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스 수입 2배 급증..과소비 않는게 에너지안보 밑거름"
무역적자·물가상승도 부추겨
한국 전기료 독일의 절반 수준
낮은 요금이 전력 과소비 불러
철강·화학업종 효율 높이고
영세기업 보조금 지원 늘려야
◆ 에너지 효율이 답이다 ⑤ / 전문가 좌담 ◆
24일 매일경제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와 함께 에너지 수요 효율화의 필요성과 실현 방안을 모색하는 좌담을 진행했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전환정책관(국장), 이상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박상서 한국전력 전력솔루션본부장, 김홍근 전력거래소 탄소중립본부장, 손성용 가천대 전기공학과 교수 등 정부·공공기관·민간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4월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69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68억달러 대비 1.9배 증가한 숫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격히 뛰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1372억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안보를 지키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할 열쇠는 수요 효율화라는 게 참여자들의 결론이었다. 천영길 국장은 "수요 효율화는 입지, 계통, 수용성 등의 허들을 넘어야 하는 공급 확대 정책과 달리 에너지 수입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무역 적자·물가 상승 문제까지 완화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홍근 본부장은 "1GW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원전 1기를 새로 지으려면 건설비만 2조7000억원이 든다"며 "에너지 효율화에 2조원을 투자해 1GW를 절약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7000억원만큼 사회적 후생이 증가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자들은 한국의 저효율 다소비 에너지 구조를 개선하려면 중화학 중심의 수요 효율화 정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상훈 이사장은 "빠른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중화학공업 육성 전략의 영향으로 선진국에 비해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 비중이 높아졌다"며 "다소비 산업 중심의 수요 효율화에 힘을 실어 생산성을 높이면서도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천영길 국장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효율 혁신 파트너십 구축(KEEP30)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EEP30은 연간 20만TOE 이상 에너지 다소비 업장을 상대로 효율 개선을 통해 산업경쟁력을 제고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참여자들은 올여름철 전력 대란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단기적인 수요 감축을 위해 국민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뜻도 밝혔다. 이상훈 이사장은 "에너지 절약의 실천은 전력 수급 안정과 에너지 효율 향상에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산업 등 주요 분야의 효율화와 함께 국민의 참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국에 비해 낮은 전기요금을 높여 가격의 신호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상훈 이사장은 "전기요금이 시장 시그널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수요 효율화 혁신과 신산업 비즈니스 창출이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박상서 본부장은 "국제 산업용 에너지 요금을 1kwh당 센트로 비교하면 독일이 17, 일본과 영국은 16,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11인데 한국은 9 정도"라며 "낮은 요금 때문에 소비자들의 자발적 에너지 효율 향상 투자가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가가 반영된 합리적인 요금 체계가 전제돼야 효율화가 활성화할 수 있으며, 2021년 도입한 원가 연계형 요금제를 제대로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사업을 더욱 보강해 실효성을 확보할 방안들도 제시됐다. 천영길 국장은 "산업 분야가 그간 온실가스 총량 규제 중심으로만 관리돼 직접적인 에너지 절감이나 효율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며 "에너지 효율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낭비를 동시에 줄이도록 하는 제도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전에서 2018년부터 시행 중인 EERS(에너지 공급자 효율 향상 제도) 시범 사업의 재원을 늘려 추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EERS는 에너지 공급자에게 효율 향상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효과를 본 정책이다. 영세 기업을 대상으로는 융자 중심 지원 대신 현금 보조를 늘리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융자금 상환 부담 때문에 에너지 효율화에 나서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다. 천영길 국장은 "융자 중심 인센티브를 직접적인 세제·보조금 지원 형태 등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할 필요도 있다"며 "에너지 효율화 제도별로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인센티브와 법적 근거를 보완해 정책 동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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