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만명 조사한다던 학생 성폭력 실태조사, 응답률 0.4%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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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등 신종 디지털성범죄 및 성희롱·성폭행이 사회문제로 대두하자 정부가 지난해 학생 360만 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응답률은 고작 0.4%에 그쳤다.
조사 결과를 디지털성범죄 근절 및 예방교육 등 정책 수립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려면 조사 규모 및 방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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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시각적 성희롱 여학생, 성추행 남학생 피해 커
'n번방 사건' 등 신종 디지털성범죄 및 성희롱·성폭행이 사회문제로 대두하자 정부가 지난해 학생 360만 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응답률은 고작 0.4%에 그쳤다. 조사 결과를 디지털성범죄 근절 및 예방교육 등 정책 수립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려면 조사 규모 및 방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8월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전국 초4~고2 360만 명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온라인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 연계한 정례 실태조사를 통해 성희롱·성폭력 발생 추이 및 개선 정도를 확인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하겠다던 조사 결과에 대해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 "설문 문항 개발을 위한 조사로 결과를 공개하려던 것은 아니었다"는 게 교육부 해명이지만, 당초 결과 발표 일정을 밝혔던 것을 감안하면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턱없이 낮은 응답률에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수차례 자료 요청을 한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최근 교육부에서 받은 책자 형태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는 그 '의심'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360만 명 중 응답자는 1만4,934명에 불과했다. 온라인 조사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교육부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이 등교를 안 해 조사 참여 독려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1만4,934명이 응답한 조사에서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학생은 1,124명(7.5%)이었다. 유형별로는 언어적 성희롱이 74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음란 동영상을 동의 없이 보여주는 등의 시각적 성희롱이 327건으로 두 번째 많았다. 이어 성추행(279건), 불법촬영 등 도구적 성희롱(61건), 성폭력(6건) 순이었다.
성별에 따라 피해 유형도 갈렸다. 언어적·시각적 성희롱은 여학생이, 도구적 성희롱과 성추행은 남학생 피해 사례가 더 많았다. 연구진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성추행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의 행위가 놀이 문화처럼 인식되고 있어, 남학생의 성추행 경험 비율이 여학생보다 높게 나타났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지난해 1학기부터 1년간 발생한 피해는 1,421건이었는데,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모든 유형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교육계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의 온라인 활동이 늘어 교묘하고 다양해진 디지털성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가해 행동에 대해 느끼는 감정 등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조사 문항을 개발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대규모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했으나 저조한 응답률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개발한 문항을 활용해 정례조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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