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인상' 전기료 둘러싼 논쟁에서 빠진 것

전혜원 기자 2022. 7. 25.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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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전기요금을 두고 탈원전 정책·한전 직원 연봉·민영화 등으로 논의가 불붙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논쟁에서 빠진 단어가 '공공성'이다. 전기의 공공성이란 무엇인가를 토론해야 한다.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연합뉴스

7월부터 전기요금이 올랐다. 전기요금은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여러 항목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오른 것은 연료비조정요금인데, ㎾h(킬로와트시)당 5원 올랐다. ㎾h는 1000W짜리 가전제품을 1시간 쓸 때 발생하는 전력소비량으로, TV를 7시간 켤 수 있는 정도다. 아파트에 사는 가정의 경우 월평균 300㎾h를 쓰므로 월 1500원가량 부담이 늘어난다(300㎾h×5원=1500원).

왜 올랐을까? 말 그대로 연료비가 올라서 요금을 조정한 것이다.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는 발전을 담당하는 한전 자회사들과 일부 민간 발전사들에게서 전력을 도매로 사와서 판다. 그런데 2021년 발전량의 34.3%를 차지하는 석탄과 29.2%를 차지하는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았다. 두 연료의 수입 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되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특히 LNG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전이 LNG로 만든 전력을 구매하는 데 쓴 금액은 2021년 1분기(1~3월)에는 4조6917억원이었는데 2022년 1분기에는 9조9436억원으로 5조2519억원(112%) 늘었다. 석탄(유연탄)으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하는 데 쓴 돈도 2021년 1분기에는 3조9778억원이었으나 2022년 1분기는 6조8131억원으로 2조8353억원(71%) 올랐다. 한전이 올해 1분기 7조7869억원이라는 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낸 배경이다.

한전의 영업이익은 국제유가와 반비례 관계다. 유가와 연동해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영업손실이 커지고, 유가가 내리면 이익이 나는 구조다. 반면에 전기요금은 그때그때 올리고 내리기가 어렵다. 한전이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신청하면 산자부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뒤, 산자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인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료비조정요금 제도가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되었으나 이 역시 한전이 산자부에 신청하고 산자부가 관계 부처와 협의하는 구조는 똑같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최근 국민의힘 비공개 강연에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전기요금 인상을 열 번 요청했지만 단 한 번만 승인을 받았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통제를 우선시하고 지지율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선출 권력으로부터 전기요금을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어떤 이유로 연료비 폭등에 더 취약한 에너지 공급 구조가 되어버렸다면, 독립적으로 전기요금을 결정한들 요금만 요동칠 뿐이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게 ‘탈원전’이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값비싼 LNG 발전 비중이 늘어나 적자 폭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일단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했는지부터 보자. 탈원전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월성 1호기를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조기 폐쇄했다. 그러나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문재인 정부 동안 2017년 26.8%에서 2021년 27.4%로 0.6%포인트 올랐다. 2018년 23.4%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 역시 안전점검을 위해 원전이 줄줄이 가동 중단된 측면이 크다. LNG 비중이 커진 것은 석탄발전이 줄어든 것과 더 큰 관련이 있다. 2019년 12월부터 석탄발전소에 대해 정해진 용량의 80%까지만 발전하거나 아예 가동을 정지하도록 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석탄발전 비중은 2017년 43.1%에서 2021년 34.3%로 8.8%포인트 줄었고, 같은 기간 LNG 비중은 22.8%에서 29.2%로 6.4%포인트 늘어났다.

석탄·LNG가 한국 발전량의 60% 이상

2021년 기준 발전단가는 원자력이 ㎾h당 56.15원, 석탄이 99.06원인 데 비해 LNG는 121.70원이다(폐기물이나 안전 비용은 고려되지 않은 수치다). 결국 상대적으로 값싼 원전은 소폭만 늘었고, 석탄은 줄었으나 여전히 발전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여기에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LNG 비중이 늘어나면서 연료비 변동에 취약한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가격 변동이 큰 두 화석연료에 발전량의 60% 이상을 의존해온 한국의 리스크가 현실화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원전 비중을 지난해 27.4%에서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고, 현재 짓고 있는 원전 4기를 예정대로 준공할 계획이다. 문제는 한국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지난해 34.3%에 달했던 석탄발전 비중과 29.2%에 달하는 LNG(석탄보다 절반 정도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 발전 비중을 당장 대폭 축소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린다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다.

