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금리, 떨어지는 집값.. 영끌족 상환 부담에 '비상'

김현지 기자 2022. 7. 2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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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족', 대출금리 2.2%→5% "8월부터 원리금 150만원 부담"
전체 가계대출 중 2030세대 비중 27.5%.."50대보다 높아"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대출금리가 2.8%포인트나 올랐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 부동산 중개사무소 간판이 줄지어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30대 남성 A씨는 2020년 경기도의 한 아파트를 마련했다. 아파트 매매가는 7억8000여만원이었다. A씨는 집값 마련을 위해 5년 고정금리의 주택담보대출 3억원, 변동금리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으로 1억3000여만원을 대출받았다. 대출금리는 약 2.2%였다. A씨가 매월 낸 이자는 80여만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5%까지 올랐다. A씨는 "최근까지 대출금 중 7000만원을 갚았지만 매월 내던 이자는 90만~100만원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원금도 갚아나가야 한다. 당장 다음 달부터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원리금은 150만원에 달한다. A씨는 "현재는 맞벌이지만 올해 아기가 태어나기 때문에, 앞으로는 혼자 벌어 원리금을 감당해야 한다"며 "더구나 지금 같은 금리 인상 추세라면 5년 뒤 고정금리도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출금 전액을 고정금리로 받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족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30대 공무원 B씨는 지난해 인천시의 한 아파트를 4억2000여만원에 샀다. B씨는 A씨와 달리 집값의 100%를 모두 대출(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을 받아 마련했다. B씨는 대출상품 모두 3~4% 사이의 고정금리로 받았다. 그동안 B씨의 통장에서 매월 나가는 이자는 104만~105만원이었다. 그는 오는 10월부터 원리금 140만~150만원을 내야 한다. 이는 B씨 월급의 절반가량이다. B씨는 "매달 100만원 이상이 월급통장에서 나가더라도 집값이 오르면 장기적으로 이득이기 때문에 무리해서 집을 샀다"며 "그러나 향후 집값을 장담할 수도 없고 현재 물가도 너무 높다. 5년 뒤에는 고정금리도 오른다"고 우려했다.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4.2%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영끌족'에 비상이 걸렸다. 전체 가계대출 중 청년층의 대출 비중은 2019년 이후 가파르게 올랐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이들은 빠른 속도로 오른 이자를 감당해야 한다. 영끌족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청년층의 대출은 한국 경제의 폭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2조739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은 매년 늘어나다가 지난해 4분기(1754조2270억원)를 기점으로 꺾였다. 전체 가계대출 중 청년층의 대출 비중은 50대보다 높았다. 20대와 30대의 대출 비중은 3년 전 25%(2019년 1분기)에서 올 1분기 27.5%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중년층의 대출 비중은 낮아졌다. 40대의 대출 비중은 29.5%(2019년 1분기)에서 28%(2022년 1분기)로 하락했다.

50대의 경우 28.1%에서 25.4%로 2.7%포인트나 떨어졌다. 60대 이상은 17.4%에서 19%로 올랐는데, 이마저도 20대와 30대의 대출 비중보다는 낮다. 같은 기간 청년층의 주택 매입 건수는 늘어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대가 매입한 주택은 2019년 3만5270호, 2020년 6만1919호, 2021년 6만3028호로 증가세였다. 30대의 경우 같은 기간 16만3054호, 27만2657호, 21만671호 등이었다. 전국 주택 매입 건수는 2019년 80만5272호에서 2020년 127만9305호로 늘었다가 2021년 101만5171호로 줄었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13일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5월26일 기준금리를 1.5%에서 1.75%로 올린 지 두 달도 안 됐을 때였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 0.5%에서 0.75%로, 같은 해 11월 다시 1%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후 올해에만 1.25%(1월14일), 1.5%(4월14일), 1.75%(5월26일), 2.25%(7월13일)로 네 차례 올렸다. 2020년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1% 미만' 시대가 끝난 것이다.

대출금리도 자연스레 올랐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는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2.38%였다. 이는 전월보다 0.4%포인트 오른 수치다.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코픽스는 지난 2월(1.64%) 전월 대비 0.5%포인트 떨어진 이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코픽스가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기준이 되는 만큼,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이들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 올 1분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4.2%다.

"금리 1%p 오를 때 1인당 연 65만2000원 부담"

문제는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미국의 기준금리 기조에 발맞춰왔다.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국내 자금이 고수익을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어서다. 원화가치가 더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오를 가능성도 높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품 가격도 오르고 물가도 인상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물가 등의 이유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정책을 폈을 때,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려 왔다. 미국은 올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총재는 7월13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연말 기준금리가 2.75~3%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서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 2.75% 아래가 될지, 3%가 될지는 주요 선진국 금리와 유가, 경기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고 부연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은 현실이 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 1인당 추가로 부담하는 이자는 연간 65만2000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평균치에 불과해, 개인의 이자 부담은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제조업 종사자 30대 남성 C씨가 추가로 내야 할 대출이자는 연간 360여만원이다. '빚투족'(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인 C씨는 2018~20년 신용대출 등 모두 2억원을 빌렸다. 대출금리는 약 3%. 매월 A씨 통장에서 나가는 이자는 50만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출금리가 5%대로 뛰었다. 이에 A씨가 이달에 낸 이자만 80여만원으로 늘어났다. A씨가 추가로 내는 이자(연 360만원)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평균치를 웃돈다.

