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 다주택자 규제 완화' 윤 정부, 마지막 퍼즐은 임대차법 폐지?
취임 직후 두 달여간 ‘부동산 정책’
양도세 중과유예·보유세 감면 주력
세입자 주거 대책 발표 당일에도
“임대차법 개정 사회적 논의 필요”
‘폐지’ 겨냥한 시그널에 업계 시끌
전문가들 “임차인 권리 강화할 때”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다주택자들의 ‘몰표’를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대선 개표결과 자료를 보면 윤 대통령은 서울 강남(67.01%), 서초(65.13%), 송파(56.76%), 용산(56.44%) 등 4곳에서 서울 평균득표율(50.56%)을 훨씬 상회하는 표를 얻은 것으로 나온다.
윤 대통령에게 많은 표를 던진 자치구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서울에서 가장 다주택자 비율이 높은 자치구 ‘톱5’ 중 4곳이라는 점이다. 통계청의 2021년 주택소유통계 자료를 보면 서울 다주택자 비율은 강남(19.7%), 종로(19.0%), 서초(18.9%), 용산(17.9%), 송파(17.7%) 순으로 높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 폐지”를 전면에 내걸었고, 다주택자들이 이에 호응한 결과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전국으로 확대해보면 주택 2건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232만명이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표차는 26만표다. 부동산 업계에서 “다주택자가 대선 승패를 갈랐다”는 평이 나온 배경이다.
■다주택자 규제완화에 ‘올인’
윤 대통령 취임 후 두 달여가 지난 현시점까지 부동산 정책은 ‘기-승-전-다주택자 혜택’으로 요약된다. 취임 당일인 지난 5월10일에 윤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이기도 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가 시작됐다. 이전까지 다주택자는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매할 때 기본세율(6~45%) 외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최대 30%포인트의 중과세율을 추가로 적용받았다.
당시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2~3주택을 가진 다주택자가 매매가 15억원 주택을 10년간 보유해 5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을 경우 내야 하는 양도세가 중과 유예를 통해 1억4000만~1억9000만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윤 대통령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다주택자 부동산세 감면에 나서는 중이다. 지난 6월16일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경방)을 통해 대대적인 주택 보유세 감면안을 내놓았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단행된 이 대책은 표면적으로는 모든 집주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보이지만, 연간 수천만원의 보유세 혜택을 받는 계층은 고가의 주택들을 소유한 다주택자들이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산출한 내역을 보면 주택 합산 공시가격이 50억원가량인 다주택자는 이 정책으로 연간 6000만원 가까이 절세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21일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를 법으로 아예 폐지하고, 주택 수가 아닌 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개편안을 공개했다. 6월 발표된 보유세 감면안이 법개정이 필요 없는 행정조치를 통한 ‘임시 감면’에 해당한다면, 21일 발표된 부동산세제 개편안은 법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영구적(재개정 시까지)으로 감면해주기 위한 조치에 해당한다.
매월 쏟아진 부동산세 감면 정책 덕에 다주택자들은 부동산의 보유와 거래에 있어 모두 숨통이 트였다. 양도세 중과 유예의 경우 내년 5월9일까지 아직 기한이 넉넉하고, 상황에 따라 기한이 연장될 수도 있어 서둘러 집을 매도할 이유가 없어졌다. 보유세 부담을 느껴 굳이 ‘급매’ 등으로 집값을 내려서 내놓지 않아도 된다.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매시장이 유례없는 거래절벽 시기인 터라 급매로 내놓아도 매매가 잘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보유세를 크게 낮춰준 덕에 가격 하향 압박을 받던 다주택자들이 한결 여유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임대차법 폐지’ 마지막 퍼즐될까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규제, 공급, 금융으로 나눠봤을 때 다주택자 규제완화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현재까지 내놓은 유일한 부동산 정책이기도 하다. 공급 정책의 경우 8월 중 발표가 예고돼있고, 금융의 경우 생애최초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 상승 등 일부 조정이 있었지만 큰 변화는 없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다주택자 거래세를 낮추는 기간만큼은 보유세 강화를 유지해야 시장에 매물이 출하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될 수 있다”며 “매물을 내놓아도 거래가 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 가운데 보유세 완화라는 시그널이 나와서 주택시장은 더욱 답보 상태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시선은 이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골자로 한 ‘임대차3법’(임대차법)의 폐지로 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비상경제회의에서 ‘주거분야 민생안정방안’을 공개하면서 “임대차법 개정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거분야 민생방안은 주로 세입자 대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담긴 현 임대차법은 세입자 단체 등이 존치를 요구하는 법안 중 하나다.
세입자 대책을 발표하는 당일에, 대통령이 임대차법을 겨냥한 발언을 한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평가다. 임대차법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수차례 “폐지하는 게 소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에 가장 반대하는 계층 역시 다주택자들이다. 세입자에게 최대 4년간 거주 기회를 부여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은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사고팔 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거래가 급증했던 2020년의 경우 세입자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 비율이 40~50%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 임대차법이 규정한 전·월세상한제 역시 다주택자들에겐 눈엣가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임대차 안정의 지속화를 위해서는 임대인 특혜 정책이 아닌, 임차인 권리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며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전·월세 인상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최근 시기에 임대차법을 폐지할 게 아니라 법개정을 통해 세입자 보호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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