더 어려운 조건은 이 과정에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전기차에서 보듯 지금껏 화석연료로 쓰던 에너지를 ‘전기’로 쓰는 ‘전기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2018년 총 전력소비량이 526TWh(테라와트시)였다면 2050년에는 1208~1257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은 전력 수요를 줄이는 일과 병행되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은 아직 이 길을 가본 적이 없다. 전기요금 인상은 전력 수요를 줄이는 유력한 방법 중 하나인데, 한국은 전기요금이 세계에서 가장 싼 편에 속한다. 한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h(메가와트시)당 103.9달러로, OECD 평균 170.1달러의 61.1% 수준이며 34개국 중 31위다.

이런 이야길 하면 ‘산업용 전기요금부터 인상하라’는 반박이 나올지도 모른다. 주택용 전기요금을 비싸게 받아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에서 생기는 손실을 메워준다는 논리다. 과거 수십 년간 그랬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1994년 주택용 전기요금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의 비중은 53.7%였으나 지금은 90%를 넘는다(〈그림 1〉 참조). 한국이 특별히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더 싼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물론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 자체는 분명 싸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94.3달러로 OECD 평균 107.3달러의 87.9% 정도다. 비교 가능한 OECD 회원국 33개국 중 22위 수준이다(〈그림 2〉 참조). 다만 주택용 전기요금만큼 압도적으로 싸진 않다.

1973년 오일쇼크를 계기로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이 더 비싸지는 ‘누진제’를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도입한 것이 억울한 정서를 키운 건 사실이다. 주택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 사용량의 15%에 불과하며 산업용이 55%를 차지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한국의 전기요금이 많이 싼 편이며 특히 주택용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부정하긴 어렵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빠진, 가장 논쟁적인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공공성’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7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 주택용 전기 무상화를 주장했다. “한전과 발전사는 (서민을 위해) 적자를 보고 이를 세금으로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 필수공공재는 세금을 내는 대가로 국민 누구나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한전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145조7970억원에 달한다. 올해 국가 예산 604조원의 2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적어도 주택용 전기를 공급하느라 생긴 적자는 ‘착한 적자’이기에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공성이란 정말로 전기요금을 깎거나 무상화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게 해서 전력 소비가 유의미하게 줄지 않고 탄소배출 감축이 어려워진다면, 이는 공익에 부합할까? 흔히 ‘전기세’라는 말을 쓰지만 세금이 아니라 전기‘요금’이다. 전기 없이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어려우므로 공적인 성격이 있지만, 대가를 지불하고 쓰는 한정된 자원인 만큼 엄밀한 의미의 공공재는 아니다. 세금을 쓴다면 모든 가구의 전기요금을 보조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 빈곤층에게 쓰는 편이 더 타당할 수 있다.

전기의 공공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은 너무나 중요하고도 민감해서 제대로 마주하기가 부담스럽다. 윤석열 정부는 손쉬운 길을 택한 모양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때리기로 한 것이다.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한전이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도 필요하다(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타깃은 임금이다. “본인들 월급 반납하겠다는 건 한 번도 안 했지 않느냐(한덕수 국무총리).” 한전 일반 정규직의 1인당 평균 연봉은 2020년 결산 기준 8496만원으로 같은 해 전체 노동자 평균 연봉인 3828만원의 2.2배에 해당한다.

최철호 전국전력노조 위원장은 인건비 논란에 대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공약을 못 지키게 되니까 직원들한테 책임을 떠넘기는 프레임이다”라고 말했다. ⓒ전국전력노조 제공

인건비 논란에 대해 최철호 전국전력노조 위원장은 “전체 비용 중에서 인건비는 3%밖에 안 된다. 장기근속자가 많은 데다 전체 2만3000명 중에서 관리자 5000명과 교대 근무자 6000명이 평균임금을 끌어올리는 면이 크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민간이 49% 참여하고 뉴욕 증시에 상장된 공기업이다. 그런데도 기재부가 임금인상률도, 예산·인원·조직도 다 통제하고 관리해왔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다면 기재부가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공약을 못 지키게 되니까 직원들한테 책임을 떠넘기는 프레임이라고 본다. 인건비를 침소봉대하면서 부채의 주범으로 몰이붙이는 저의가 있다. ‘민영화’다.”

