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서 행정가로.."GRDP 100조·인구 200만 '강원시대' 열 것"
■ 민선8기 시도지사에 듣는다 - 김진태 강원지사
규제개혁으로 인구·기업 유치
GTX-B 연장 국토부와 논의중
강원특별자치도 내년 6월 출범
지역 특성 살린 지방분권 선도
반도체 공장 유치 치밀한 준비
‘박재범 소주’ 공장도 증설 요청
인터뷰 = 유회경 전국부장
의외였다. 여권 내 보수 골통 극우 정치인의 대명사였고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우여곡절 끝에 당내 경선을 통과한 김진태 강원지사가 이렇게 순하고 점잖고 부드러울 줄이야. 검사 출신 정치인이 인터뷰 내내 경제를 강조하는 것도 많이 어색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부터 원소주까지 그의 주된 관심은 오로지 경제였다. 김 지사는 민선 8기 강원지사 취임을 계기로 가치 지향 강골 정치인에서 포용력과 책임감 있는 유능 행정가로서의 대변신을 시도하는 듯했다. 그는 “정부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노선(인천 송도∼경기 마석)을 춘천까지 연장시키는 협의를 하고 있는 데 성공할 경우 서울에서 춘천까지 30분이면 올 수 있다”며 “강원도 수도권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지금까지 강원도민들은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맑은 공기와 산과 물을 공급해주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며 “규제 완화와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신사업을 대거 유치, 강원도민들의 행복할 권리를 바로 지금 충족시켜 주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후 강한 이미지와 달리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다.
“선거운동을 하며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실제 내 모습을 보니 TV에서 봤을 때하고 다르다는 것’이었다. 도민들께서 ‘TV에서는 과격한 이미지였는데 실제로 보니까 부드러운 인상이다. 어떻게 그렇게 다를 수가 있냐’고 물으면 ‘이제 TV를 바꾸실 때가 된 것 같다’고 대답하곤 했다. 원래 순한 사람인데(웃음). 국회의원 하면서 청문회·본회의 발언 등으로 저격수 이미지가 강해졌다. 이제 민생 챙기는 행정가니까 국회의원처럼 핏대를 세울 일이 없다.”
―민선 8기 강원 도정 발전 목표는 뭔가.
“3대 도정 목표로 ‘인구 20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100조 원’ ‘사통팔달 수도권 강원시대’로 정했다. 현재 강원도 인구는 154만 명, GRDP는 50조 원인데 규제 개혁과 정부 지원을 통해 수도권 인구와 기업을 유치해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GTX-B 노선을 춘천까지 끌어오려고 한다.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340억 원 정도만 추가하면 된다. 만일 계획대로 성사될 경우 서울에서 춘천까지 30분이면 올 수 있다. 그게 수도권 아니고 뭔가. 국토교통부와 이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담대한 구상이긴 한데 실현 가능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
“강원도가 낳은 위대한 기업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길을 찾지 못하면 만들라’고 말했다. 강원도민의 힘과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면 정부, 국회, 기업 등 설득 못 할 게 없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처럼 다시 한 번 ‘하나 된 열정’으로 강원도의 힘을 모아 지역 발전을 위한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강원특별자치도가 내년 6월 출범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강원도라는 명칭이 628년 만에 사라지고 강원특별자치도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특별법은 국회 통과가 됐는데 구체적 내용은 전혀 없다. 비유하자면 ‘개문발차(開門發車)’와 같다. 일단 특별자치도부터 띄웠고 지원 내용은 지금부터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학교에 지각하지 않으려면 위험하지만 문이 열린 채 달리는 차에라도 타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다. 괜히 기업 유치, 기업 유치 하는 게 아니다. 그 중심에 특별자치도가 있다. 재임 기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후속 작업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
“취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강원특별자치도추진단을 설치해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특별자치도의 비전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지역 발전에 어떠한 장애물이 없도록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다. 모든 행정·재정 특례는 지역 경제 발전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도민들이 혜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원도만의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지방분권 선도모델 정립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법안이 겨우 통과된 만큼 성공적 출범을 위해 보완할 과제가 산적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실질적인 규제 완화까지 갈 수 있을까.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를 하도 많이 봐서 믿기 힘들다.
