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위 양돈업체, 위탁농가에 사료공급 중단..수급차질 우려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의 대형 양돈업체가 위탁사육 농가에 사료 공급을 중단, 수급 차질로 돼지고기 가격 상승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신경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양돈업체 정방과기가 최근 위탁사육 농가들에 사료 공급을 중단했다.

농가들은 "사육한 돼지를 가져가면서 대금을 주지 않고 사료 공급도 끊었다"며 "돼지들이 굶어 죽고 있으며 먹이가 부족해 새끼를 잡아먹는 사례도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농가는 "돼지들이 굶어 죽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빚을 내 사료를 장만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위탁사육비를 받지 못한 일부 농가는 회사 몰래 사육한 돼지를 내다 팔고 있다.

정방과기의 사료 중단은 자금난 탓이다.

돼지를 위탁사육 방식을 도입한 이후 급성장해 중국 2위의 양돈업체로 성장했지만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이후 중국의 돼지고기 소비가 수년째 줄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곤경에 빠졌다.

올해 들어 국제 곡물 인플레이션 여파로 사료 가격까지 급등해 경영난이 가중됐다.

이 업체는 작년 188억위안(약 3조6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적자액도 40억 위안(약 7천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97%까지 치솟아 파산설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 돼지는 484만5천200만마리로, 작년 동기 대비 30.8% 감소했다.

정방과기가 최근 3개월 동안 출하한 돼지들의 무게는 평균 90㎏으로, 통상 출하 무게 115∼125㎏을 크게 밑돌았다.

자금난에 몰린 데다 사료를 대지 못하자 조기 출하에 나서면서 제값을 받지 못해 경영난이 심화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정방과기 위탁농가들의 돼지 사육 차질이 가뜩이나 급등한 돼지고기 가격을 더 밀어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지 언론은 위탁사육 방식이 기업과 축산농가의 상생 모델로 각광받았지만, 한쪽이 곤경에 처하면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고, 수급 차질에 따른 가격 파동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당국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난 3월 ㎏당 15위안(약 2천900원)이었던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최근 30위안(약 5천800원)으로 4개월 만에 배가 올랐다.

소비자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위해 당국이 양돈업체들을 불러 재고를 쌓지 말라고 지시하고 국가 비축분 방출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뒤 상승세가 주춤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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