윤석열 정부가 7월5일 내놓은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는 “전력구매계약(PPA) 허용범위 확대” 등을 통해 “독점 판매구조를 점진적으로 해소”함으로써 “시장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전기요금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반면 추경호 부총리는 “철도·전기·가스·공항 민영화는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민영화인가, 아닌가?

“전기 공공성의 의미를 생각해볼 시점”

2001년 이전까지 한전은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발전), 생산한 전기를 변전소로 보내며(송전), 다시 전기를 각 가정이나 기업에 공급한 뒤(배전), 각 가정이나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전기를 파는(판매) 모든 일을 독점해왔다. 그러다 IMF 구제금융 조건으로 화력발전 담당 자회사 다섯 곳과 원자력발전 담당 자회사 한 곳으로 발전 업무를 넘겼다. 송전·배전·판매는 한전이 그대로 가져갔다. 문제가 생겼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100%로 만드는 국제적인 프로젝트 ‘RE100’에 참여하려는 기업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석탄이나 LNG, 원전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만 따로 사야 하는데, 한전은 석탄·LNG·원전·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일괄해서 사들인 뒤 평균단가를 매겨 판매해왔다. 이러면 기업이 한전으로부터 신재생에너지만을 따로 구매할 수가 없다. 이에 한전을 중간에 끼우면 기업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 구매계약을 맺을 수 있는 ‘제3자 PPA’를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도입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분 매각만이 아니라 정부나 공기업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던 서비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민간에 넘기는 일을 민영화라고 부른다면, 이를 민영화의 일종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전기 판매를 사실상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데 다른 주체들이 더 들어오게 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최철호 전국전력노조 위원장이 그리는 미래는 퍽 어둡다. “종전 민영화가 공기업을 매각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돈 되는 부분만 분리하는 식이다. 철도공사가 강남발 알짜 노선을 SRT에 넘긴 것과 마찬가지다. 소비자한테 선택권을 준다는데, 월 100만원씩 요금을 내는 빌딩 고객은 대기업이 다 빼앗아가고, 한전은 월 1만원도 안 내는 지역 산간 고객들만 남아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될 거다. 당장 SK나 KT 같은 통신업자들이 결합상품을 내지 않겠나. 시장지배력을 확보한 뒤엔 수익 극대화를 위해 요금을 올릴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때문에 한전의 역할을 더 키우거나 아예 재국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전국전력노조도 대형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한전이 하도록 전기사업법을 개정하길 원한다.

문제는 신재생에너지다. 신재생에너지는 특성상 전력 생산량이 고르지 않다. 햇빛이 하루 종일 비치거나 바람이 매일같이 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저장장치 기술이 발달하고는 있지만 제한적이다. 한국은 인근 국가와 송·배전 인프라를 공유할 수도 없어 이런 난점이 더 크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기 공급량에 맞춰서 개개인이 수요를 조절하게 하고, 이에 따라 금전적 보상을 주기도 하는 ‘전기 수요의 관리’가 중요해진다. 한전이 화석연료와 원전으로 전기를 대량 공급하는 중앙집권적인 시스템을 넘어서, 지역 공기업과 민간기업, 협동조합, 개인들이 지역 단위에서 전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판매하고 공급하는 ‘분산형 전원’ 시스템이 재생에너지와 더 친화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민영화할 것이냐 다시 국유화할 것이냐,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릴 것이냐 주택용을 올릴 것이냐를 넘어서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전기의 공공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공기업이 독점해서 싼값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공공성인가? (민간기업과 협동조합을 포함한) 다양한 행위자들이 작은 발전소가 되어 재생에너지를 사고팔면서도 적절한 공적 규제가 이뤄지는 미래는 공공성에 반하는가? 지금은 이런 논의가 들어설 공간이 별로 없다. 요금을 5원, 10원 올려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표를 고려할 때 어떤 전기요금과 규제, 전력시장을 만들지 그려봐야 한다.”

공공에 모든 걸 맡겼을 때 혁신이 더 잘 일어날까? 오래된 주제이지만 기후위기 대응의 한가운데에서는 전혀 새로운 의미를 갖는 질문이 된다. 2021년 발전단가는 태양광이 ㎾h당 93.4원, 풍력이 99.3원으로 원전의 56.1원보다는 비싸다. 기술 발전으로 단가가 싸지기 전까지는 많은 사회적 진통이 예상된다. 약 1500원이 오른 7월 전기요금 통지서 뒤에 숨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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