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성 혼자 사는 집, 코박고 엿봤다.. CCTV에 딱 걸린 그놈

지난 4월 19일 오후 7시쯤 한 남성이 서울 동작구의 한 다세대주택에 혼자사는 20대 여성 집 화장실을 훔쳐보는 장면이 이 여성이 설치한 CCTV에 찍혔다.

서울 동작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혼자 사는 여성 이모(28)씨는 지난 4월 12일 퇴근 후 현관문 근처에 자신이 설치해 뒀던 CC(폐쇄회로)TV 영상을 확인하고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고 한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이씨 집 화장실 창문에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이 담겼던 것이다.

이씨는 지난 4월 3일 이 다세택주택 3층으로 이사했다. 오래된 집이라 현관 인터폰도 없었고 새벽에 취객이 이씨 집 현관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치는 경우도 있었는데 복도나 계단에도 CCTV가 보이지 않았다. 불안했던 이씨는 자비를 들여 현관문 왼쪽 세탁실에 CCTV를 설치했다. 수상한 움직임이 감지되면 이씨의 휴대전화로 알림이 가도록 설정된 CCTV였다.

4월 12일 집 안에 있던 이씨가 영상을 확인한 것도 ‘CCTV 알림’이 울렸기 때문이다.

수상한 남성은 같은 달 14일, 19일, 21일까지 모두 4번에 걸쳐 이씨의 집 화장실 창문에 얼굴을 밀착시켜 내부를 훔쳐봤고 그 장면이 CCTV에 찍혔다. 이씨는 이사를 오자마자 화장실 창문의 불투명 유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테이프로 막아뒀는데 이 남성은 테이프로 막기 어려웠던 틈새로 내부를 훔쳐봤다.

지난 4월 14일 오후 7시쯤 한 남성이 혼자사는 20대 여성 집 화장실 안을 들여다 보고 있다.

이씨는 휴대전화로 ‘CCTV 알림’을 받을 때마다 창문의 검은 그림자를 눈으로 확인하고는 몸이 얼어붙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본지가 입수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지난 4월 14일 오후 7시 51분쯤 170㎝ 정도 되는 키에 회색 후드와 검은색 바지 차림의 남성이 복도에서부터 걸어와 까치발을 하고 불이 켜져 있는 이씨 집 화장실 창문에 얼굴을 들이미는 모습이 찍혔다. 약 19초 정도 그러다가 돌아가는 척하더니 멈춰선 후 7초간 기다리다가 다시 와서 같은 행동을 하고 현관문에 귀를 대기까지 했다. 4월 19일에는 화장실 창문과 그 옆에 있는 현관문까지 열려고 시도했다. 이 남성은 집 안에 이씨의 인기척이 있는데도 현관문 앞에서 3분간 머물기도 했다.

이씨는 이 남성이 올 때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사라져 번번이 놓쳤다. 하지만 CCTV에 찍힌 이 남성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수사 반경을 넓힌 결과, 서울 동작경찰서는 39살 박모씨를 범인으로 붙잡았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고 한다. 경찰은 결국 지난 5월 박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피해자 이씨는 본지에 “내 진술만 갖고는 경찰이 범인을 잡지 못했을 것”이라며 “적지 않은 여성들이 ‘스토킹 범죄’에 노출돼 있을 텐데 그나마 나처럼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는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