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무면허·뺑소니 사고 땐 부담금 높여 사실상 보험 혜택 '0'

28일부터 새 '자동차손배 보장법'
기존 최대 1억6500만원 수준서
향후 피해 규모 따라 수억대 '껑충'

앞으로 음주운전이나 무면허·뺑소니 사고를 내면 높은 사고부담금이 부과돼 사실상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마약·약물을 복용한 상태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8일부터 이 같은 내용의 새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 시행된다고 24일 밝혔다.

새 법은 마약·약물, 음주, 무면허, 뺑소니 사고 등 중대 법규 위반사고 시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는 사고부담금 최고액을 의무보험 한도까지 늘려 사실상 의무보험으로 보상한 피해액 전액을 가해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또 대인 사고의 경우 현재는 사망·부상자 수에 상관없이 사고당 1000만원의 사고부담금만 부과했으나, 새 법은 사망자·부상자별로 각각 사고부담금을 부과하도록 해 가해자의 부담분을 대폭 늘렸다.

새 법은 오는 28일부터 신규 가입 또는 갱신하는 자동차보험 계약에 적용된다. 이는 운전자의 경제적 책임을 강화해 고의성 높은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현재 운전자들이 통상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은 사망사고 발생 시 대인I 1억5000만원 이하(사망기준 손해액), 대물 손해액 2000만원 이하의 경우 의무보험에서 보상해주고 이를 넘는 피해액은 임의보험(대인II+대물)으로 보상해주는 구조다. 중대 법규 위반사고에 대해서는 사고부담금을 부과해 보험금 일부를 구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운전자가 내는 부담금은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음주운전 등의 사고를 내더라도 의무보험 한도 내에서는 사고당 최고 대인 1000만원, 대물 500만원만 사고부담금으로 내면 나머지는 모두 보험사가 해결해준다. 의무보험 한도를 넘겨 임의보험 혜택을 받는 경우는 사고당 대인 1억원, 대물 5000만원의 부담금이 부과되지만, 이 역시 보험사에서 지급한 수억원대의 피해액을 최대 1억6500만원으로 막을 수 있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만취 상태에서 본인 소유 승용차를 운전하던 A씨가 갓길에 주차된 마세라티 승용차를 들이받아 동승한 친구 2명이 사망하고 1명은 척추골절로 전신이 마비되는 중상해를 입고 상대 차량은 8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A씨는 현행 제도상으로는 1억6500만원을 사고부담금으로 내면 됐다. 그러나 새 법 시행 후에는 부담금이 6억5000만원으로 크게 불어난다.

또 마약으로 인한 환각 상태로 운전하던 B씨가 맞은편 차선에서 오던 승용차, 이 승용차를 뒤따라오던 화물차와 연쇄적으로 충돌해 승용차에 탄 일가족 4명이 사망하고 화물차 운전자가 부상 1급의 피해를 봤다면(차량 피해액은 각각 7000만원), 현재는 사고부담금 최고액인 1억6500만원만 내면 되지만 앞으론 부담금이 8억원으로 크게 오른다.

장혜진·유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