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실제 모델, 세계적 동물학자 '이 사람'이었다

김소정 기자 2022. 7. 2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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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방극장을 장악한 드라마가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작품, ENA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다.

우영우의 실제 모델은 세계적 동물학자인 템플 그랜딘(75)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다. 1947년 보스톤에서 태어난 그는 생후 6개월 무렵부터 누군가가 자신을 만지면 몸이 경직됐고, 4살이 될 때까지 말을 못했다. 결국 어머니인 유스테시아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그를 본 의사의 진단은 ‘자폐증’이었다. 우영우도 타인과의 스킨십을 불편해하고 5살 때까지 말을 못하다 병원에서 ‘자폐증’ 진단을 받는다.

(왼쪽부터) 우영우, 템플 그랜딘 교수/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TED 유튜브 영상 캡처.

“자녀분은 아마도 영원히 말을 못 할 겁니다. 제대로 된 치료 과정이 있을지도 의문이네요. 특수시설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영화 ‘템플 그랜딘’(2010)

유스테시아는 ‘특수시설’이라도 보내라는 의사의 제안을 거부했다. 대신 자신이 집에서 직접 공부를 가르치기로 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유스테시아는 가정교사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은 정성껏 템플을 돌봤다. 그들의 헌신 끝에 템플은 말을 할 수 있게 됐고, 학교도 무사히 다닐 수 있었다. 유스테시아는 늘 템플에게 “넌 특별한 아이”라며 용기와 자존감을 심어줬고, 템플은 자폐인에 대한 오해와 차별을 딛고 자신만의 세상을 넓혀갔다.

템플의 관심사는 ‘동물’이었다. 그중에서도 ‘말’과 ‘소’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졌다. 템플은 학교 마굿간에 있는 말을 돌보며 정서적 교감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날 방문한 농장에서 소가 몸을 압박하는 ‘보정틀’ 속에 들어가선 차분해지는 걸 보고, 집으로 돌아와 선생님과 함께 보정틀을 만들었다. 템플 역시 보정틀 안에서 안정감을 찾았다고 한다. 그랜딘이 만든 이 보정틀 ‘허그 머신’은 자폐인용 압박치료기로 발전해 전 세계에서 쓰이고 있다.

영화 '템플 그랜딘' 포스터

템플 곁에는 어머니 외에도 훌륭한 멘토들이 많았다. 고등학교에서 만난 선생님 칼락이 그중 한 명이다. 칼락은 템플이 부족한 아이가 아니라 남과 다른 아이라는 걸 인지시켜줬다. 스승의 도움으로 템플은 프랭클린 피어스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뒤 1975년 동물학으로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1989년에는 동물학으로 일리노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템플은 자폐인 특유의 인식 방법을 강점으로 살려, 가축과 교감하는 동물행동학자가 됐다. 템플은 공장식 가축 사육과 도살 방식을 피해 동물들이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축사와 도축자 통로를 만들었다. 북미 도축시설의 절반이 그의 작품이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업적을 높이 사서 템플을 ‘2010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템플의 삶은 2010년 영화로 제작돼,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줬고 국내에서는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우영우의 법정 장면은 템플의 ‘테드’ 강연 영상을 참고했다고 한다. 템플은 테드 영상에서 ‘가장 열정을 쏟는 대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드기 위해 제가 하는 일이다. 자폐 성향의 아이를 둔 엄마들이 ‘당신의 책 덕분에 또는 당신의 강의 때문에 저희 아이가 대학을 갔어요’라는 말은 저를 행복하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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