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인간 활동이 잠시 멈춘 사이 야생동물 세계도 웃고 울었다

박정연 기자 2022. 7. 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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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조류 활동 반경 넓어져..개체수 폭발·외래 침입종 관리 못하기도
생물학자들은 코로나19로 야생동물의 활동반경이 오히려 넓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지는 흰기러기떼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해 각국의 봉쇄조치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던 2020년 4월 세계적으로 교통량은 41% 가량 감소했다. 해양교통량과 항공교통량은 각각 9%, 75% 정도 줄어들었다. 같은 시기 275종의 동물의 비정상적인 분포 지역의 변화나 개체 증가가 관찰됐다. 이는 67개국 406개 언론보도에 등장한 471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생물학자들은 코로나19로 야생동물의 활동반경이 오히려 넓어졌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 활동이 줄어들면서 생태계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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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에 대한 인간 영향 평가하는 기회 생겨 

아만다 베이츠 캐나다 빅토리아대 해양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국제학술지 생물 보존지에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각국의 봉쇄조치로 야생동물의 생활반경이 자연스럽게 넓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이 봉쇄조치에 들어가면서 전세계적으로  44억명 이상이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달 16일 베이츠 교수 연구팀의 연구를 소개하면서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인간 활동이 사실상 휴지기에 들어가면서 인간이 동물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방식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연구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기이던 2020년 이스라엘에서 서식하는 그리폰 독수리는 더 먼 영역에서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 지역의 군사 비행훈련이 중단되면서 서식지가 더 확대된 것으로 추정했다. 캐나다에서는 로키산양이 광산시설까지 내려왔고 발트해 섬에선 매년 3마리 정도밖에 관찰되지 않았던 흰꼬리 독수리가 33마리나 포착됐다.

콜롬비아 남부의 해변 도시 칼리에선 봉쇄조치 기간 동안 생물 다양성과 개체수가 평균 37% 증가했다. 또 관광객이 방문하지 않은 해변에선 바다거북의 둥지가 예년보다 3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생동물의 생활반경이 확대되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도 보고되고 있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선 5주새 4차례에 걸친 상어의 인간공격 사례가 보고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이 해역에서 상어가 해변 주위에서 인간을 공격하는 빈도는 1년에 4회 정도에 불과하다. 인도 북부에선 원숭이들이 갑자기 사람들을 공격하는 일이 일어났다.

연구팀은 동물들의 이상행동이 생태계의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서식지로 옮겨가거나 개체 수가 늘면서 먹이감을 확보하기 어려운 동물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원숭이, 바다거북, 상어, 흰기러기(왼쪽 시계방향). 위키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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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조치가 야생 생태계 부정적 영향 미치기도

한편에선 인간 활동 축소에 따른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북미에서는 농작물을 먹어치우는 흰기러기에 대해 특정 기간 사냥을 허용했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사냥 횟수가 54%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사냥꾼에 의해 개체수 조절이 되지 않고 대신 충분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튼튼하고 개체수가 늘어난 흰기러기들이 북미 툰드라 지대로 이동하면서 이 지역에 서식하는 다른  조류와 먹잇감들의 생태계를 방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봉쇄조치는 인간이 관리하던 국립공원에 살던 야생동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생태관광이 위축됐고 그 결과 야생동물 보호구역 관리를 위한 인력 지원이 줄면서 불법 사냥과 침입종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자연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이 둬섞여 나타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야생동물 생태계가 순차적으로 바뀌지 않고 급격히 변화하는 계단식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봉쇄조치가 생태계에 가져온 영향은 수년에 걸쳐 면밀하게 평가돼야 하지만,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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