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제 vs 시장도매인제..법원 "강서시장, 영업장소 구분해야"
강서시장 물류동선 분리 안돼
시장도매인·중도매인 불법거래
“분리 조치 거부한 서울시 위법”
행정법원, 강서청과 손 들어줘
서울 강서시장에서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 거래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본지 5월13일자 6면 보도), 강서시장의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해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영업장소를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 “강서시장 경매제·시장도매인제 영업장소 분리해야”=최근 서울행정법원은 강서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 강서청과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장소 분리 조치 시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피고인 서울시의 영업장소 분리 조치 거부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2020년 강서청과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과 ‘서울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조례 시행규칙’을 근거로 서울시에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간 불법 거래를 점검하고 영업장소를 분리하는 등의 개선책을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농안법 제37조는 ‘시장도매인은 해당 도매시장의 도매시장법인·중도매인에게 농수산물을 판매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 제60조는 ‘법인과 시장도매인을 함께 두는 도매시장은 반입·반출 구역을 분리하거나 물류 동선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를 구분·분리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당시 서울시는 “조례 시행규칙 제60조는 2008년 조례로 신설된 후 2015년 조례 시행규칙으로 이관됐기 때문에 2004년 개장한 강서시장에는 소급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의 물류 동선과 반입·반출 구역이 분리돼 있다며 강서청과의 분리 조치 요구를 거부했다.
이에 강서청과는 서울시가 개설자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서울시의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개설자에는 농안법과 서울시 조례 시행규칙에 따라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영업장소를 분리·운영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불법 거래를 용이하게 하고 있다”며 “강서청과의 신청을 서울시가 거부하는 건 농안법상 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써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농안법은 경매제와 시장도매인제 시장을 철저히 분리하고 있는데 이는 서로 다른 유통주체간 거래를 막아 각 시장제도의 유통단계가 증가되는 것을 막음으로써 거래방법 다양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시장도매인제 도입 취지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서울시가 영업장소를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강서시장 내 도로는 아무런 차단시설 없이 모든 건물을 잇고 농산물을 실은 지게차가 경매제 시장과 시장도매인 시장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 물류 동선이 명확히 분리됐다고 볼 수 없다”며 “도로의 물류 흐름을 간이하게 차단하는 조치만 취해도 위법 행위가 상당 부분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강서청과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강서시장 불법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조치가 시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불법 거래 연루 시장도매인·중도매인 행정처분 예고=서울시는 최근 불법 거래를 한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과 중도매인에 행정처분을 확정하고 징계 수위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2021년 11월∼2022년 2월까지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2020년 2년 동안 시장도매인 58개사가 중도매인 144개사와 농산물을 불법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불법 거래 규모는 637억6700만원에 달했다.
농안법 제82조에 따르면 도매시장 개설자는 불법 거래를 한 시장도매인·중도매인 등에 6개월 이내에서 업무정지를 명하거나 지정 또는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강서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행정처분 수위는 업무정지 15일로 확정된 상황이며 시장도매인·중도매인에게 이의 신청을 받고 있다”며 “실제 영업정지가 시행되면 영업상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돼 과징금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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