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 급물살..소상공인 "골목상권 잠식 우려" 반발

김세형 2022. 7. 2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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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등 규제 완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 범위에서 온라인 배송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통령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까지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 부쳤고, 반응은 긍정적이다.

2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가로막는 영업 제한 조항 등 44건을 경쟁 제한적 규제로 선정, 관계 부처와 개선 방안을 협의 중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매월 2일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하고, 영업시간도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 사이 범위에서 제한할 수 있다. 영업 규제는 골목상권을 보호해 상생과 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유통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한편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2012년 도입됐다.

법에는 온라인 배송에 관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법제처는 영업 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 오프라인 점포를 물류·배송기지로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는 행위는 점포를 개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인다며 법에 어긋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현재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은 영업제한 시간(오전 0∼10시)에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새벽배송을 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별도 물류창고를 활용한 온라인 배송은 가능하다. 이마트몰(쓱닷컴)은 현재 전용 물류센터를 활용해 수도권, 충청 지역에만 새벽배송을 지원한다.

공정위는 영업 규제가 경쟁 제한적이며 차별 소지가 있고 소비자의 편익을 저해해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 마켓컬리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영업 제한을 전혀 받지 않지만 대형마트는 온라인 영업에도 제한을 받아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고 봤다. 특히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을 규제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나 중소 유통업체를 이용하기보다는 쿠팡 등 다른 온라인 유통업체로 소비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전통시장·골목상권 보호'라는 규제 목적 측면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최저임금 차등 적용, 휴대전화 모바일 데이터 잔량 이월 허용 등 국민제안 10건을 선정해 지난 21일부터 온라인 투표에 부쳤다. 대통령실은 투표 결과 3건을 추려 실제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제안에 대한 시민 반응은 긍정적이다. 25일 10시 10분 기준 의무휴업 폐지 제안은 39만7896건의 '좋아요'를 획득해 10건의 제안 중 가장 호응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혁신해 민간 주도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만큼,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상생 발전을 도모한다는 법 도입 취지를 고려해 규제 완화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형마트가 별도의 물류센터를 활용해 온라인 영업을 하는 데 제한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온라인 유통업체와 비교해 차별받는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된 바 있다"며 "적법성이 인정됐음에도 새 정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골목상권의 보호막을 제거하고 대기업의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가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일에도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한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필요하다. 최종 결정은 국회에서 이뤄진다는 얘기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제한에 상관없이 온라인 상품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도 2020년 7월 유사한 취지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자체가 지역 주민 등과 협의해 의무휴업일 수와 요일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무휴업일을 아예 지정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와 관련한 것들이다.

반면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더 강화하는 취지의 법 개정안들도 발의돼 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범위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로 확대하고 추석과 설날 당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등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 등을 영업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복합쇼핑몰을 영업행위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대형마트가 등록된 건물 이외의 장소에서 영업(출장 세일 등)하지 못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냈다.

한편 유통업계 안팎에선 대형마트의 영업 관련 규제 완화 움직임에 기대감을 보인다. 이용고객 증가는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이란 판단에서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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