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혀오는 수사망에 숨죽인 가상자산업계.. "본보기 될라"

이정수 기자 2022. 7. 2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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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빗썸 등 루나 코인 관련 업체 15곳 압수수색
신현성 티몬 의장 등 권도형 대표 주변 인물도 포함
업계 "본보기 될지 몰라 불안.. 지금은 몸 사릴 때"
검찰 압수수색이 시작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어떤 점이 문제가 될지 모르니 몸을 사리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의 폭락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지난 20일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후, 거래소 관계자 A씨가 한 말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은 업비트를 포함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합수단이 꾸려진 이후 압수수색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정도 규모로 들이닥칠지는 몰랐다는 반응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가상자산 가격 폭락에 국민적인 관심이 몰린 지금, 경미한 사안이라도 걸려들게 되면 ‘본보기’로 큰 처벌을 받게 될까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산 가상자산 루나 폭락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2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2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검찰이 움직이자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거래소들은 루나 거래 수수료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데 반해 투자자 보호는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루나를 상장해 일을 키웠다는 비판도 거래소들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사 방향이 두 가지로 흘러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거래소 중 루나를 상장했던 곳은 투자와 같은 이해 상충 문제가 있었는지, 또는 국내 거래소 중에서 권도형 대표와 테라폼랩스의 자금 세탁 흐름이 있었는지 등이 바로 그것이다.

김동환 블리츠랩스 이사는 “검찰은 루나 관련 이슈에 대해 무엇이든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루나 자금 세탁 이슈 외에도 거래소의 이해 상충 문제, 권 대표의 자금 세탁 문제 등과 관련해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거래소 가운데 거래량이 가장 많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검찰은 국내 거래소 중 가장 많은 조사인력을 배치했고 압수수색 시간도 가장 길었다.

한국산 가상자산 루나 폭락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지난 2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사진은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는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두나무 자회사인 두나무앤파트너스까지 조사에 나선 것은 더욱 두나무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과거 두나무앤파트너스는 루나의 ‘셀프 상장’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루나 2000만개를 사들인 후, 업비트가 루나를 상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루나 코인 가격이 개당 127원에서 7000원으로 오르자, 두나무앤파트너스는 이를 전량 매각했다. 이때 얻은 차익은 14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업비트 관계자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루나 상장은 두나무앤파트너스의 투자 결정과 무관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두 회사의 의사결정은 별도로 이뤄진다”며 “루나 코인 매각도 사태 발발 1년 전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도 검찰 수사망에서 자유롭진 않다. 루나 코인의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했음에도 상장한 경우가 드러나면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루나 사태로 인해 모든 거래소가 긴장한 상황”이라며 “사소한 부분이라도 잘못된 것이라는 판단이 이뤄지면 ‘철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거래소 외에도 검찰의 좁혀지는 수사망에 불안해하는 곳은 많다. 특히 루나 코인에 투자했거나 권도형 테라폼랩스와 인연이 있는 곳이 타깃이 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1일 권 대표와 함께 루나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신현성 티몬 의장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신 의장은 그동안 권 대표와의 ‘거리두기’를 통해 루나 사태와 자신은 무관하다는 점을 알리는 데 안간힘을 써 왔다. 신 의장 측은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던 본인과 루나 관련 영상을 비공개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 의장이 만든 차이코퍼레이션도 “신현성 대표는 루나 사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신현성(왼쪽)과 권도형 테라폼랩스 공동 대표. /테라

업계에서는 검찰의 다음 목표로 김서준 대표가 이끌고 있는 해시드를 지목하고 있다. 루나 코인이 고공 성장하는 데 있어 해시드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해시드는 가상자산 전문 투자 업체로서 주로 블록체인 기업,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회사다.

해시드는 루나 코인의 급격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도 알려진 업체다. 김 대표는 자기 자본을 들여 루나 코인을 대량으로 사들이기도 했다. 한때 그가 보유한 루나 코인의 가치는 4조원가량이었다. 이후 가치가 급락하며 최근에는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에는 루나 코인을 상장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수사가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사실 루나는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시가총액 10위 안에 들어갈 만큼 건실한 코인이었다”며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급격한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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