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효과는 이론적 이야기..실제 투자 증가 사례 없어"
직접적 연관 연구 결과 드물어
MB 때도 사내 유보금만 늘려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기업 위축
SK하이닉스 등 “투자 재검토”
정부가 대규모 법인세 감세 내용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낙수효과’론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법인세를 인하해 기업의 세후 이익률이 높아지면 그만큼 투자가 활성화되고 경기가 더 살아날 것이라는 주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관련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2일 자료를 내고 “법인세율 인하 등 조치로 투자 여력이 높아져서 투자·고용이 증가돼 경제 활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다양한 실증 연구에 따르면 법인세율 인하는 투자·고용 증가 효과가 있다고 분석되며 미국 등 외국 사례에서도 기업 투자가 증가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세제개편안 발표 후 제기된 낙수효과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 정부가 직접 반박한 것이다.
기재부는 그 근거로 국내외 연구기관의 보고서 등을 인용했다.
기재부가 소개한 2016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와 2017년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 등을 보면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투자율은 0.2% 늘고 법인세율을 3%포인트 인상하면 투자는 0.7%, 고용 0.2%, 국내총생산(GDP)은 0.3%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조세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보는 전문가도 많다.
<재정학>을 집필한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달 정부가 법인세 인하 내용을 담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을 때 자신의 블로그에 “법인세율의 인하가 투자의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뿐더러 투자세액공제 제도 등 적극적인 투자 유인의 제공도 이렇다 할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조세가 투자 행위에 대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이론적 평가는 컨센서스(일치된 의견)에 가깝다”고 썼다.
이론상 설령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 여력을 키우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변수가 개입하는 현실에서는 반드시 그 효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를 낮추면 세후수익률이 높아져 투자가 증가한다는 건 이론적으로는 맞을지 모르지만 ‘운동을 하면 건강해진다’ 수준의 원론적인 명제”라며 “수많은 요소가 작용하는 현실에서 법인세 인하 효과를 측정하는 건 쉽지 않고, 최근 사례만 보면 법인세 인하로 투자가 늘었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규모 감세정책이 대표적인 예다. 2008년 정부는 지금처럼 낙수효과를 거론하며 법인세를 25%에서 22%로 인하했지만 정착 기업들은 사내 유보금만 늘리고 실제 투자는 확대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9년 국내 20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 액수는 322조4490억원에서 2013년 588조95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이들 기업의 실물투자액은 같은 기간 33조30억원에서 9조6060억원으로 70% 이상 감소했다.
오히려 현재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안 좋은 만큼 법인세 인하가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청주 반도체 공장 증설을,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 배터리 공장 투자계획을 재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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