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미·중관계사] 고립주의와 대공황에 中 지원 어려워진 美

1937년 7월부터 일본은 이른바 ‘루거우차오 사건’(盧溝橋, 7·7사변)을 일으키면서 1931년 점령한 중국 만주에서 남하하는 전쟁을 본격적으로 일으켰다. 그해 말 중국 연해 지역 대부분과 난징 등이 점령됐다. 미국의 지원과 구원이 절실해진 장제스 정부는 1937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에 지원을 요청했다. 5000만달러 차관을 시작으로 1939년에는 이를 1억달러로 올렸다. 그러나 중국 앞에는 이미 큰 난관이 있었다.

당시 미국이 견지한 고립주의 정책이다. 1935년 8월 ‘중립법’(the Neutrality Act)을 채택하면서 미국은 정책을 입법화했다. 이 법은 전쟁 중인 나라에 탄약, 무기 등의 수출 금지와 미국 방산업체의 수출 제한을 골자로 한다. 이후 이 법은 미국인의 호전국(好戰國) 상선 탑승과 호전국에 대한 미 상선의 외국산 무기 수송 금지 조항을 추가했다. 1939년에는 모든 호전국에 대한 금수 조치도 포함시켰다.

‘중립법’에 서명한 직후 기뻐하는 루스벨트 대통령(왼쪽). 출처:위키피디아

그러자 장제스 정부는 우회로를 택한다. 1939년 7월 미국에 국채 매입 방식으로 7000만달러의 중국 은화 구매, 5000만달러의 미 수출입은행 차관, 5000만달러어치의 주석(朱錫) 구매를 요구했다. 추가로 7500만과 2500만달러의 차관도 요청했다. 주석은 10년 계약으로 10만t어치를 3500만달러로 책정했으나 결과적으로 7500만달러로 올리는 것이었다. 게다가 12월 국민당 정부는 추가 차관뿐 아니라 미 의회에 중국 전쟁 구제기금 설립도 요구했다.

그렇다고 미국이 국민당 정부에 재정 및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미국은 유럽 전쟁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또 세계가 경제공황을 겪으며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은화 가치도 급격히 하락했다. 중국에 제공한 차관 상환이 중국 은화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값을 매기기 어려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장제스 총통은 1941년 말 자신의 처형 쑹쯔원과 처 쑹메이링을 미국에 급파하며 돌파구를 모색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