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디지털 피보팅' 공공혁신 출발점이다

2022. 7. 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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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교수

"코로나는 검은 백조가 아니었다. 회색 코뿔소였다."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Adam Tooze)는 글로벌 위기의 본질을 분석한 저서 '셧다운'(Shutdown)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 아니라 충분히 예견됐으나 무시된 위험이었다는 것이다. 전문가 집단이 수차례 글로벌 감염병 위기를 경고했지만, 공중보건 시스템 준비는 미흡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코로나 사망자는 630만 명을 넘겼다. 애덤 투즈는 '조직화된 무책임'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조직의 결정권자는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을 책임지지 않았고 위험에 노출된 사람은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하기 위한 디지털 혁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렇듯 코로나19 팬데믹은 정부·기업·개인의 디지털 역량을 테스트하는 시험대가 됐다. 이에 코로나 시대의 생존전략으로 '디지털 피보팅'(Digital Pivoting)이 새롭게 대두됐다. 오프라인 역량을 하나의 주요 경쟁력으로 삼되 또 다른 축으로 디지털 기반의 미래 사업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야쿠르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곳은 야쿠르트 아줌마로 통용되는 방문 판매라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 사람이 끌던 운반용 수레를 전동카트로 교체해 이동성을 높이고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주문과 배달의 편의성을 높였다. 판매품목도 커피와 밀키트까지 확장했다. 기존 사업을 디지털 관점으로 재해석·재정립하는 디지털 피보팅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공공 분야의 디지털 혁신 역량은 어디까지 왔을까.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세계 주요국의 벤치마킹 1순위였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스템을 구현한 결과 행정을 혁신하고 국민 편의를 개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 경제 시대에 걸맞는 행정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공공 데이터 개방과 부처 칸막이 제거를 외치며 '정부 3.0'을 추진했으나 큰 성과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도 '디지털 뉴딜'로 AI와 클라우드를 확산하고 규제 혁신을 시도했지만 '타다'와 같은 혁신모델은 정치논리에 의해 가로막혔다. 최근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이 본격화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하는 체계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초연결·초융합·초실감 시대에는 공간정보 기반의 모든 데이터를 하나로 모아 분석할 수 있는 무형의 SOC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하부터 지상, 실내, 영공에 이르는 데이터가 상호 연계될 수 있도록 입체적 공간정보가 하나의 지도처럼 구축돼야 한다. 또한 정부·공공·민간·산업계가 협업해 공동으로 활용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가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행정 서비스의 수요 파악과 발굴이 뒷받침된다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민간이 이를 활용해 신사업을 창출하고 기존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중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지적사업과 공간정보사업을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국토정보 전문기관이다.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LX공사는 7년 전 사명을 변경하고 지적사업에 공간정보사업을 추가했다. 드론·빅데이터·인공지능 등에 공간정보를 결합시킨 디지털 피보팅 전략으로 데이터·플랫폼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국토교통부와 함께 '디지털 트윈국토'를 구축해 다양한 국토·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공공기관, 자치단체와의 협업을 강화해 디지털트윈 기반의 건축 인·허가, 하천 모니터링, 재난재해 예측 등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국토'를 본격 활용하게 되면 정부와 공공의 행정 서비스는 향상되고 국민 안전과 편익은 높아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다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서로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실패에는 복합적 이유가 존재한다는 뜻일 수도 있고, 성공에는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성공하려면 '디지털 트윈국토'와 같은 디지털 혁신 플랫폼이 우선적으로 완성되고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플랫폼·서비스 혁신이 이뤄지고 공공·민간·산업계 모두에서 신산업이 확장되고 다양한 경제 기회는 창출되고 국민 안전과 경제·사회적 편익이 확대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위한 '디지털 트윈국토'의 완성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부와 공공부문의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점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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