청년층을 비롯해 과다채무자들은 가계부채의 뇌관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금융권 대출을 받은 사람(1646만 명)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 이상인 이들은 140만 명이었다. DSR은 연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뜻한다. 'DSR 70%'는 연소득의 70%를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쓴다는 의미다. DSR 70% 초과 대출자는 자신의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하면 원리금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로 분류된다.

DSR 90% 초과 대출자는 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만 빼도 원리금을 못 갚는 것으로 간주된다. 금감원은 금리가 3.96%에서 3%포인트 올라 7%에 육박하면, DSR 70% 초과 대출자는 140만 명에서 190만 명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의 부채 규모는 357조5000억원에서 480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DSR 90% 초과 대출자는 90만 명에서 120만 명으로 증가(254조원→336조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은 소비시장을 위축시켰다. 물가는 오르는데 은행에 내야 할 돈이 많아지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든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7월20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7월호'에 따르면,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5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1%포인트 줄었다.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6.4로, 전월 대비 6.2%포인트 떨어졌다. CSI는 소비자들의 소비지출 계획과 경기 전망 등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100보다 크면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반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포인트 올랐다. 기재부는 "대외 여건 악화 지속 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향후 수출 회복세 제약 등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은 조정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매매가격도 최근 하락 추세다. 6월 기준 전국 종합주택(아파트, 단독주택 등)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하락세(5월 0.01%→6월 –0.01%)로 접어들었다. 같은 기간 서울(0.04%→0.00%)에서도 상승세가 꺾였고, 수도권(-0.04%→-0.04%)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전국(-0.05%→-0.1%)은 물론 서울(-0.01%→-0.08%)과 수도권(-0.1%→-0.15%)에서도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올 초(1월 0%→2월 -0.08%)부터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상승세가 꺾였지만(–0.01%→–0.02%), 평균 전셋값은 6억3315만원으로 여전히 높다.

7월19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대출 안내문이 붙어있다.ⓒ시사저널 최준필

소비 위축되며 부동산 시장 관망세…"급매 나와도 안 팔린다"

부동산 시장 소비심리도 악화하는 추세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의 주택매매시장 심리지수는 103.4로, 전월보다 9.5포인트 떨어졌다. 서울의 주택매매시장 심리지수는 전국(103)과 수도권(101), 인천(94.8), 경기(100.9) 대비 높은 편이지만, 일 년 전(2021년 6월, 141.6)에 비해서는 38.2포인트나 하락했다. 6월 기준 전국의 부동산 시장 심리지수는 전월보다 4.3포인트 떨어진 100.2로 집계됐다. 서울은 100.9로 전월 대비 6.4포인트 떨어졌다. 국토연구원은 소비심리지수를 활용해 시장 상황을 상승(115 이상 200 이하), 보합(95~115 미만), 하강(95 미만) 등으로 구분한다.

현장의 목소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거래 절벽'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서울 강북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5개월 전 상계동 아파트 집주인이 매물을 시세보다 1억원 낮은 8억원대에 내놨는데, 이 매물은 겨우 팔렸다"며 "금리가 오른 요즘에는 매매 문의조차 없다"고 했다. 같은 지역의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현금이 필요해 기존보다 3000만원가량 가격을 낮춰 물건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팔리지 않았다"고 말했고, 서울 관악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 정보가 공유되는 커뮤니티에 최근 급매 물건이 올라오지만, 이를 사려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도 문의가 가끔 오는데, 해당 매물 중 집값의 70% 이상이 대출인 경우가 상당수"라며 "집주인이 금리 인상 뒤 대출 원리금이 부담이 되자 집을 내놓으려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조정돼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대출자들의 부담이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 이후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 관망세가 길어지는 상황"이라며 "거래 절벽 현상이 이번처럼 장기화한 경우는 드물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장 충격이 크지 않도록 연착륙을 유도하겠지만, 대출을 많이 받아 집을 구매한 젊은 층에게는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건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난해에는 집주인들이 양도세 중과가 부담스러워 매물을 내놓지 않아 거래 절벽이 생겼다면, 이번에는 매물을 살 사람이 없어 발생한 거래 절벽"이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과 인상 폭 등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얼어붙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특히 청년층은 5~10년 뒤 부동산 시장을 이끌어갈 세대로, 이들이 지금 무너지면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이라며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한 분들 중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이들에게는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7월14일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금융취약층의 채무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채무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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