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수신료 폐지주장에 "비전문가적 주장" 비판한 KBS노조
국민의힘·조선일보, 프랑스 수신료 폐지 사례 들며 국내 수신료 폐지 논의 불피우기
KBS노조, 국민의힘 입장 반박하며 "비전문가적 성명"…"보복 응징 차원" 대응도 문제삼아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프랑스가 TV수신료 폐지를 결정하면서 국민의힘과 조선일보가 논평과 기사로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를 다시 꺼내들며 KBS를 압박했다. 그러자 보수성향의 KBS노동조합이 “언론노조 세력만 키워주는 오판”이라며 국민의힘의 수신료 관련 입장이나 미디어정책 전반에 대해 비판했다.
프랑스 하원이 현지시각으로 23일 공영방송 수신료를 올해 안에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했다. 프랑스의 수신료는 가구당 연 138유로(약 18만5000원)다. 영국 BBC도 수신료 폐지 주장이 나오고 일본 NHK는 내년 수신료를 10% 인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지난 24일 “프랑스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 하원 통과에 부쳐”라는 성명서에서 프랑스가 TV 보유 가구 수가 줄고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수신료를 폐지했는데 “공영방송 전통이 강한 영국과 프랑스의 수신료 폐지 움직임 사유는 한국의 상황과 겹친다”고 했다. “한국의 공영방송도 공정성 시비와 방만 경영 문제가 제기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KBS 수신료를 한전 전기요금에 합산하는 현행 강제징수 방법은 KBS를 보지도 않는 사람에게서도 수신료를 걷는다는 점에서 준조세 성격이 짙다”며 “KBS가 공정하게 제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시청자들만 수신료를 내게 하는 '수신료 자율납부'를 포함해 근본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국과 프랑스와 같이 수신료 폐지와 이에 대한 대책도 논의 가능하다”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수신료 강제징수를 문제 삼으며 수신료 폐지까지 언급한 다음날 아침,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를 1면과 4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프랑스와 영국, 일본의 공영방송 수신료 개편 방안과 비교할 때 한국은 세계 흐름에 역행한다는 취지다. 국내 조선일보 기자뿐 아니라 도쿄 특파원과 파리 특파원까지 참여해 세계적 추세를 다루면서 수신료 폐지 흐름을 기사에 담았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스페인의 경우 2009년부터 통신사업자들에게 거둔 세금 중 일부를 공영방송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고, 네덜란드와 뉴질랜드, 호주 등은 수신료 대신 정부기금에서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캐나다, 이스라엘, 대만 등에선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수신료 제도가 사라졌다.
그 외에도 조선일보는 “방만 경영 개선않는 KBS…수신료 폐지 운동 거세져”란 기사에서 국내에서 여러차례 수신료 폐지 운동이 있엇다는 사실을 전했고, “정권 바뀔 때마다 시끄러운 공영방송”이란 기사에서는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의 성명서 내용 중 “KBS 수신료 자율 납부, 수신료 폐지 등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좌편향적 보도가 사라질 것”이란 부분을 강조해 전달했다.
그러자 KBS 내에서 이를 반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국언론노조를 비판하며 보수성향을 보이는 KBS노동조합(1노조)는 이날 오전 “수신료 분리 징수 호들갑 떠는 국민의힘, 민노총(민주노총) 언론노조 세력만 키워주는 오판 몰랐나?”라는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영국과 프랑스 공영방송사가 왜 수신료를 폐지하자는 논의를 하는지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KBS노조는 프랑스 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 차원에서 수신료 폐지를 포함했고 이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대선 공약 중 수신료 폐지가 있었다는 사실, 프랑스 정부가 수신료 폐지로 발생한 손실을 다른 부문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세로 충당하기로 한 소식 등을 국민의힘이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수신료폐지는 문화부 장관의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고도 전했다.
KBS노조는 국민의힘 성명에 대해 “비전문가적 성명”이라고 평가하며 “그동안 미디어 분야에 애정과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KBS노조는 “국민의힘이 국회 과방위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방송·미디어 전문성을 찾기 쉽지 않다”며 “더구나 이번 상임위 배정에도 국회 과방위 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에 내줬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KBS노조는 “더불어민주당엔 KBS(정필모, 고민정), MBC(노웅래, 박광온, 한준호) 등 방송 미디어 전문가 그룹이 즐비한 점과 대비되고 윤영찬 같은 포털 네이버 CEO 출신도 있다”며 “국민의힘은 미디어 분야를 홀대하는 경향이 강해 방송 미디어 분야에 대한 국민의힘 '지력'엔 근본적 한계가 노정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신료 폐지가 공영방송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폈다. KBS노조는 “수신료를 폐지하면 공영방송이 언론노조로부터 해방돼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측면에서 정상화된다는 보장이 있나”라며 “당장 수신료를 폐지하자고 하면 편향적이었던 KBS와 MBC를 보복응징한다는 차원에서 속은 후련할지 모르겠지만 후폭풍은 언론노조 세력의 규합과 총단결을 돕는 우를 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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