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다녀온 아이, 고열·설사.. 혹시 유행성각결막염?

정진수 2022. 7. 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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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철 전염성 질환 주의보
바이러스로 인해 발병.. 충혈 등 유발
어린이는 전신 증상 동반하는 경우도
전염성 높지만 잠복기 짧고 회복 빨라
세균·진균에 의해 감염되는 외이도염
수영 후에 귀 통증·가려움증 호소 많아
면봉 쓰지 말고 바람으로 귓속 말려야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바다와 수영장, 호수뿐 아니라 바닥 분수까지,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물놀이가 늘어나는 7∼8월이면 함께 늘어나는 질병이 있다. 바로 바이러스성 결막염과 외이도염이다. 특히 올여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감했던 휴가 인구가 늘어나면서, 한동안 감소 추세였던 결막염, 외이도염 환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노원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안용휘 교수는 “지난 2년간 물놀이 관련 외이도염 환자가 거의 없다가 올해부터 다시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물놀이 철에 늘어나는 결막염

결막은 눈꺼풀 안쪽과 안구 가장 바깥쪽을 덮고 있는 얇은 점막이다. 봄철에는 꽃가루나 미세먼지로 인한 결막염이 많이 발생하지만, 여름철에는 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각결막염과 급성출혈결막염이 대부분이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유행성각결막염에 걸리면 충혈, 눈곱, 눈꺼풀부종, 눈물 흘림, 이물감, 눈 통증 등이 생긴다. 어른은 눈에만 증상이 나타나지만 아이들은 고열, 인후통, 설사 등 전신증상을 동반하거나, 심한 경우 각막혼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흔히 ‘아폴로눈병’이라고 부르는 급성출혈결막염은 엔테로바이러스나 콕사키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아폴로눈병이라는 이름은 하필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해 전 세계에 이 병이 유행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유행성각결막염과 급성출혈결막염은 결막하출혈이 흔히 생길 수 있다. 잠복기가 짧고 빠르게 진행되는 대신 빠르게 회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급성출혈결막염은 대부분 7일, 유행성각결막염은 3~4주가 지나면 특별한 합병증 없이 자연 치유된다.
바이러스성 결막염은 전염성이 높은 만큼 가족 중 눈병 환자가 발생하면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노원을지대병원 안과 정은혜 교수는 “유행성결막염에 걸리면 눈 충혈, 통증, 눈물, 눈부심을 증상으로 많이 호소한다”며 “가족 간 전염은 흔하므로 구성원 중 눈병이 발생했을 경우 수건이나 베개 등은 따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코로나19 시기 손 씻기와 개인위생 강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전염 예방이 유행성각결막염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된다“며 위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발병 후 2주까지는 전염성이 있으므로 타인과의 접촉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치료 시 2개 이상 안약을 넣을 때는 반드시 5분 이상 간격을 두고 점안하고, 안약 병 입구 쪽이 눈에 닿지 않게 점안하는 것이 좋다. 얼음찜질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귀에 들어간 물 닦는다고 면봉 ‘후비적’ NO

외이도염은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통로인 외이도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세균·진균에 의한 감염이 주요한 원인이다. 특히 수영 후 잘 생기는데 주로 가려움증과 귀 통증이 많이 나타난다.

외이도염 예방을 위해서는 물놀이 후 소량의 물기는 자연적으로 건조되게 놔두는 것이 좋다. 귀에 물이 들어갔거나 가렵다고 면봉으로 귀 안을 후비면 외이도 피부를 약하게 해 외이도염이 잘 생기는 환경을 만들게 된다. 귀에 물이 들어가 답답해도 웬만하면 자연 건조하는 것이 좋고, 심한 경우 물이 들어간 쪽 귀를 바닥 방향으로 향하게 해 뛰어주거나 뜨겁지 않고 약한 드라이기 바람이나 선풍기 바람으로 귓속을 말리는 것이 낫다.

안용휘 교수는 “귀 통증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는데 외이도가 심하게 붓거나 염증 찌꺼기로 막히게 되면 귀 먹먹함(이충만감)과 난청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특히 당뇨가 있는 70세 이상 고령자는 귀지를 면봉으로 닦다가 상처가 생기면 피부에 녹농균이 들어가서 발생하는 악성 외이도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경우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염증이 심해지면 뇌 기저부 골수염과 뇌졸중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단순 외이도염 치료는 외이도 청결과 통증 조절만 해주면 되지만, 심한 경우엔 분비물 제거 후 산성 용액으로 세척해 외이도 산도를 되찾아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정상적인 외이도는 pH 6.0 정도의 산성 보호막이 있어 균 증식을 억제하지만, 수영장 물이나 면봉 사용으로 외이도 산도가 변화하면 염증 방어 기능이 깨지기 때문에 산도를 되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안 교수는 “외이도염이 수개월 이상 지속하며 만성으로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급성 외이도염은 주로 세균이나 진균에 의해 발생하지만, 만성 외이도염은 접촉성 알레르기, 지루성 피부염, 건선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평소 알레르기나 피부 질환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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