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건축대상받은 카페로 떠나볼까?" [부동산360]
여주 수연목서·인왕산 초소책방 설계
신축-리모델링, 시골-서울 한복판 차이점
공통점은 작년 건축상 수상, '핫플' 카페로 등극
복잡한 도심서 경험못하는 탁트인 개방감 선사
불특정 다수가 들르는 카페, 친숙한 건축의 새 장 열어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여기 두 곳의 카페 겸 책방이 있다. 한 곳은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든 경기도 여주 산북면 산골짜기에 자리한 ‘수연목서’다. 또다른 한 곳은 서울 광화문에서 도보로 가볼 수 있는 인왕산 중턱의 ‘초소책방’이다. 두 곳 모두 이충기 건축가(서울시립대 건축학과 교수)가 설계를 맡았고, 각각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 부문 우수상과 2021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을 받았다. 여름 한가운데서 커피와 책 뿐만 아니라, 건축 디자인까지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제격일테다.
먼저, 여주 산골짜기에 있는 수연목서(修硏木書)를 찾는다면 최초로 드는 생각은 ‘이런 곳에 무슨 카페(책방)가 있어?’라는 물음이다. 시골 국도 바로 옆에 붙은 땅에 외따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수연목서를 건축한 이충기 교수를 서울시립대 연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 교수는 “땅은 건축하기에 좋았다. 하지만 입지가 좋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건축주의 땅은 직사각형 모양으로 길게 뻗은 평지다. 부지엔 브릿지(다리)로 연결된 카페와 목공방 두개 동을 제외하고도 주차장 자리가 반듯하게 나왔다.
하지만 양쪽으로 모두 산이 병풍을 치고 있어 탁트인 경관이 나오지 않고, 해가 산을 넘어가면 금방 어두워져 입지적으로 제약이 많았다. 이 교수는 “그래서 도로가 난 남북 방향으로만 원경이 길게 들어오도록 창문을 크게 열었다”면서 “수연목서는 풍경을 가두고 아주 제한적으로 보여주도록 설계했는데, 이는 인왕산 초소책방과는 반대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카페 내부에 들어서면 박공지붕 프레임을 투과해 바깥 풍경을 보게 된다. 건축물 스스로가 외부 풍경에 경계를 긋는 액자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창이 너무나 커서 1층에서 봐도, 2층에서 봐도 시원하다. 두 개의 층인데 하나의 공간과도 같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여주까지 찾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내에서 경험할 수 없는 탁트인 개방감은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계단은 사이사이가 뚫려있고, 난간도 듬성듬성하다. 계단도 하나의 오브제라면 예쁘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겐 다소 무서울만하다. 이 교수는 여기에 의외에 답을 내놓았다. 그는 “계단이 무섭기 때문에 사고가 안난다. ‘Watch your step’, 보면서 올라가란 얘기다. 그런데 우리 평소에 올라갈 때 계단 잘 안 본다. 안전하다고 생각해 방심할 때 오히려 사고가 난다”고 말했다.
이 곳은 건축주가 이 교수에게 모든 설계 권한을 위임해 탄생했다. 사진가·목수·공예가인 부부 건축주는 이 교수에게 직접 의뢰를 했다. 이 교수는 “같은 예술가라 그런지 건축 전문가를 온전히 믿고 일절 첨언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벽면은 또 손으로 만지는 재미가 있다. 노출콘크리트로 올록볼록하게 이어진 벽면은 대나무 줄기의 ‘화석’이다. 이 교수는 “콘크리트죽을 붓는 거푸집 안쪽에 대나무를 댔다. 그걸 떼어내니까 대나무 줄기 안쪽의 질감이 고스란히 찍혔다”면서 “심플하게 보여도 이런 디테일들이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건물 외벽은 외국의 교회를 연상케 하는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이 교수는 벽돌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시간이 지나 색이 변하고 때가 묻어도 매력적으로 원래 본성을 유지한채 그 변화를 담아내기 때문”이라며 “또, 붉은 색은 주변의 녹색 산세와 보색을 이루어 아름답다. 이 선명한 적색을 얻기 위해서 구워진 벽돌의 속살 부분을 이용했다”고 털어놨다.
공간을 옮겨, 서울.
인왕산 초소책방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청와대 방호구역에 있던 군인 초소건물을 리모델링한 곳아다. 아직도 시멘트외벽 난간과 철제 출입문, 난방용 기름탱크 등이 카페 곳곳에 흔적으로 남아있다.
이 교수는 이 곳을 설계할 때 디자인료를 받지 않았다. 일종의 재능기부였다. 그는 “산 중턱에서 하는 리모델링이라 웬만한 신축보다 어렵다. 아무도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초소가 지나는 길을 전부터 많이 걸어다녔기에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도보 방문객을 위해 입구 바로 앞에 화장실을 넓게 배치했다. 이 교수는 “카페를 이용 안해도 누구든지 오라고. 어떤 사람들은 왜 그 좋은 자리에 화장실을 만드냐고 하는데, 모르는 소리”라고 나무랐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이 공간은 외부에서 즐겨야 제맛이라고 했다. 외부공간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기존 초소 건물에서 1층 외벽 기준선을 안쪽으로 밀어넣었고(set back), 2층 증축시에는 꼭 필요한 시설만을, 부피감이 적어 경관을 적게 가리는 철골구조로 공사했다. 1층 기존 건축물은 철큰콘크리트조다. 이 교수는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실내보다 야외 좌석에 앉아야 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2층은 전면이 통유리창인데, 인왕산 절벽과 눈 앞에서 대치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이 교수는 “초소책방은 건물에 어떤 디테일을 넣어도 풍경에 압도당한다. 그래서 자잘한 디자인보다 외부 풍경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1순위였다”고 말했다. 수연목서가 계산되고 절제된 개방감을 보여줬다면, 초소책방은 ‘가능한 한 와이드 오픈’이 지론이란 것이다.
이 교수는 건축가의 시선보다, 이 건축물을 찾을 사람들의 시선에서 고민한다고 거듭해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한 시간, 두 시간이 됐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서, 기다려서라도 원하는 행위를 한다. 시대가 그렇게 됐다. 왜 여기까지 오는가를 늘 고민해야 한다. 매력적인 공간을 만드는 게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두 곳 모두 책방 겸 ‘카페’인데, 이 교수는 카페 라는 공간의 인문학적 가치에도 주목한다.
그는 “본래 건축물은 특정인들의 공간이다. 그 바깥 사람들은 사진으로밖엔 모른다. 학교는 학생. 관공서는 공무원. 사옥은 그 회사 직원들. 그런데, 카페는 불특정 다수가 접근하는 공간”이라며 “카페는 또 많은 사람이 왔다갔다 하니까 소문이 더 빠르게 나는것 같다. 게다가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있는 이 두 곳에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간다. 지나가다 들르는게 아니라. 그게 SNS 시대에 아주 또 적합하게 되고, 건축이 일반 대중에게 친숙해졌다는 의미도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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