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도 나섰다..尹정부 '전방위 소통' 강화
"안녕하세요? 저 누군지 아세요? 하도 (제가) 존재감이 없다고 그래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오픈라운지(기자간담회 공간)에 등장해 기자들에게 건넨 첫 인사말이었다. 기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 실장이 언론 앞에 공식적으로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실장은 "기자실 한 번 둘러보고 불편 사항 있는지 검토하려고 했는데, 홍보수석이 '와야 된다'고 해서 왔다. 홍보수석이 세다"며 가벼운 말로 운을 뗀 뒤 각종 현안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급 경찰관들이 모여 회의를 열었던 것과 관련해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지적하기도 했고, "국회가 두뇌의 역할을 하게 됐는데, (참모들이) 국회하고 소통을 많이 하게 해달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비서실장은 대통령 비서실의 수장이다. 외교·안보 분야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현안은 김 실장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김 실장은 매일 이른 아침 수석들과 함께 각종 현안 관련 회의를 열기도 한다.
김 실장은 1978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통계청장,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거쳐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지냈다. 앞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경제정책비서관을 맡기도 했다.
경제통에 정무 감각까지 겸비해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기용됐고 호방한 성격과 친화력으로 공직 사회에서 늘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윤 대통령과 친분이 없음에도 새 정부의 비서실장에 기용됐다.
김 실장은 '비서는 말이 없다'는 철학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비서의 역할은 대통령이 더욱 빛나도록 뒤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실장은 이날 자신의 역할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LCD(액정표시장치)화면에 빗대어 설명했다. OLED는 각각의 소자가 스스로 발광하는 반면 LCD는 일개의 소자는 발광하지 않지만 백라이트가 빛을 비춰 화면을 표현하는 원리다.
김 실장은 "OLED는 소자 하나하나가 발광해서 모양은 예쁘지만 자칫 잘못하면 번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OLED TV를 그동안 안 만들었다고 한다"며 "비서실장의 역할은 뒤에서 백라이트 역할을 하는 게 더 맞지 않나. 그런 입장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가끔은 내려와야 한다. 오늘처럼 내려오고, 앞으로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이 내려오라고 하면 또 내려오겠다"며 "다음주부터는 우리 수석들도 열심히 나와서 여러분하고 소통을 많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게 또 대통령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국무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소통 노력에 대통령 참모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의 가치와 정책을 국민들과 더 자주 공유해달라"며 "장관들이 자신감을 갖고 언론에 자주 등장해 정책을 설명해서 스타(star) 장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지시하자 업무보고를 마친 장관들이 기자실에 내려와 직접 브리핑을 진행하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매일 아침 도어스테핑을 계속하면서 내각 수장들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우려, 전면적인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대통령실 참모들에 대한 책임론이 여의도 정가는 물론 용산에서까지 꾸준히 제기되자, 김 실장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하고자 하는 3대(연금·노동·교육) 개혁은 역대 정부에서도 하고자 했지만 못했던 과제들이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개혁 과제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는데, 국민의 이해와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을 통해 우리 정부의 진행 상황과 고민을 있는 그대로 소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김 실장이 처음으로 나선 것"이라며 "앞으로도 소통의 질과 양을 모두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적 채용' 논란 등 각종 현안에 있어 대통령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상당했고, 외부에서는 참모진들이 충성심이 없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였다"며 "이제서야 참모진이 이를 의식해 존재감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은 웬만해서는 참모들을 신뢰하며 맡겨두는 스타일인데 안팎의 조언이 잇따르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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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 kimgu88@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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