 행동이 번지고 있다.
"무리에 이주해 온 젊은 암컷이 이런 행동을 선보였는데 처음부터 샘 파기가 능숙했고 자주 하는 것으로 보아 원래 속해 있던 무리 때부터 알던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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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 냄새 나는 웅덩이 대신 샘 파 스며나온 맑은 물 마셔
우간다 야생 침팬지 무리에 이주해 온 젊은 암컷이 선보여
암컷 중심으로 신기술 확산, 수컷은 이용만..문화전파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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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의 침팬지 무리에서 지저분한 고인물보다 샘을 파 스며나온 맑은 물을 먹는 행동이 번지고 있다. 사회적 학습을 통한 문화 전파라고 할 수 있는 이런 행동은 외부에서 이주해 온 젊은 암컷이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간다에서 120마리로 이뤄진 와이비라 침팬지 무리를 장기 관찰해 온 헬라 피터 영국 켄트대 박사과정생 등은 과학저널 ‘영장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야생침팬지에서 처음으로 샘 파기 행동이 확산하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동물들이 샘을 파는 행동은 이제까지 주로 건조지대에서 보고돼 왔다.
해마다 건기인 12∼3월 동안 우림 안 개울이 말라붙으면 침팬지들은 웅덩이 몇 곳의 탁하고 냄새 나는 물로 목을 축였다. 그런데 2015년 이웃 무리에서 이주해 온 젊은 암컷 침팬지가 이상한 행동을 했다.
익숙한 솜씨로 개울바닥 옆의 흙과 모래를 손으로 파헤치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끈질기게 계속되는 이 낯선 행동을 동료 침팬지들이 곁눈질했다.
샘 파기를 마치자 침팬지는 10초 남짓 기다렸다. 거짓말처럼 모래속에서 맑은 물이 스며나오자 얼굴을 들이대고 마셨다. 샘을 판 침팬지가 자리를 떠나자 이를 구경하던 다른 침팬지도 입을 대거나 씹은 나뭇잎과 이끼 등으로 적셔 물기를 빨았다.
피터는 “샘을 파는 행동은 아주 건조한 지역에서 나타나고 침팬지의 사례는 사바나 지역에 사는 집단 3곳에서 보고된 바 있다”며 “와이비라 무리는 건기를 빼고는 물이 부족하지 않은 우림에 살면서 샘을 판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또 “웅덩이 바로 옆에서 샘을 파는 게 흥미로운데 그 목적은 물 확보 자체가 아니라 거르기로 보인다”며 “침팬지들은 샘에서 더 깨끗하고 맛이 좋은 물을 얻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건조지역에서 대형 동물들은 말라붙은 개울 바닥을 파헤쳐 물구덩이를 만든다. 코끼리, 얼룩말, 야생당나귀, 개코원숭이 등에서 이런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웅덩이의 고인물은 기생충과 세균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큰데 견줘 샘물에서는 세균이 10분의 1로 준다”며 “야생동물은 차고 깨끗한 새로 판 샘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샘을 파는 새로운 행동이 퍼져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무리에 이주해 온 젊은 암컷이 이런 행동을 선보였는데 처음부터 샘 파기가 능숙했고 자주 하는 것으로 보아 원래 속해 있던 무리 때부터 알던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다른 침팬지들이 이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이용하는 데서 와이비라 무리가 이전에는 몰랐던 행동임이 드러난다. 연구에 참여한 캐서린 호베이터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대 박사는 “새 기술을 선보인 침팬지에 대한 다른 침팬지의 반응이 재미있다”며 “크고 지배적인 수컷도 젊은 암컷이 샘을 파고 마실 때까지 정중하게 차례를 기다렸는데 이는 값진 자원을 앞에 놓고 보기 힘든 행동”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7년 동안 샘을 파는 행동을 56차례 관찰했는데 자주 샘을 파는 4마리는 모두 암컷이었고 성체 수컷은 샘 파는 일에는 전혀 나서지 않고 이용만 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이 성체 암컷과 젊은 개체로 퍼지고 이를 배운 젊은 수컷이 성체가 되면 무리 전체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암컷을 중심으로 새로운 행동이 퍼져나간 사례는 일본원숭이가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 먹는 데서도 드러난 바 있다.
연구자들은 “샘 파기의 무리 내 확산에는 사회적 학습이 관여된다”고 밝혔다. 또 “도구를 사용해 개미를 사냥하거나 견과를 깨뜨리는 등 새로운 문화 행동은 이주해 온 새로운 개체가 가져오거나 혁신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Primates, DOI: 10.1007/s10329-022-00992-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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