“내 말이 그 말이다. 규제권을 특별자치도지사에게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촘촘히 쌓인 규제를 헤쳐나갈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환경부에서 틀어쥐고 있으니 지역에 케이블카 하나를 못 놓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기본적으로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야당 국회의원이 아니라 정부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에서 건건이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니 협조해 달라는 말씀도 드렸다.”
―성공 사례가 있나.
“혹시 원소주 아나. 가수 박재범이 만든 소주 브랜드로 원주 농협 쌀(토토미)을 원료로 해 만든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다. 박 대표를 최근 만나 원주 공장 증설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기업들이 강원도에 많이 들어왔으면 한다.”
―삼성반도체 공장 원주 유치를 공약했는데 실현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나.
“반도체 공장 조성 사업은 부지 100만 평(330만5785㎡) 이상, 사업비 120조 원 이상이 투자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단기간 내에 결과를 얻기보다 신중하고 치밀하게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선 여러 가지 여건이 맞아야 하는데 강원특별자치도 특례에 반영해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부터 조성해 나가겠다.”
―반도체 산업에는 대규모 용수가 필요하다고 하던데.
“강원도에 넘쳐나는 게 물이고 산이다. 물이야 어디서든 끌어오면 된다. 기업 유치를 위해서라면 산이라도 깎을 생각이다. 규제를 걷어내고 혜택을 줘야 기업이 찾아온다. 세밀하게 준비해 꼭 유치하도록 하겠다.”
―임기 초반 100세 바우처, 결혼축하금 등 일부 공약을 폐기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약 철회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거 후 공약을 하나하나 세밀히 검토했다. 전체 150건의 공약 중 상황에 맞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낮은 8건은 과감히 털어냈다. 나머지 142건은 확실히 지키겠다는 의미다. 도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폐기한 것에 진심으로 죄송하고 비판은 달게 받겠다. 저만치 떨어져 있는 도지사가 아니라 도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도지사가 되고 싶다.”
검사 퇴직후 고향 춘천서 19·20대 총선 당선 … 거침없는 발언으로 ‘저격수’ 역할
■ 김진태 지사는
춘천 = 이성현 기자
김진태 강원지사는 검사 출신으로 재선 국회의원을 거쳐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강원지사에 당선됐다. 서울대 법대 4학년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공군 법무관으로 복무했다. 전역 뒤 검찰에 들어가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춘천지검 원주지청장 등을 지냈다. 2006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행성 게임장인 ‘바다이야기’ 사건 등을 수사하며 이름을 알렸다.
검찰 퇴직 후 변호사 활동을 하다 2012년 정계에 입문했고, 고향인 춘천에서 19·20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국회의원 당선 후에는 스마트한 인상에 붙임성 있는 행보로 지역에서는 젊고 유능한 보수 정치인이 나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학창 시절 김 지사를 공부를 잘하며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는 인기가 많았던 학생으로 기억한다.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국회의원 시절 각종 이슈에 대해 거침없는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던 ‘저격수’ 이미지가 큰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극명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 고교 동창은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라며 “앞에 나서는 성격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아 깜짝 놀랐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거침없는 발언은 김 지사에게 전국적인 지명도와 함께 위기의 순간도 가져다줬다. 그는 2015년 대한불교조계종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보호 요청을 수용한 것을 두고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또 지난 2019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발언 논란’으로 중앙당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난 지방선거 강원지사 후보 경선에서 배제됐다가 공식 사과 후 재심을 거쳐 공천을 받는 등 기사회생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 김 지사를 만나본 사람들은 미디어에 비친 것과는 다른 그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 사석에서 만나면 나긋한 목소리로 원래 ‘순하고 젠틀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표현하며 세간의 부정적인 시각을 부담스러워하는 표정도 숨기지 않는다. 이런 그가 강원지사 취임 후 정치인의 옷을 벗고 본격적인 행정전문가로서의 변신을 시작했다. 김 지사는 “재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청문회, 본회의 발언 등으로 저격수 이미지가 강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민생을 챙기는 행정가니까 국회의원처럼 핏대를 세우고 총대를 멜 일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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