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로 눈 돌리는 사모 운용사..목표는 퇴직연금
대형사와 경쟁 관건은 '우수한 펀드 성과'
가치투자 전문 운용사로 유명한 VIP자산운용이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 공식적으로 공모펀드 시장에 뛰어든다. VIP운용을 뒤따르는 사모 운용사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운용 규모가 크고 퇴직연금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모 운용사들의 공모펀드 시장 진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VIP운용, 공모 운용사 인가 획득
지난 20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VIP운용의 공모 운용사 인가 안건을 최종 결의했다. 2월14일 금융위에 금융투자업 인가를 신청한 뒤 5개월 만이다.
VIP운용은 지난 2003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해 2018년 사모 운용사로 전환한 가치투자 전문 운용사다. 현재 펀드 운용 규모(AUM)는 2조579억원에 이른다.
라임·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 후 부동산 전문 사모 운용사들의 부동산 공모펀드 인가는 이어졌으나 증권 공모펀드 인가는 VIP운용이 처음이다.
지난 2019년 금융당국은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사모 운용사의 공모 운용사 전환 허들을 낮췄다.
사모 운용사가 단종 공모 운용사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AUM 기준을 3조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가체계 개편 후 부동산 펀드 전문 운용사 외 증권 펀드 공모 운용사로 전환에 성공한 운용사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유일했다.
급성장하는 퇴직연금 시장에 주목해 지난 2020년 9월경부터 공모 운용사 전환 계획을 추진했다는 게 VIP운용 측 설명이다.
박영수 VIP운용 부사장은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의 몸집은 줄어드는 반면 퇴직연금 시장은 커지고 있다"며 "VIP운용은 장기투자에 특화돼 있는 만큼 퇴직연금 시장에서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공모 펀드에 도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사모 운용사 공모 전환 늘어날 듯
운용업계는 이처럼 운용 규모가 크고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사모 운용사들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 러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퇴직연금펀드 시장의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는데, 투자자 수가 49인 이하로 제한된 사모펀드는 개인들의 투자금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2020년 초 56조2917억원에서 지난 21일 기준 46조4202억원으로 17.5%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퇴직연금 펀드 설정액은 15조9326억원에서 24조9789억원으로 56.8% 증가했다.
실제 투자자문사에서 운용사로 변신한 곳들 중에서 퇴직연금 시장에 발을 들이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
타임폴리오운용은 첫 공모펀드인 타임폴리오위드타임펀드 출시 후 두번째 공모펀드인 타임폴리오마켓리더펀드를 출시하면서 퇴직연금 클래스를 만들었다. '은둔의 고수'로 불리는 장덕수 회장이 설립한 비상장 주식투자 전문 운용사인 DS자산운용도 퇴직연금 시장 공략을 목표로 지난 5월30일 공모 운용사 인가를 신청했다.
지난 12일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도입되면서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형 종합 운용사들도 연금상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대형 운용사들의 경우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계열사를 비롯한 판매 네트워크가 뛰어나 중소형 독립 운용사 입장에선 자칫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그간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은 중소형 운용사들이 우수한 펀드 성과를 보여준다면 대형사들에도 맞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이 지난 2월7일부터 18일까지 12일간 진행한 '2021 펀드 투자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펀드 선택시 '해당 펀드의 성과'를 30.2%, '운용사의 과거 성과'를 19.7%의 비중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에 가까운 투자자들이 펀드 선택 시 수익률을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한 사모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성과만 잘 낸다면 대형 운용사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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