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직후 '복종의무 위반' 징계에.. "윤희근 사퇴를" 부글부글

남정훈 2022. 7. 2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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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내부반발 격화.. 경란 번지나
4시간 회의서 '경찰국 보류' 의견 모아
25일 윤희근 후보자 만나 전달 예정
회의 참여자 등 징계 검토 알려져
일선 경찰관 집단 반발 움직임 예고
"장관·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장 반대"
법정 투쟁 모금운동 등 분노 움직임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관련 전국 경찰서장 회의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이례적으로 경찰 간부급인 총경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이번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이 곧바로 대기발령 조치를 받고, 나머지 참석자들에게 대한 감찰까지 시작되자 경찰 내부 반발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입막음용’이라며 부당한 인사 조치에 대한 법적 대응을 위해 모금운동을 하자는 제안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는 온·오프라인으로 총경 190여명이 참석해 4시간의 긴 논의 끝에 법령 제정 절차를 당분간 보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경찰이 국민의 통제를 받는 경찰로 개혁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논의했다며 이를 적정한 절차를 통해 윤 후보자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번 회의를 제안한 류 서장은 회의 후 “경찰국 신설에 찬성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면서 “경찰국 신설 강행 시 우리가 할 수 있는 법제도적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2차, 3차 회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 서장은 회의 직후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대기근무로 대기발령 조치됐다.

류 서장은 24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제 류삼영 서장 아니다. 류삼영 총경이다”라고 입을 뗀 뒤 이번 회의 제안 이유에 대해 “경찰 핵심인 총경 의사가 수용되지 않고, 일부 핵심 수뇌부의 의사만 가지고 중요한 제도 개혁을 동의한 것처럼 공식화한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찰서장들이 모여서 한번 의논해 보자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경찰이 내무부에 속해 있었을 때 정치권력의 지시를 받아 민주열사들을 탄압하고 국민들을 괴롭혔는데 거기에 대한 반성이 바로 경찰청의 내무부 독립이었다”면서 “경찰청의 독립은 정치적 중립을 말하는데, 그걸 특별한 이유도 없이 졸속으로 바꾸자고 하니 반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류 서장은 “현장 회의에 참석한 50여명 총경도 징계 대상이라고 하니 징계가 줄지어 나올 것 같은데, 그 징계가 타당한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경 상징 무궁화 화분 행렬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앞서 각 지역 경찰서장들이 보낸 무궁화 화분 350여개에 ‘국민의 경찰’ 문구가 적혀 있다. 아산=뉴스1
류 서장의 대기발령 조치에 일선 경찰관들은 내부망을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한 경위급 경찰관은 모금운동을 제안하며 “류 서장이 25일 경찰청장 내정자와 만남을 갖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는데 대기발령이 났다는 것은 이번 인사가 내정자의 윗선인 이 장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면서 “류 서장 등 향후 탄압받는 총경들을 위해 법률지원 모금운동을 제안한다. 우선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부터 시작하겠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밖에 “국민과 조직원을 외면한 채 장관과 대통령만을 바라보는 청장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면서 윤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 일선서 경찰은 “검사들도 검수완박 입법 때 전국 고검장 회의, 지검장 회의를 했는데, 징계받았다는 얘길 들어 본 적 없다. 총경급 지휘관들이 조직의 앞날을 논의했는데 대기발령이라니 참으로 황망하고 어이없다”면서 “옛말에 ‘멍청한 지휘관은 적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 지휘부를 누가 따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지부와 경찰청주무관노동조합은 25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역과 수서역, 오송역, 부산역, 동대구역 등 전국 주요 KTX 역사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전’을 열자고 제안했다.
회견 자청한 김대기 실장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오픈라운지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 등 현안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한편, 행안부가 다음 달 2일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입법예고 기간을 당초 40일에서 4일로 단축하면서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과 관련이 없다”는 이유를 제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이 공개한 ‘행안부-법제처 간 입법예고 단축 사유서 및 확인서’에 따르면 행안부는 이 장관이 경찰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지난 15일 법제처에 ‘행안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대통령령)에 대한 입법예고 및 관계부처 의견조회 기간을 4일로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모습. 연합뉴스
행안부는 “국민의 권리 또는 의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행정 내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사항”이라며 “언론 등을 통해 대외적으로 공개된 사항으로 입법예고 및 관계기관 의견조회 기간을 단축하고자 한다”고 사유를 명시했다. 행정절차법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입법예고 기간을 40일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면 법제처장과 협의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둔다.

남정훈·최형창 기자, 울산=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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