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발령 류삼영 "경찰국 신설되면 어찌 되는지 보여준 인사"
“이렇게 빨리 조치할 줄 몰랐다…후보자 의중 아니었을 것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 장악하면 경찰들 누굴 쳐다보겠나”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된 류삼영 총경은 24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렇게 (징계가) 빨리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인사조치를 두고 “경찰국이 신설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경찰 인사권이 장관에게 가면 이보다 더한 일이 빠른 속도로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울산 중부경찰서장인 류 총경은 전날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회의 종료 2시간 만에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로 대기발령 조치됐다. 1984년 경찰대학 4기로 입학해 부산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 부산 영도경찰서장 등을 거쳤으며 지난 1월 울산 중부경찰서장에 보임됐다. 다음은 류 총경과의 일문일답.
- 대기발령 조치를 예상했나.
“뭔가 (일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렇게 (징계가) 빨리 올 줄은 몰랐다.”
- 대기발령 통보를 받은 심경은.
“각오를 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았다. 경찰국이 신설되면 어떻게 되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좋은 계기라 생각했다. 경찰 인사권이 장관에게 가면 이보다 더한 일이 빠른 속도로 벌어질 거다. (행안부가) 인사권을 가지고 재갈을 물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 회의에 참석한 총경 56명 전원이 감찰 대상이 됐다.
“대기발령 소식에 다들 저를 격려하는데, 저는 그분들이 염려가 된다. 단체대화방에서 논의가 이어지는 중인데, 다 확인하지는 못했다.”
- 회의 도중에 경찰청이 강경한 입장을 내놨는데.
“회의 전날(22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측에서 회의를 마치면 다음주 월요일(25일)에 오찬하면서 회의 결과를 들려달라고 했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회의 진행 중이던 오후 4시쯤 해산하라고 직무명령이 내려왔다. 갑자기 기류가 바뀐 것이다.”
- 이번 인사조치가 지휘부의 뜻이 아니라고 보는 건가.
“그렇다. 후보자의 의중이 아니었을 것으로 본다.”
- 일각에선 서장 회의를 두고 ‘경찰대 이기주의’라고 비판한다.
“회의 참석자 중에 경찰대 출신만 있는 게 아니다. 간부후보생, 행시 출신, 순경 출신 등 각계각층이 망라됐다. 경찰 전체 총의를 각개격파하고, 이상한 프레임으로 끌고 가려는 잘못된 시도라고 본다.”
-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권이 커졌다. 통제받아야 하지 않나.
“모든 통제를 거부하는 게 아니다.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해서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거다. 경찰위 구성을 정치적으로 균형있게 하고, 대통령이나 총리 직할로 둬서 위상을 격상시키면 된다. 경찰국 신설은 경찰권을 우격다짐으로 행안부 장관이 그냥 가져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럼 장관은 누가 통제하나. 권력은 나눌수록 좋지, 모이면 위험해진다.”
- 경찰국 신설은 왜 문제인가.
“증거가 있다. 1970~1980년대 경찰이 내무부에 소속된 치안본부였는데, 그때 우리 선배 경찰들이 잘하지 못해서 민주열사의 생명을 빼앗고 피를 흘리게 했다. 결국 시민들 항거를 받게 됐다. 그때의 구조가 지금 만들겠다고 하는 (경찰국) 구조와 유사하다. 행안부가 경찰 인사권을 가지고 장악하면 경찰들이 누구를 쳐다보겠나. 경찰이 장관만을 쳐다보면 장관이 지시를 해서 시민들을 해칠 수가 있다. 과거의 역사가 그 증거다. 그렇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거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 장악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번 인사를 보면 안다. 까불면 죽여버리고, 말 안 들으면 목을 날리겠다는 경고다.”
-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나.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노력을 계속하겠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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