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용 TRQ 마늘 수입..경매 중단 등 산지 강력 반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를 통해 외국산 마늘 9616t을 수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산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창녕의 한 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마늘 TRQ를 운용한다는 소식이 20일 산지에 퍼지면서 6개 농협과 중도매인이 21∼24일 경매 중단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9600여t 공급 발표
농가·중도매인·농협 곤혹
창녕 등 공판장도 대혼란
“자재값·인건비 크게 올라
팔아도 겨우 생산비 건져
대책 없으면 재배농 망해”
정부가 저율관세할당(TRQ) 제도를 통해 외국산 마늘 9616t을 수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산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마늘 관세는 360%지만, TRQ 물량에는 50%만 부과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2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신선통마늘 7916t, 깐마늘 1700t 등 9616t의 TRQ 마늘 수입권을 공매한다고 밝혔다. TRQ 마늘 수입권을 사려는 유통업체 가운데 높은 가격을 제시한 순으로 낙찰하는 방식이다.
정부의 이같은 계획이 20일부터 산지에 알려지자 국내 마늘 최대 주산지인 경남 창녕의 5개농협(창녕·남지·영산·우포·이방농협)과 합천의 합천동부농협은 21일 산지공판장의 마늘 경매를 전면 중단했다.
창녕의 한 농협 조합장은 “정부가 마늘 TRQ를 운용한다는 소식이 20일 산지에 퍼지면서 6개 농협과 중도매인이 21∼24일 경매 중단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2일 창녕 남지농협과 합천동부농협은 하루 만에 경매를 재개했다. 반면 창녕의 4개 농협은 22일에도 경매를 하지 않았다. 남지농협은 이날이 올해 마지막 경매일이어서 진행했다고 설명했으며, 합천동부농협은 경매를 계속하자는 조합원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TRQ 마늘 수입에 농협과 중도매인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2022년산 마늘의 농가 출하가 한창인 상황에서 외국산 마늘이 낮은 관세를 물고 들어오면 마늘재배 농민은 물론 농협과 유통상인 모두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은 “올해 마늘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15%가량 줄었고 비료·농약·멀칭비닐 등 농자재값과 인건비가 크게 올라 건마늘 상품 기준 1㎏당 경락값이 5500∼6000원은 나가야 농민은 겨우 본전치기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물가안정이란 명목으로 5000원을 겨우 넘는 마늘값을 잡겠다는 정부 조치가 과연 합당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순구 창녕농협공판장 마늘중개인협의회장도 “저가의 외국산 마늘이 낮은 관세로 들어오면 국산 마늘값이 폭락해 그동안 경매에 참여해 매입에 나선 중도매인들은 엄청난 손실을 피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농민·농협·중도매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무기한 경매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판장을 운영하는 농협들은 특히 중도매인이 손실을 볼 경우 외상대금 회수에 차질이 생길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공정표 이방농협 조합장은 “TRQ 마늘 수입으로 중도매인이 손실을 입으면 농협의 대금 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농협이 손실을 보면 그 피해가 농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올들어 20일까지 창녕 5개 농협의 마늘 판매액은 2000억원에 이르며 거의 외상에 의한 미수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민들도 마늘 TRQ 운용 계획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직 출하를 못한 마늘이 쌓여 있는데 수입 마늘이 싼값에 시중에 풀리면 마늘값 폭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민 성두경씨(69·창녕군 대지면)는 “올해 수확한 마늘 1000망(20㎏들이) 가운데 아직 800망을 출하하지 못했다”면서 “값싼 수입 마늘을 시중에 푼다는 것은 마늘농가 다 망하라는 얘기”라며 가슴을 쳤다.
창녕농협 공판장에서 만난 농민 현재환씨(59·경북 경산)는 “주산지가 아닌 곳에서 마늘을 생산하다보니 농협 수매도 없고 (판매를) 상인들에게 의존해야 하는데 최근 TRQ 얘기가 돌면서 상인들 발길이 뚝 끊겼다”며 “창고에 쌓인 마늘 1100망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창녕=김광동, 김소영 기자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