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텀블러의 새 삶도 찾아드립니다, 다회용 공용컵 실험
전국 곳곳 '다회용 공용컵' 실험중
대전시사회혁신센터 시범사업
선화동 소재 9개 카페와 협업
'인천 이음컵'은 세척비 50% 지원
서울시청 일대 카페 20여곳서도..
"반환율 높이려면 보증금 필수"
“테이크아웃 하신다고요? 일회용컵 대신 선화보틀에 담아 드릴까요?”
지난 22일 대전 중구 선화동의 한 카페. 무더운 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카페라테를 주문하는 손님에게 점원이 물었다. “선화보틀이 뭐예요?”라고 되묻는 손님에게 점원은 “지구를 살리는 다회용컵”이라고 설명했다. 흰색 고무 뚜껑으로 닫힌 투명컵에는 선화보틀 스티커와 정보무늬(QR코드)가 붙어 있었다. 정보무늬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니 선화보틀 가맹 카페와 반납 거점의 위치가 떴다. 선화보틀을 사용하는 법은 간단하다. 선화동 일대 선화보틀 가맹점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를 다회용컵에 담아 간 뒤 다 마신 컵은 카페와 인근에 놓인 반납함에 두면 된다. 보증금은 없다. 반납함은 가맹점인 카페와 대전평생교육진흥원, 대전테크노파크, 하나은행 대흥동지점 등 선화동 주변 5개 기관에 놓여 있다. 카페 점원은 “ 테이크아웃 하는 손님의 60 %가 선화보틀에 음료를 담아 간다 ”고 말했다 .
선화보틀은 대전시사회혁신센터가 6~7월 동안 시범사업으로 진행한 제로웨이스트(모든 제품을 재사용해 쓰레기 배출을 0에 가깝게 하자는 움직임)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대전시사회혁신센터는 대전충남녹색연합·대전시자활센터·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등 11개 기관·단체, 선화동 소재 9개 카페와 ‘리유즈 대전’ 업무협약을 맺었다. 공유컵은 쓰지 않는 텀블러를 시민들에게 기부받아 활용했다. 시민 20여명은 선화보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알리는 서포터로 활동 중이다. 6월2일~7월17일 한달 반 동안 1466개의 선화보틀이 사용됐고, 이 중 약 72%인 1066개가 회수됐다.
조지영 대전시사회혁신센터 본부장은 “기후위기 시대 도시전환 프로젝트의 하나로 선화보틀을 구상했다. 센터 바로 뒤편에 있는 선화동 카페거리에서부터 시작해 대전시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보고자 했다”며 “다회용컵 회수와 세척은 대전서구자활센터에서 맡아 하고, 세척할 수 있는 공간은 두달간 임시로 임차해 쓰고 있다. 필요 예산은 행정안전부에서 받았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시대 선화보틀과 같은 테이크아웃 ‘다회용 공용컵’이 주목받고 있다. 대전뿐 아니라 서울, 인천, 울산, 부산, 제주 등 전국에서 다회용 공용컵 사업이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스타벅스, 달콤커피 등 시청 일대 카페 20여곳에서 ‘테이크아웃 다회용컵’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음료 주문 때 보증금 1000원을 내고, 다 쓴 컵을 가맹 카페에 설치된 무인자동회수기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반납된 컵은 전문 세척업체가 거둬 가 세척하고 살균·소독한다. 더 나아가 서울시는 시 전체로 다회용컵 사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대여·수거·세척·재공급 시스템을 체계화해 구축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인천시도 지난해 12월부터 ‘인천이(e)음컵’이란 이름으로 다회용 공유컵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5월까지는 인천시청 직원만 대상으로 했다가 6월부터 일반 시민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서울과 같은 보증료 1000원에 자동회수기 반납 방식인데, 지금까지 인천시청과 인천문화예술회관 일대 카페 25곳이 참여 신청을 했다. 소상공인 카페에는 컵 세척비의 50%를 국비·시비로 지원한다.
울산의 ‘도돌이컵’은 보증금 3000원으로, 컵 사용 뒤 참여 카페 어디든 반납하면 현금이나 계좌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울산시내 30여곳의 카페가 참여 중이다. 보증금 2000원의 부산 ‘이(E)컵’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부산시청 주변 카페에서 시범사업으로 사용됐다. 제주도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에스케이(SK)텔레콤 주도로 카페에서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에코제주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공유컵 반환율이 높아봐야 80% 정도인데, 95% 이상은 돼야 스무번 반복해서 쓰는 꼴이 되고 환경 효과도 나타난다”며 “(반환율 제고를 위해선 다회용컵에 대한) 보증금 제도가 필수적 ”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어 “다회용컵 이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과 (환경부에서 추진 중인) 일회용컵에 대한 보증금 부과 방안이 결합되면 다회용컵 사용이 보다 폭넓게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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