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두잔.. 사업해서 면허 취소 곤란한데" 여전한 음주운전 불감증 [밀착취재]

이희진 2022. 7. 2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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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후 10시5분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거리.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소주 3잔을 마신 채 잠깐 운전대를 잡았다는 포르쉐 차주 A씨는 면허정지라는 경찰관의 말에 연신 아쉬움을 표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첫 휴가철을 맞아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한 달간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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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특별단속 현장 가보니
경찰, 압구정서 2시간 새 4명 적발
2명 면허정지·2명 면허취소 처분
일부 운전자 '한밤 도주극'도 벌여
2022년 7월까지 사망자 2021년비 17% ↑
"한잔 마셨어도 대중교통 이용을"
“혈중 알코올농도 0.031%네요. 0.03% 이하면 훈방조치이고, 넘으면 면허정지입니다.”(경찰관)

“훈방조치였어요? 아씨, 너무 아깝다. 죄송합니다. 술 먹고 (운전)하면 안 되는데 대리가 너무 안 잡혀가지고.”(20대 남성 A씨)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거리에서 경찰관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10시5분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거리.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소주 3잔을 마신 채 잠깐 운전대를 잡았다는 포르쉐 차주 A씨는 면허정지라는 경찰관의 말에 연신 아쉬움을 표했다. A씨는 “채혈을 해도 된다”는 경찰관의 설명에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채혈을 선택하는 이들은 채혈하러 가는 동안 술이 깨면서 호흡측정에 비해 혈중 알코올농도가 더 낮게 나올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보통 음주 후 1시간30분 동안 알코올 수치는 올라가기 때문에 그 효과는 미미한 데다 통상 호흡측정보다 더 높게 측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첫 휴가철을 맞아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한 달간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최근 3년간 휴가철(7월22일~8월21일)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는 휴가 전 같은 기간 대비 4.2% 많았다.

지난 22일 기자가 압구정로데오거리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동행해 살펴본 결과 음주운전 단속은 크게 2단계로 진행됐다. 우선, 경찰관이 차량을 일일이 세운 뒤 차 안에 음주감지기를 넣어 휘젓는다. 이때 정상이면 음주감지기에 파란불이 뜨지만 음주가 의심되면 빨간불이 점등되며 ‘삐삐삐삐삐’ 하는 소리가 울린다. 음주감지기에 빨간불이 뜨면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근처 갓길로 이동한다. 갓길에서 음주측정기를 든 경찰관은 “더, 더, 더, 조금만 더 부세요”라고 외쳤다. 음주측정 결과에 따라 훈방조치되거나 면허정지(혈중 알코올농도 0.03~0.08%) 혹은 면허취소(〃 0.08% 이상) 처분을 받는다.

이날 압구정로데오거리 단속 현장에선 2시간 동안 4명이 적발됐는데 2명은 면허취소, 2명은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혈중 알코올농도가 가장 높았던 이는 오후 11시43분쯤 걸린 포르쉐 차주 B(44)씨였다. 소주 2잔을 마셨다던 B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126%였다. B씨는 ‘면허취소’라는 경찰의 말에 “진짜 면허취소인가요. 제가 사업을 해서 운전 면허가 취소되면 곤란한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음주운전 단속 현장을 보고 도주한 차량도 있었다. 오후 11시21분쯤, 검정색 모하비 차량은 경찰을 보자마자 액셀을 밟고 달아났다. 경찰이 도주 차량을 쫓았지만 모하비 차량은 로데오거리 골목 곳곳을 휘저으며 도주하더니 사라졌다. 행인이 많은 골목길을 빠른 속도로 달려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단속이 끝난 뒤 경찰은 블랙박스 등을 통해 모하비 차주의 신원을 특정했고, 조만간 30대 남성인 그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음주운전 처벌 규정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지만, 음주운전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14명으로, 전년 동기(12명)보다 16.7% 늘었다. 음주운전 단속을 지휘한 김정규 강남경찰서 교통안전팀장은 “음주운전은 단 한 번의 실수로도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다”며 “술을 한두 잔이라도 마셨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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