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 혈세에도 존립 위태..'23년째 주인 없는 회사' 구조조정 시급
'애매한 기준' 악용한 파업 근절
원·하청 고용 안정 정책 등 필요
생산력 저하 주52시간 근무 수술
고·저연차 불평등 복지도 문제
높은 인건비 문제 해결 위해선
동남아·阿 등 인력 확보 힘써야
대우조선해양(042660) 하청노조의 51일간 파업 사태는 20년 이상 누적된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난 상황으로 이를 계기로 대대적인 생존 로드맵을 새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배소 취하 관행을 없애고 원칙에 따른 법 집행과 민영화를 위한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①불법 파업에 공권력·손배소 원칙 세워야=불법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 원칙이나 손해배상, 불법 파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으니 노조 입장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 노조에 대한 손배소 취하 관행을 없애고 작은 규모라도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을 확실히 받아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노조법 시행령을 보면 ‘건조 중인 선박’의 점거를 금지하고 있는데 도크 점거에 대해서는 아무런 내용이 없다”며 “불법 점거 등에 대한 기준이 지나치게 좁다 보니 노조도 법망을 피해 합법적으로 생산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②원청과 하청 관계 개선 위해 파견법 손질=호황과 불황이 어느 산업보다 심한 조선업의 특성상 하청이 필수적이지만 현행 파견법은 원청과 하청 근로자의 대화와 교섭을 원천 차단한다. 조선업에 불황이 왔을 때 하청 근로자에게 생계 위협이 닥쳐도 원청 입장에서는 이에 따른 지원을 할 수도, 할 이유도 없다.
이 때문에 원·하청과 정부가 함께 고용안정기금 등 고용 안정 대책들을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행 하청법 아래에서는 하청 근로자들은 불황이 왔을 때 강한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실제 2016년 대우조선해양이 경영 위기를 겪을 때 하청 근로자 2만 명 안팎이 소리 소문 없이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정규직 근로자들은 희망퇴직 등으로 위로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일부 하청 근로자는 원청의 합법적인 방관 아래 고용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한 경우가 있어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어 불만이 증폭됐다.
③주 52시간제로 임금 되레 줄어=일감이 들어오면 철저하게 납기 준수를 해야 하는 조선업에서 ‘주 52시간 근로제’에 따른 실질 임금 하락, 인력 이탈 및 파업 상시화로 노사 공멸이 가속화되고 있다.
조선업은 기본급이 낮고 잔업·특근 등에 따른 급여가 높기 때문에 일을 하는 대로 소득이 높아진다. 하지만 주 52시간제가 본격 적용되면서 잔업·특근이 대폭 줄어들면서 하청 근로자가 받는 실질 임금도 낮아지며 인력 이탈과 불만 누적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주 52시간제에 따른 절대 임금 수준은 낮아지고 시간당 임금은 올라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④상후하박·경직적 인력 구조 풀어야=대우조선 특유의 상후하박·경직적인 인력 구조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대우조선의 올 1분기 종업원 급여는 167억 원으로 전체 판관비(556억 원) 중 가장 높은 29%를 차지했다. 회사 미래 신기술을 담당하는 경상개발비(151억 원)보다 높다.
대우조선의 한 관계자는 “생산직의 경우 정년을 앞둔 직원들이 매우 많은데 자녀 학자금 지원 등 이들에 대한 각종 복지금 지출이 굉장히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저연차 직원들은 지난 5년여간 15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높은 인건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야드 등 정보기술(IT) 도입에 속도를 내는 한편 동남아시아 위주 인력 도입에서 아프리카까지 인력 풀을 늘려야 한다”며 “이 밖에 마이스터고 학생들의 군 입대 문제를 해결해주는 등 인력 문제에 있어 전방위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⑤주인 없는 회사로 비상 경영만 23년째=지배구조에 대한 개혁과 민영화를 위한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산업은행의 관리에 들어간 대우조선은 2000년대 초만 해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보유한 조선사였지만 확고한 오너십 부재로 경쟁력은 해가 갈수록 악화됐다.
산은 등 금융 당국이 언제든 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만연해져 치열한 경쟁 의식이 사라진 탓이다. 실제 2015년 사상 초유의 분식회계가 발생하며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은 총 4조 2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단행했다. 이어 2017년까지 6조 원에 가까운 공적 자금이 투입되며 “현대·삼성중공업이 망해도 대우만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자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설] 대우조선 파업 타결, 미봉 아닌 법·원칙 확립 계기 돼야
- [단독] 대우조선, 경영진·원청 노조에 모두 책임 묻는다
- 현빈·손예진 등장한 그곳 난리 났다…'103번 버스'도 늘렸다
- 진도서 '춤판' 벌인 이준석…'무조건 무조건 이야' 열창
- '당첨됐다고 기뻐했는데…세 폭탄 맞았어요'[도와줘요 자산관리]
- 이미 걸렸는데 뭔 걱정?…걸렸다 또 걸린 사람 급증
- '집값 30~40% 떨어질 수도…지금 사는 건 위험' 김영익 진단
- “공포의 한 장면”…골프백 산더미처럼 쌓인 스코틀랜드공항
- 오징어 냄새 난다던 '스벅 캐리백'서 발암물질 검출?
- '우영우 신드롬'이 소환한 자폐스펙트럼장애…어떻게 진단할까 [헬시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