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전후 최초 여성총리 나오나..조기총선 촉각

전성훈 2022. 7. 24.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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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 당수 멜로니, 정계 최대 관심 인물로 부상
이탈리아 우파 3인방. 왼쪽부터 극우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형제들의 조르자 멜로니, 전진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할까?'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이끌던 내각이 내분 속에 붕괴하고 9월 조기 총선이 확정되면서 이탈리아 정계가 본격적인 선거 국면으로 진입하는 양상이다.

좌·우 주요 정당들은 벌써 표심에 호소할 주요 정책 공약을 가다듬는 등 유세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현지 정가에서는 특히 정당 지지율 1위인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 당수인 조르자 멜로니 하원의원의 동향에 부쩍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최근의 여론 추이를 토대로 한 총선 판세는 이탈리아형제들이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또다른 극우당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 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FI) 등 3당이 속한 '우파연합'에 유리하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3당이 힘을 합할 경우 상·하원 과반 의석도 가능하다.

이럴 경우 지지율 상으로 우파연합 최선두에 있는 이탈리아형제들 당수가 총리직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이탈리아형제들의 정당 지지율은 23% 안팎으로, 동맹·전진이탈리아의 지지율의 합과 비슷하거나 약간 더 높다. 범좌파 정당 중 1위에 올라있는 중도 좌파 정당 민주당(PD)보다도 약 1%포인트 앞서 있다.

멜로니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이유다.

올해로 45세인 멜로니는 로마가 고향인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다.

불과 15세 나이에 네오파시스트 성향의 정치단체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청년 조직에 가입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1995년 해체된 MSI는 1946년 파시스트 창시자인 베니토 무솔리니 지지자들에 의해 창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06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됐고, 2008년에는 31세 나이로 당시 베를루스코니 내각의 청년부 장관으로 입각하며 이탈리아 정계 역사상 최연소 장관의 기록을 썼다.

이탈리아형제들의 당수로 올라서며 중앙 정치무대에 존재감을 각인시킨 것은 2014년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투표한 뒤 투표장을 떠나는 조르자 멜로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18년 총선에서는 4% 득표율로 동맹(17%), 전진이탈리아(14%)에 크게 뒤졌지만 절치부심하며 4년 만에 우파 대표주자로 그 위상을 정립했다.

멜로니는 당수로 취임한 이래 반이민·난민 입장을 고수하면서 수시로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줄곧 야당 자리를 지키며 연립정부와 내각의 실정을 비난해온 것도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멜로니는 작년 2월 좌·우 주요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드라기의 거국 내각 참여를 거부하고 독자 행보를 해왔다.

동맹이 지난 총선 직후 범좌파에 속하는 오성운동(M5S)과 첫 연정을 구성하고 드라기 내각에도 참가함으로써 노선이 다소 흐릿해졌다는 비판을 받은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근래 내각에 일절 가담하지 않았기에 실정에 대한 책임과 비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중앙정부를 공격할 수 있었고, 이것이 보수 유권자들에게 '참신하고 강인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멜로니가 총리가 되려는 의지에 걸맞은 정치적 역량을 가졌는지, 내각을 이끌 준비가 돼 있는지 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 부호가 달린다.

유럽연합(EU)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지도 관건이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전후 최악의 경기 후퇴를 겪은 이탈리아는 EU가 2026년까지 제공하는 코로나19 회복기금 1천915억 유로(약 257조원)를 종잣돈 삼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서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U는 기금 제공을 조건으로 다양한 사회·경제 개혁을 요구하는데, 드라기 총리 내각의 최대 과제도 국가 개조에 버금가는 관련 개혁 청사진을 수립하고 제대로 이행하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국제사회에서는 파시스트의 이념적 뿌리를 가진 것으로 의심받는 멜로니가 집권할 경우 이탈리아 정치가 급격하게 우경화할 수 있는 우려의 시선도 거두지 않는다.

멜로니는 최근 발간한 자서전에서 파시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나 당내에는 파시스트적 경례를 일삼고 무솔리니를 찬양하는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있다.

무솔리니의 손녀 가운데 한 명으로 작년 10월 로마시의회 의원에 재선된 라켈레 무솔리니(47)도 이탈리아형제들 소속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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