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검로경불'
'경찰국 반발' 경찰서장 회의엔 즉각 대기발령·감찰
직권남용 논란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리자 경찰 지휘부가 회의를 주도한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하고 회의 현장에 직접 참석한 총경 전원을 감찰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대통령실은 24일 “부적절한 행위”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했다. 올해 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 국면에서 평검사 회의, 부장검사 회의, 검사장 회의, 고검장 회의가 잇달아 열릴 때는 검찰의 집단행동을 지지했던 여권이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서는 징계와 감찰의 칼을 빼든 것을 두고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 지도부가 경찰서장 회의 해산을 지시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경급 경찰관들은 전날 오후 2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4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전국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총경 19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 장소로 무궁화 화분을 보내 지지 의사를 밝힌 총경 수는 357명에 달한다. 전국의 총경급 경찰관은 600여명으로 절반 이상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 입장을 제시한 것이다.
총경들은 회의 후 입장문에서 “참석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경찰 지휘부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경찰청은 회의 시작 2시간 뒤인 이날 오후 4시쯤 경찰인재개발원장을 통해 해산을 지시했다. 이어 회의 종료 30분 전인 오후 5시35분 입장문을 발표했다. 경찰청은 입장문에서 “이번 총경급 회의와 관련해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강행한 점에 대해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회의 종료 2시간 만에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에게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대기 근무를 명했다. 또 회의 현장에 참석한 총경급 경찰관 56명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 위반을 이유로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지휘부가 징계 카드를 꺼내 들자 현장 경찰들은 반발하고 있다. 경찰 내부망에는 “내가 류삼영이다” “나도 대기발령시켜달라” 등의 글이 이어졌다. 경찰대 14기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오는 30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경감, 경위 등을 대상으로 전국현장팀장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집단행동을 이어온 직협도 1인 시위를 예고했다.
한 고위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경찰청장 후보자보다 ‘윗선’에서 어떤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말이 돈다”며 “지휘부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서장회의에 대한 해산지시 명령의 적법성 여부를 다퉈볼 필요가 있다”며 “행안부 장관의 지시로 이 같은 감찰이 이뤄지는 것이라면 직권남용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강연주·박하얀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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