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목소리 변했다면 '두경부암' 의심.."치료 늦으면 장애 남아"

이루비 2022. 7. 2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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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예방하려면 금연·금주·건전한 성생활 필요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남인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사진=인천성모병원 제공) 2022.07.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두경부암'이라고 하면 조금은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두경부는 머리(頭)와 목(頸) 부위, 정확히는 뇌 아래에서 가슴 윗부분까지 눈을 제외한 목과 코·입·귀 부위를 일컫는 말이다. 두경부암은 이곳에 생기는 암을 총칭한다.

두경부는 숨을 쉬고 냄새를 맡고 음식을 씹고 삼키는 통로이자 목소리를 내고 말을 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이곳에 암이 생기면 호흡, 음식 섭취, 발성 등에 문제가 생겨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받는다. 또 수술 후에도 장애가 남을 확률이 높다.

남인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25일 "두경부암은 빨리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고 두경부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외모에도 큰 변화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조금이라도 이상 증상이 느껴진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경부암 환자, 4년 동안 19% 증가…초기 증상 없어 발견 어려워

매년 7월27일은 세계 두경부암의 날이다. 두경부암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조기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됐다.

국내 두경부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두경부암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만3691명으로 2015년 1만9856명에 비해 4년 동안 19.3% 늘었다.

두경부암은 암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인두암, 구강암, 후두암, 침샘암 등으로 나뉜다. 갑상선암도 포괄적인 의미에서 두경부암에 속한다.

두경부암은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주로 임파선 전이가 일어나 목에 임파선이 만져지거나 임파선에 생긴 문제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도 어려운 편이다. 두경부는 다른 기관보다 평균적으로 좁고 미세하다. 또 가느다란 뇌신경과 중요 혈관들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능숙한 의료진이 아니라면 근접한 다른 기관이나 미세한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

남인철 교수는 "두경부암이 주로 발견되는 3~4기에 치료를 받게 되면 주변 기관까지 많이 도려내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치료 후 먹지 못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등 큰 장애를 남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위험인자는 흡연·음주·HPV…HPV 백신, 두경부암 예방 효과

두경부암의 위험인자는 흡연, 음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이다. 흡연을 하게 되면 두경부암 발생 위험을 약 15배 정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는 하인두나 후두부에 발생하는 암에 주로 관여한다.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하면 암 발생 위험이 4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HPV는 구인두암 발생과 관련이 깊다. 구인두 편평상피세포암의 약 15~50%에서 HPV가 발견된다.

증상은 발생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목소리가 변하거나 삼킴 곤란, 호흡 곤란, 목의 이물감 등이 대표적이다. 구강암은 구강 내 한 곳에서 지속해서 악화하는 통증과 종물(혹)이 특징이다. 후두암은 초기 목소리가 변하거나 이물감을 느끼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호흡곤란을 호소한다. 하인두암은 목의 이물감으로 시작해 삼킴 곤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비인두암은 목의 종물이 흔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진단은 내시경 검사,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 영상검사로 진행된다. 최근에는 PET-C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로 두경부암의 범위와 원격 전이 여부를 확인한다.

치료는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는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초기 두경부암은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와 같은 단독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진행된 경우 어느 한 가지 치료만으로는 어렵다.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를 적절히 병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남인철 교수는 "두경부암은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물론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생 위치나 원인, 환자의 나이나 직업 등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가 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두경부암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과 금주뿐 아니라 HPV의 감염을 막기 위해 건전한 성생활도 필요하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잘 알려진 HPV 백신을 사용하면 두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

남 교수는 "두경부암의 5년 생존율은 1기 90%, 2기 70%, 3기 50%, 4기 40% 정도로 이는 암을 조기에 발견할 경우 90% 이상 완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암인 만큼 섣부른 두려움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ub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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