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도 주판알 튕기는데.. 韓은 실리보다 명분에만 집착 [ESG 글로벌 공시 도입 추진]
산업계 목소리 막는 정부
ISSB서 29일까지 자유로운 의견 수렴
금융위 "개별기업 의견 모아 제출" 자처
재계 "규제권 가진 당국 눈치 볼 수밖에"
실제로 의견 전달 기업·단체 거의 없어
법률 체계도 무시한 도입
금융위, 회계기준원 통해 절차 진행해
회계감사가 주 업무.. ESG 확장은 월권
외부감사법 개정 먼저 이뤄져야 가능
ISSB에 20만달러 대납도 위법 소지
선진국도 버거운 IFRS
日, 의무적용 않고 4가지 선택지 제시
美도 상장기업엔 자국 기준 적용 요구
韓, 강력한 표준 도입 후 제재 나설 공산
전문가 "성급한 수용보다 대안 찾아야"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오는 29일까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국제회계기준(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금융위를 제외하면 ISSB에 의견을 전달한 기업이나 단체는 거의 없다.
금융위는 지난 3월 ISSB가 공개한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공개 초안 번역본을 지난 5월 국내에 배포했다. 그러면서 공개 초안에 대해 한국 측의 공식의견을 ISSB에 제출하기에 앞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고 발표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ISSB에 위원을 배출하는 등 국제표준을 선제적으로 도입한다는 점을 적극 표명하고 있다.
금융위가 한국회계기준원을 통해 이번 절차를 진행하는 점에 대한 법적 문제도 지적된다. 회계기준원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에 근거해 국내 회계처리 기준에 대한 제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금융위는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의 번역본 공개 및 공개 의견 수렴 등 관련 절차들을 회계기준원을 통해 진행 중이다.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의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회계기준원을 통해 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대체로 “(IFRS의 기준에) 동의한다” “ISSB의 기준이 분명하다, 명확하다”고 판단한 경우가 많았다. 기업의 부담 증가 및 관련 제도의 필요성이 일부 언급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국내에 적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우리나라가 2011년 전면 도입한 IFRS는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논의된 만큼, 선진국 중에서도 유럽 이외의 국가들은 아직도 이를 버거워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70년대부터 IFRS의 제정에 참여해 왔으면서도 여전히 이를 의무 적용하고 있지 않다. 대신 IFRS를 비롯해 자국의 회계기준(J GAAP)과 미국의 회계기준(US GAAP)은 물론, 일본에 맞게 수정한 IFRS(endorsed IFRSs) 등 4가지 선택지를 제시한 뒤 기업별로 유리한 쪽을 선택하도록 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에도 그러했듯 가장 강력한 국제표준을 도입해 금융당국의 규제기준으로 삼은 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하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초기 준비 단계부터 ISSB 체제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속내를 적극 표명하는 것은 협상의 레버리지를 잃는 처사”라며 “성급한 국제표준의 수용을 선언하기에 앞서 다양한 협상 대안을 찾아내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들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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