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못해도 예술 가능".. 창작환경 지각변동 오나

구본권 2022. 7. 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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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창작도구의 예술계 영향


'컴퓨터하는 이집트 동물신'
'쇼핑하는 기린' 등 글쓰면
인공지능이 이미지샘플 제시
월 15달러에 460개 사용가능
삽화 등 상업적 활용도 가능
디자이너 'AI 활용능력' 중요

인공지능이 문장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도구는 예술 창작의 도우미일까 , 파괴자일까 . 미국의 인공지능 연구조직인 오픈에이아이 (Open AI) 가 올해 초 자연어처리모델 (GPT-3) 과 이미지인식 기술을 활용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 달리 2(DALL·E2)’ 를 공개한 이후 인공지능 환경의 예술을 둘러싼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

‘컴퓨터 하는 고대 이집트 동물신’의 이미지. 오픈AI 제공

■ ‘달리2 ’ 상업적 활용 가능

< 엠아이티 (MIT) 테크놀로지리뷰 > 가 지난 20 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 지난 4 월 이후 초청사용자 약 10 만명이 쓰고 있는 달리 2 는 곧 유료 서비스로 전환할 예정인데 대기자만 100 만명이 넘는다 . 오픈에이아이는 “ 이용자들의 달리 2 에 대한 관심이 거대언어모델 (GPT-3) 때보다 훨씬 높다 ” 고 밝혔다 .

유료 서비스를 선택하면 달리 2 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를 어린이 책의 삽화 , 게임과 영화를 위한 컨셉 아트 , 마케팅 홍보물 제작 등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 현재 베타서비스 단계에서 제시된 달리 2 의 월 이용료는 15 달러로 , 115 회 사용권을 준다 . 사용권 하나를 써서 문자나 이미지를 입력하면 달리2는 한 번에 4 개의 이미지를 창작해 제공한다. 4 개 이미지를 모두 쓸 수 있지만 가장 만족스러운 이미지 하나를 선택하고 버리는 게 일반적이다 . 달리 2 같은 인공지능 도구는 예술창작 영역에서도 인간을 위협할 것인가 ?

‘마트에서 쇼핑하는 기린’의 이미지.

■ 예술 창작환경 지각변동

오픈에이아이는 지난 4 월 달리 2 서비스를 발표할 때 위험도 안내했다 . “ 달리 2 서비스가 사진 편집 ,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같은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디자이너 · 사진작가 · 모델 · 편집자 ·예술가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 ” 는 ‘ 경고 ’ 였다 .

인공지능이 문장과 이미지를 사람처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변환하는 기술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 웜보 (Wombo), 미드저니 (Midjourney), 크레용 (Craiyon) 등도 문장을 이미지로 변환시켜주는 인공지능 기반 창작 도구다 . 구글은 2019 년 스마트폰에서 동영상에 자동으로 자막을 달아주는 ‘ 라이브캡션 ’ 기능을 선보였으며 , 마이크로소프트는 2021 년 사진설명 자동입력 서비스의 정확도를 사람 수준으로 높여 시각장애인용 앱과 워드 · 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도구에 적용한다고 밝혔다 .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 와이어드 > 는 지난 13 일 이러한 인공지능 도구들이 인간의 예술 활동을 저해하거나 쓸모없게 하기보다 오히려 개선하고 있다는 이용자들의 사례를 보도했다 .

조각과 설치예술을 하는 벤자민 본 웡은 “ 달리 2 는 나처럼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사람이 개념을 스케치할 필요 없이 빠르게 문장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볼 수 있게 해준다 ” 고 < 와이어드 > 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 지난 4 월 테드 컨퍼런스에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디자이너 아자 라스킨은 “ 이제 머릿속에서 시각적 이미지를 상상하면 바로 그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됐다 ” 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이 창의성을 폭발시키고 인류의 시각적 환경을 영구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화성에서 비보이 공연하는 우주비행사’ 이미지.

■ 디자이너 역할 변화

현재 오픈에이아이가 공개한 달리 2 의 결과물들은 향후 시각디자인 영역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 ‘ 기린이 마트에서 쇼핑하는 모습 ’ ‘ 고대 이집트의 동물신이 컴퓨터를 이용하는 모습 ’ 등 특정상황을 텍스트로 입력하면 순식간에 그림을 만들어낸다 . 앞으로 디자이너의 일은 상황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대신 인공지능이 제시한 이미지를 변용하거나 선택하는 역할로 바뀔 수 있고 , 저작권과 전문성의 문턱이 낮아져 일반인들에게 사실상 개방될 수 있다 .

시각디자이너인 박은주 디자인주 대표는 “ 구상 예술가는 저작권에 위협을 느끼고 입지가 좁아질 수 있지만 디자이너로서는 짧은 시간에 다양한 테스트 버전을 손쉽게 만들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 며 장기적으로는 미술교육 방식과 디자이너 역량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 박 대표는 “ 미술교육이 기술 위주에서 창의력 중시로 바뀌는 정도를 지나 사고의 틀을 넘어설 것을 요구받는 환경 ” 이라며 “ 달리 2 같은 도구가 범용화하면 디자이너는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를 잘 활용할 줄 아는 눈과 논리력이 중요해진다 ” 고 말했다 .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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