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부러 손해?' 평택항 배후부지, 수상한 '소유권 바꿔치기'
'영진공사→영진공사 자회사'로 넘어간 지분..제3자가 11억원 시세차익
안봐도 되는 손해 본 영진공사..'더 큰 이득' 포기한 듯한 홀리랜드
시세차익 11억원 도착지는 어디?..의혹 증폭
▶ 글 싣는 순서 |
① '나라 땅도 내 땅'…항만배후부지 손에 넣은 재벌가 ② '350억 쓰고 1억5천만원 돌려받아'…민간에 다 퍼준 항만 개발 ③ '평택항 특혜'의 핵심 키워드…규제 뚫은 '부대사업' ④ '과실? 묵인?' 알짜 배후부지 '개인소유권' 내준 평택시 ⑤ 주차장·공터…평택항 배후부지엔 항만이 없다? ⑥ '투기세력 먹잇감' 된 평택항 배후부지…'비밀계약' 파문 ⑦ 평택항 배후부지 비밀계약서에 등장한 '현대家 정일선' ⑧ '일부러 손해?' 평택항 배후부지, 수상한 '소유권 바꿔치기' (계속) |
정부가 10여년 전 민간개발사업으로 추진한 '평택·당진항 동부두 배후부지 분양사업'이 일부 기업인과 그 가족 등의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영진공사의 수상한 '소유권 바꿔치기' 배경에도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영진공사→영진공사 자회사'로 넘어간 지분…제3자가 11억원 시세차익
땅을 나눠 가진 개인은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을 비롯해 한동건설 임원을 지낸 신동화 씨, 특수목적용 기계 제조업종인 ㈜인테스 김선홍 대표와 인테스 담당 회계사 김○○ 등이다.
이들은 해당 부지의 지분을 나눠 사들이기 위해 영진공사가 분양사와 계약하기 직전 이를 약속하는 '비밀계약서'까지 작성했다.
이들 가운데 신동화 씨는 이 비밀계약을 통해 얻은 땅 7933.9㎡(옛 2400평) 땅의 지분을 2008년 6월 역시 비밀계약을 통해 자신이 공동투자해 설립한 업체 홀리랜드익스피리언스아시아㈜(이하 홀리랜드)에 무상 양도했다. 홀리랜드도 이후 다시 한번 비밀계약을 체결한다. 신씨로부터 양도받은 땅을 2009년 8월 영진공사의 자회사 ㈜디티씨에 ㎡당 30만2499원(평당 100만원)을 받고 매각한 것. 홀리랜드는 테마파크 운영·관리와 부동산 컨설팅 등을 주업무로 하는 업체로 항만 개발과 무관한 곳이다.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항만배후부지 A구역 중 7933.9㎡ 땅은 실제로는 '영진공사 → 신동화 → 홀리랜드 →디티씨' 거쳤지만 배후부지 분양계약서와 부동산 등기부 등본 등 공적 서류에는 '영진공사 → 디티씨'가 땅을 주고받은 것처럼 기록됐다.
결과적으로 비밀계약을 통해 영진공사로부터 땅을 넘겨받은 신씨는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했고, 그가 공동 창업한 홀리랜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11억3천만원의 '시세차익'을 봤다. 반대로 영진공사는 이미 분양받은 땅을 11억3천만원 더 지불하고 자회사에게 지분을 넘긴 상황이 됐다.
안봐도 되는 손해 본 영진공사…'더 큰 이득' 포기한 듯한 홀리랜드
영진공사가 애초 부지 분양을 받을 당시 작성한 내부 보고서를 보면 영진공사는 애초 낙찰받은 A구역을 3등분해도 토지 시가가 평당 150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분양가 기준 51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디티씨 역시 홀리랜드로부터 땅을 매입할 당시 '주변시세가 평당 150만원이고 해당 부지도 앞으로 평당 150만~200만원의 지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
A구역은 2010년 분양 이후 꾸준히 가격이 올라 지난해에는 ㎡당 78만3541원(평당 259만원)에 거래됐다. 항만 개발과 무관하지만 부동산 컨설팅 업무도 했던 홀리랜드가 신씨로부터 양도받은 땅의 가치가 꾸준히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했는데도 1.9배의 시세차익만 본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영진공사는 안 봐도 되는 손해를 봤고, 홀리랜드는 '더 큰 이득'을 포기한 듯한 부동산 거래를 한 것이다.
또 영진공사는 지분이 신씨와 홀리랜드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영진공사가 재매수하는 게 이익인 데 자회사인 디티씨가 매수하도록 방치했다.
시세차익 11억원 도착지는 어디?…의혹 증폭
이같은 배경에서 홀리랜드가 얻은 11억3000여만원의 시세차익의 최종 도착지가 홀리랜드가 아닌 신씨 혹은 영진공사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영진공사가 신씨 혹은 홀리랜드와 어떤 '대가성' 거래를 했거나, 영진공사가 자회사로 땅의 지분을 넘기면서 '자금 세탁' 경로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미다. 특히 신씨와 홀리랜드의 거래가 공적문서인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거래라는 점에서 의혹이 증폭된다.
해당 토지거래를 두고 영진공사와 신씨 측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진공사 관계자는 "영진공사의 평택당진항 내 토지 거래는 여러 요인들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진행된 성격이 짙다"면서도 "당시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씨도 "동업자와 함께 홀리랜드를 설립한 건 맞다"면서도 "당시 일은 너무 오래 지나 왜 지분을 홀리랜드로 넘겼는지 등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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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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