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적자·파업 수렁..22년 채권단 체제 사실상 실패

이유섭,김혜순 2022. 7. 2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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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비전문가 산업은행
치밀한 인수합병 전략 부재
5차례 주인찾기 시도 모두 불발
독과점 문제로 조선사에 못팔고
방위산업체라 해외매각 불가능
적자 크고 노조 파업 문제까지
실업 우려있지만 파산도 고려

◆ 대우조선 사태 이후 ◆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점거로 5주간 선박 진수가 중단됐던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가 협력사 노사 합의안 타결로 정상화됐다. 사진은 지난 23일 옥포조선소 1도크에 바닷물이 다시 들어오면서 30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물에 떠 진수작업이 마무리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대우조선해양]
2000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후 22년간 대우조선해양은 몇 차례 찾아온 민영화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파업'과 '적자'의 수렁에 빠졌다. 이는 조선업 특성에 대한 몰이해, 산업·경제 흐름을 치밀하게 고려하지 못한 인수·합병(M&A) 전략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게 조선업계 분석이다. 그러면서 KDB산업은행이 주도하는 채권단 관리 체제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이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산은도 수차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민영화 시도를 해왔다. 매각 성공에 가장 근접했던 것은 2008년이었다. 당시 공개 경쟁입찰에 한화·현대중공업·포스코·GS 등이 뛰어들었고, 결국 한화가 단독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당시 한화는 6조원 넘는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08년 말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다. 매각 대금을 감당할 여력을 잃은 한화는 분납을 요청했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매각 절차는 중단됐다. 이후 2012년, 2014년에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인수 의사를 표시한 기업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중국 조선사들이 급성장하고, 조선 업황의 부진이 장기화된 점이 민영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다 2019년 산은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중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쪽에 대우조선을 팔겠다며 매각 작업을 재개했다. 공급과잉·중복투자·저가 수주경쟁 문제를 한꺼번에 풀겠다는 명분이었다. 결국 현대중공업과 합치는 '조선 빅딜'이 결정됐으나, 이번에는 대우조선해양이 강점을 갖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중심으로 조선 시황이 개선된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LNG선 시장의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합병을 불허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산은, 현대중공업 등이 외국 경쟁당국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냐는 논란도 불거졌다.

이처럼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의 사업과 조선업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해외 경쟁당국의 독과점 해소 요구에 응하기 위해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세계 최고 LNG선 건조능력을 포기하긴 어렵다"며 "결국 과거 한화·포스코 등과 같은 비(非)조선 기업과 합병을 추진해야 하는데, 적자 규모가 너무 커진 데다 하도급노조 문제까지 더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우조선이 잠수함을 건조하는 방위산업체다 보니 해외 매각도 어렵다"며 "지금처럼 글로벌 경제상황마저 안 좋을 경우 매각가를 낮춰야 하지만, 그러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가 안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덧붙였다.

매각이 '공전'만 거듭하는 동안 대우조선해양의 체질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당초 올해 하반기부터 건조물량이 늘어나 흑자 전환 기대감이 컸지만, 50일 넘게 이어진 하도급노조 파업으로 재무상태는 더 악화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523%로 작년 말(379%)보다 144%포인트나 높아졌다. 부채비율은 기업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시장에선 부채비율이 400%를 초과하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태로 해석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4866억원, 영업손실 1조54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3년간 수주 실적이 저조해 매출이 줄고, 강재를 포함한 자재 가격은 상승하면서 1조3000억원 규모의 손실충당금을 반영한 결과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수주 특수'로 3년치 일감을 확보했지만 지난 1분기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10년 사이 대우조선해양에 누적된 순손실은 7조7446억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주도하는 부실기업 관리 시스템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는 기능은 할 수 있어도 글로벌 산업구조를 분석해 선제적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시장 경쟁력을 갖게 만드는 역할까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M&A 실패로 구조조정 해결사로서 산은 역량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산은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인 자산(매각예정자산)은 40조2968억원에 달하지만 실제 성과는 미진하다.

산은은 지난 4월 사모펀드 운용사(PEF) JC파트너스와 체결했던 KDB생명 매각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 금융당국이 JC파트너스가 보유한 또 다른 보험사인 MG손해보험을 부실금융회사로 지정하면서 JC파트너스가 금융회사 대주주 요건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산은은 2010년 금호그룹 부실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떠안아 운영하면서 공적자금을 총 1조원가량 투입했다. 매각 4번째 도전 끝에 JC파트너스와 매매계약을 맺었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새 주인 찾기에 나선 쌍용자동차의 매각 작업도 아직 진행형이다. 협력업체로 구성된 상거래채권단이 6%대의 낮은 변제율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섭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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