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성장 없이 단명' 영입정치·'맨땅 헤딩' 지역정치 한계 넘을까

임재우 2022. 7. 25.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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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노회찬·심상정이 없다.' 정의당이 두 사람의 개인기에 의존할 때부터 제기된 지적은 이제 '의례적인 우려'를 넘어 절박한 외침이 됐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기성정당처럼 정의당도 선거를 코앞에 두고 노동조합이나 사회운동 엘리트들을 영입해 이들을 원내에 진출시켰다"며 "그런데 정작 의원이 되고나면 이들을 대중적인 정치인으로 성장시키는 시스템이 없이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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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노회찬·심상정' 키우려면
2016년 2월4일 심상정 당시 정의당 대표가 국회에서 노회찬 국회의원 선거 공동선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포스트 노회찬·심상정이 없다.’ 정의당이 두 사람의 개인기에 의존할 때부터 제기된 지적은 이제 ‘의례적인 우려’를 넘어 절박한 외침이 됐다. 2018년 노회찬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뒤 당의 원톱으로 남았던 심상정 의원도 지난 12일 ‘정의당 10년’을 돌아보며 “심상정의 리더십은 소진됐다”고 토로했다.

정의당에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정치인이 없지는 않다. 개성있는 의정활동으로 이름을 알린 류호정·장혜영 의원이나 군사·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전 의원 등이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비례 초선의원들은 1회성 의정활동 뒤 정치 일선을 떠난다. 낙선과 당선을 반복하면서도 3선을 한 노 전 의원이나, 경기 고양 지역구에서 내리 3차례 이긴 심 의원은 비례대표에서 시작해 지역구 의원으로 거듭난 ‘유이’한 사례다.

‘영입정치’의 한계가 우선 거론된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기성정당처럼 정의당도 선거를 코앞에 두고 노동조합이나 사회운동 엘리트들을 영입해 이들을 원내에 진출시켰다”며 “그런데 정작 의원이 되고나면 이들을 대중적인 정치인으로 성장시키는 시스템이 없이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외부로부터 수혈돼 당내 경험이 미약한 ‘영입형’ 의원들이 당 상황과 겉돈 채 대중적 활동에 의존하게 되고, 임기가 끝난 뒤에는 당을 떠나거나 정치 자체를 그만두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당내 정파에 몸 담은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장수하는 것도 아니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정파형’ 의원들은 당내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 사안에 침묵한 채 ‘조용히’ 의정활동을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 영입형 인재들은 당과 불화하고, 충성도 높은 정파 출신은 자유로운 의정활동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지역정치를 도외시한 정의당의 ‘비례대표 정치’가 지속 가능한 정치인 육성을 가로막는다는 분석도 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비례대표 위주 정당이 되면서 비례순번을 둔 경쟁이 조기화되고, 당내 정치인들을 ‘잠재적 경쟁자’로 보고 경계하는 일이 잦았다”며 “한 의원이 특정 아젠다를 들고 일어서도 ‘지원사격’ 없이 혼자 떠들다 시드는 일이 반복된 이유”라고 말했다.

일선 정치현장에서는 진보 정치의 ‘인력 풀’ 자체가 부족한 상태라고 본다. 전직 진보정당 활동가는 “진보정치의 ‘인물 고갈’은 비단 정의당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진보적 시민사회 운동 진영의 쇠퇴와도 연관돼 있다”며 “사회운동이 예전 같지 않다보니 현장에서 리더십과 정치역량을 쌓은 사람 자체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다”고 했다. 민주화 운동 시절, 노동운동가에서 정치인이 된 ‘심상정·노회찬’ 모델이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결국 진보 정치권의 새 인물을 찾으려면 우선 외부 영입정치인들의 ‘정치적 단명’과, 지역 정치인의 ‘맨땅에 헤딩’을 끊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성을 갖춘 비례의원들에게 과감하게 추가 공천 기회를 부여하는 동시에, ‘중앙정치’에 편향된 당의 역량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장 정치인들을 지원하는 데에도 투입해야 한다는 것다. 김윤철 교수는 “당의 이념정치적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비례의원이라면 다음 총선에서 비례로 더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당 활동의 기반을 중앙정치가 아닌 지역에 두고, 지역에서 성과를 축적한 이들을 공천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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