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 시리아 교수 "머릿속 비우는 일도 해야 창의력·상상력 자라"
초미세 액체 연구 통해 생명 근원 밝히고 불치병 치료 모색
“자녀를 과학자로 키우고 싶으면 놀거리와 충분한 시간 줘야”
“자녀들을 과학자로 키우고 싶거든 아이들에게 놀거리를 주고 마음껏 즐기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세요.”
전북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의 석학 알렉산드로 시리아 ENS 교수(39)는 지난 2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모르는 것을 더 알고 싶은 호기심과,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의력이 오늘의 나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며 “한국 학생들은 모든 지식을 머릿속에 쌓는 데 집중하는데, 머릿속을 비우는 일도 해야 상상력과 창의력이 자라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교수는 앞서 19일 전북대 교수들을 상대로 ‘나노급 물과 이온의 전송(water and ion transport at the nanoscale)’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전북대가 ‘기초과학의 연구메카 조성’을 취지로 세계적인 과학자를 초청하는 행사 중 하나다.
프랑스 최고 수재들이 다니는 파리고등사범학교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ENS)’에 재직 중인 시리아 교수는 나노플루이딕스(Nanofluidics)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나노급(1/1,000,000,000m)의 초미세 액체 연구를 통해 생명 현상의 근원을 밝히고 암 등 불치병 치료 연구에 성과를 내고 있다.
평생 논문 1편만 실어도 영광이라는 사이언스·네이처 및 그 자매지에 연구논문을 벌써 17편이나 게재했다. 28세 때 유럽 최고의 젊은 인재들을 발탁하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종신연구원으로 뽑혀 평생 연구지원금을 받고 있다. CNRS는 유럽 최대 기초과학연구기관으로 네이처 기여도 1~2위를 다툰다.
그는 “열 살 무렵 현미경으로 나의 혈액을 들여다본 순간 신비로움과 경이를 느꼈으며, 과학이 내 마음으로 확 들어왔다”며 “이후 현미경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면서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것을 게임처럼 즐긴 것이 과학자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부모들은 게임을 무조건 못하게 막는데 되레 건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게임을 한다는 것은 재미가 있고, 단계별로 업그레이드되면 더 잘하게 돼 더 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창의력이 길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시리아 교수는 “한국의 중·고교 학생들이 입시와 성적을 위해 기계적인 암기와 문제 풀이에 치중하고 있다면 이는 목적 없이 뛰는 달리기와 다름없다. 호기심을 키우고 창의력을 길러줘야 할 과학교육의 본질과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라면서 “창의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때때로 머릿속 비우기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자신의 경우 생각이 막힐 때마다 1~2시간씩 산책을 하고, 2~3일에 한 번은 반드시 땀을 흘리는 등산, 자전거 타기 등 스포츠를 즐긴다고 전했다. 머리를 비우는 ‘생각 멈춤’은 하면 좋은 게 아니라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그런 여건을 국가와 부모들이 전향적 자세로 만들어 줘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과학자들은 매우 수준이 높고 지적이며 특히 다이내믹한 게 매력적”이라며 “기회가 되면 한국 젊은이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인류에 공헌할 새로운 발견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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