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벽지·수압·걸쇠..전문가 조언에 든든"
공인중개사가 매니저로 동행
세입자 관점서 꼼꼼히 살펴
직거래 시 범죄 노출 막지만
중개소 통할 땐 역할 충돌도
서울 모 대학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 1학년 한모씨(19)는 다음 학기부터 자취를 하기 위해 얼마 전 학교 인근 원룸을 알아보려는데 걱정이 앞섰다. 방을 구한다고 하면 지인들은 으레 “사기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막막한 마음에 시간만 보내던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울시의 ‘1인 가구 전·월세 안심계약 도움서비스’를 알게 됐다.
한씨는 지난 19일 성북구청에서 주거 상담을 받고 현업 공인중개사인 주거안심매니저와 함께 정릉동 원룸들을 돌아봤다. 그는 “본가가 경기도에 있는 데다 낮에는 부모님이 일하셔서 같이 집을 보러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전문가가 직접 동행해주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벽지가 이쪽만 도배돼 있네요. 전체를 다 해야 할 것 같은데….” 주거안심매니저 이수연씨(59)가 복층 구조로 된 7평짜리 오피스텔에 들어서며 말했다. 이씨는 수압이 적절한지, 창이 남쪽으로 나 있는지, 잠금장치는 안전한지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2만원. 관리비 7만원까지 합하면 매달 지출할 주거비는 사실상 60만원 가까이 된다. 머뭇거리는 한씨에게 이씨는 “급하게 결정하지 않아도 되니 천천히 살피라”고 말했다. 원룸 네 곳을 보고 돌아간 한씨는 이날 저녁 월세로 집 계약을 완료했다.
서울시는 지난 4일부터 한씨처럼 부동산 정보에 취약한 1인 가구가 안심하고 전·월세를 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1인 가구 주거 안정 대책 중 하나인 이 사업은 현재 성북·서대문·관악·송파·중구 등 5개 자치구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성북구 지적과 조정길 주무관은 “무조건 계약을 권장하기보다는 세입자 관점에서 집의 조건을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함께 고민해주는 게 이 사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조 주무관은 “요즘엔 모바일용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직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턱대고 집을 보러 갔다가 범죄에 노출될 우려도 있다”면서 “특히 20·30대 여성이 안전하게 집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범 사업 중이라 보완할 점도 있다. 이씨는 “세입자가 부동산 중개를 통해 계약을 진행할 때 주거안심매니저의 역할이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주거안심매니저는 서울시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추천을 받아 각 지역 사정을 잘 아는 현직 공인중개사 중에 위촉한다. 사실상 현장에 동행하는 공인중개사가 두 명이라서 중개사들 사이에 ‘오묘한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한씨에게 방을 보여준 공인중개사 정모씨(56)는 “사업의 취지는 좋으나 안심매니저가 함께 온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당황했다”면서 “이 지역에서 오래 열심히 일해왔는데 다른 중개사가 동행한다는 것에 살짝 자존심이 상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5개 자치구에서 시범 운영 중인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고 개선점을 보완해 다른 자치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안심매니저가 꼭 공인중개사일 필요는 없다”면서 “서울시 주거복지센터 활동가 등을 활용하는 식으로 보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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