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뉴스] 치매환자 힘겨운 이동.."장애인 주차장 허용이라도"
치매에 걸린 가족을 수년간 돌보다 끝내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 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되고 있죠. 그럴 때마다 다른 나라처럼 우리도 중증 치매 환자는 장애인으로 인정하는 등 나라가 함께 돌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센데요. 현실은 어떨까요. 장애인 주차장만이라도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게 보호자들의 호소입니다.
발품뉴스 윤정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올해 58살인 김준호 씨의 직업은 치매 아내 보호자입니다.
이 일을 시작한 건 2년 전입니다.
[김준호(가명) : 윗옷을 아래에 입기도 하고 밥을 하는데도 물을 안 넣고 하니까 이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아내는 시도 때도 없이 사라집니다.
그런 아내를 놓치지 않겠다며 김 씨는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습니다.
[김준호(가명) : 일주일 전쯤예요. 마트에서 계산하고 계산대를 빠져나왔는데 아내가 없어졌어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 보니까 헤매고 있더라고요.]
김 씨의 소원은 아내를 장애인으로 등록하는 겁니다.
[김준호(가명) : 반드시 24시간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요. 장애인으로 등록되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라는 게 있어서 지원을 받을 수가 있거든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에서는 쉽지 않다 말합니다.
[윤정희/한국치매협회 사무국장 : 똑같은 지능 저하라도 일반적인 경우는 장애인 등록이 돼요. 그런데 치매는 등록이 안 돼요. {그래도 뭔가 의학적으로 다르니까 그런 거 아닌가요?} 아니에요. 보세요. 보건복지부 장애 판정 기준이에요. 선천적 지능 저하도 지적장애, 뇌질환으로 성인이 된 이후 지능 저하도 지적장애인데 노인성 치매만 제외래요.]
장애인은 병원비부터 각종 세금 혜택까지 다양한 지원을 받습니다.
[최호진/한양대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 당연히 장애인 등록을 해야 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치매환자분이 사실 너무 많거든요. 몇 년 안에 100만, 150만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데… 이게 장애인으로 등록됐을 때 여러 가지 예산 문제가 될 수가 있거든요. {결국 돈이 문제군요.} 예, 결국 돈이 문제죠.]
치매 환자 보호자들은 장애인 등록이 힘들면 장애인 주차구역이라도 쓰게 해달라 말합니다.
실제 치매 환자와 병원을 동행해 봤습니다.
이미 꽉 들어찬 지하 주차장.
다른 층을 가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배회하길 20여 분.
[A씨/치매환자 보호자 : {지금 여기 자리가 하나 있긴 있는데요.} 여기 주차하면 좋은데 치매 어르신은 장애인이 아니라서 주차하면 불법입니다.]
결국 주차할 곳을 못 찾고 지상으로 나온 보호자는 환자와 취재진을 병원 정문에 먼저 내려줍니다.
그런데 차에서 내려 서있기로 한 환자가 거침 없이 이동합니다.
취재진이 없다면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
급히 보호자에 연락해 지하주차장까지 내려간 환자를 끌고왔습니다.
이런 경험은 치매 환자 가족이라면 익숙합니다.
[박찬우/치매환자 보호자 : 환청이나 어떤 거에 꽂히면 거기에 움직여요. 가장 힘든 부분이 저희가 이동해서 주차할 때 가장 힘들 거든요. 사실 그 부분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몰라요.]
이미 병원 주차 과정에서 수차례 어머니를 잃어버린 박찬우씨에 노모는 걱정말라 말합니다.
[B씨/치매환자 : 집에 가다가 (길을) 잃어버리면 파출소로 들어가 집 못 찾겠다고 하면 실어다 줘요. 돈 안 받고. {네, 너무 잘 알고 계시네요.}]
핸드폰을 목에 걸어드리자 제안했습니다.
[박찬우/치매환자 보호자 : (전화를) 받을 줄 몰라요. 통화를 못 눌러요. 그거를 못 해요. 그걸 하면, 인지 능력이 그 정도 되면 뭐 괜찮은 거죠.]
모두가 무관심한 치매 환자 이동권은 결국 환자와 함께 하는 보호자 입장에서 고민해야 그 답이 보일 것 같습니다.
(인턴기자 : 이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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