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사각지대에 갇힌 이주배경 청년들

2022. 7. 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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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학·취업 등 실태 파악 제대로 안 해.. 후기 청소년 지원정책도 태부족
한국사회가 빠르게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이행하면서 본인 또는 부모가 외국으로부터 이주한 경험이 있는 이주배경 청년의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규모나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국가 통계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이주배경 청소년 교육지원사업인 ‘레인보우스쿨’에서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제공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2020년 발표한 ‘경기도 이주배경 청년 생활경험 및 정착방안’ 정책보고서를 보면, 2008년 제정된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른 정부 다문화정책은 지원대상을 결혼이민자와 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해 25세 이상인 청년층은 다문화 관련 통계나 자료, 실태조사에서 제외됐다. 1990년대에 급증한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청년기를 거쳐 성년이 될 시기가 됐지만 이주배경 청년의 진학, 취업 등에 대한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한계 때문에 이주배경 청년의 규모, 실태를 파악하려면 불가피하게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실태조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이 시간이 지나 성년이 되면 이주배경 청년층으로 유입되기는 하지만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변화나 현황 등은 추측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부처별로 제각각인 통계

양계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이 2020년 발표한 ‘포용사회 구현을 위한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성장기회 격차해소 방안 연구’를 보면, 현재 파악할 수 있는 통계에 근거해 추정한 이주배경 아동·청소년(만 24세 이하)의 수는 약 54만7431명이다. 이는 국제결혼가정 자녀, 외국인가정 자녀, 북한이탈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수치다. 미등록자 중 일부, 무국적자, 남한 출생 탈북배경 아동·청소년의 숫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부분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주배경 아동·청소년(23만4180명·42.8%)이거나 국내 90일 초과 체류를 위해 등록한 외국 국적 이주배경 아동·청소년(25만3320명·46.3%)이다. 국내 입국 당시 체류자격을 기준으로 볼 때 미등록 상태로 추정되는 외국 국적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약 7.6%(4만1810명)이다. 국외에서 태어난 뒤 외국 국적으로 국내에 중도입국했다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국제결혼가정의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은 약 2.3%(1만2775명), 여전히 외국 국적을 지닌 사례는 0.5%(2742명)였다.

이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규모 추정은 당시 일회성으로 시행한 조사결과다.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여성가족부, 교육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유관기관이 생산하고 있다. 부처별로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에 대한 정의와 조사 범위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통계 간 연계도 되지 않는다. 양계민 선임연구위원은 “이주배경 아동·청소년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고 각 유형에 따른 특성도 서로 달라 현재의 통계로는 이들의 유형별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후기 청소년’ 정책

그간 이주배경 청소년 실태조사는 최근 들어 늘고 있는 외국인가정 자녀, 난민, 남한 출생 탈북배경 청소년 등 다양한 유형을 포괄하지 못했다. 비(非)이주배경 청소년과의 객관적 비교를 위한 조사 역시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은 국내 출생 국제결혼가정 자녀, 국외 출생 국제결혼가정 자녀, 국내 출생 외국인가정 자녀, 국외 출생 외국인가정 자녀, 남한 출생 탈북배경 청소년, 북한 출생 탈북배경 청소년, 제3국 출생 탈북배경 청소년 등 7가지 유형을 조사 범위에 포함시키고, 이주배경청소년과 비이주배경 청소년을 비교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3개월간 전국 단위로 이뤄졌다. 조사에 참여한 표본(만 9~24세)은 4078명이었다. 용역연구 보고서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작성했다.

보고서를 보면 이주배경 청소년들은 공통적 특성도 있지만 유형별로 매우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국내 출생 국제결혼가정 자녀는 부모의 교육 수준이 여러 집단 중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사교육 경험은 가장 많았다. 국외 출생 국제결혼가정 자녀는 생활만족도 수준이 낮고 부모의 방임 수준이 가장 높으며, 차별의 경험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출생 외국인가정의 자녀는 부모의 교육 수준, 가정경제 수준이 높고 부모와의 활동 빈도도 높았다. 제3국 출생 탈북배경 청소년은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살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집단이었다. 이주배경 청소년을 동질적인 하나의 집단으로 범주화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주배경 청소년은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급을 받은 경험이 비이주배경 청소년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비이주배경 청소년은 2.7%가 최저임금 미만의 시급을 받았다. 이주배경 청소년의 경우 국내 출생 국제결혼가정 자녀 7.1%, 국외 출생 국제결혼가정 자녀 13.3%, 국내 출생 외국인가정 자녀 25%, 국외 출생 외국인가정 자녀 17.8%, 제3국 출생 탈북배경 청소년 21.4%였다.

일을 하면서 고용주 혹은 다른 직원으로부터 욕설, 폭언, 모욕적인 말을 들은 비율도 이주배경 청소년 집단이 더 높았다. 비이주배경 청소년은 4.5%가 이 같은 경험을 했다. 이주배경 청소년은 국내 출생 국제결혼가정 자녀 4.5%, 국외 출생 국제결혼가정 자녀 6.7%, 국외 출생 외국인가정 자녀 23.8%, 제3국 출생 탈북배경 청소년이 13.3%였다.

후기 청소년(만 19~24세) 집단의 여건이 다양한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나타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연령이 어린 집단에 비해 신체적·심리적 건강 수준, 생활만족도, 사회적 지지 체계가 낮고 스트레스 수준이 높았다. 차별 경험이 많고 직업훈련 정보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현재의 이주배경 청소년 지원정책은 초등 연령을 대상으로 한 것이 주를 이룬다. 최근 들어 중·고등학생 연령을 대상으로 한 진로교육이 주요한 정책으로 등장했다”며 “이미 성년이 됐거나 곧 성인기에 진입할 이주배경 청소년에 대한 지원정책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짚었다.

김윤영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소장은 “이번 실태조사가 일회성으로 그칠 게 아니라 예산 확보를 통해 정례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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