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절대권력 금가나]'중국몽 사라졌다' 플래카드까지 등장..공산당, '당혹'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2022. 7. 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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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 향한 '분노의 화살']
허난성 예금 인출 중단 지속되자
시위대 3000여명 모여 해결 촉구
주담대 상환 거부 319곳 확산 등
경제활동 위축에 정부 비판 거세져
당국 예금 선지급·대출약속 등 진화
'習 3연임' 흔들릴 가능성은 없어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 있는 중국 인민은행 사무실 앞에서 10일 시위대가 예금 인출 동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
[서울경제]

중국공산당의 최대 중점 사업을 담은 1호 문건은 2004년 이후 올해까지 19년째 ‘농업’이 주제다. 14억 중국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체제 안정에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중국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국민 가계에 빨간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산 시설 가동 중단으로 제조업부터 요식업·관광·물류 등 각 분야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가뜩이나 침체됐던 부동산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6월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악인 20%에 육박할 정도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며 삶이 팍팍해지자 결국 민심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정부를 향한 비판의 강도가 강해졌고 들끓는 분노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직접 향한 것이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부분이다.

수천 명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구호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는 과거 중국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전국 각지에서 정부를 향한 요구를 외치는 시위대의 활동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중국 허난성 일부 농촌은행의 예금 인출 중단 사태가 촉발한 민심 폭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달가량이나 돈을 찾을 길이 막히자 전국 각지의 예금주 3000여 명이 이달 10일 인민은행 정저우 지점 앞에 모여들어 자신들의 예금 인출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쳤다. 시 주석의 대표 통치 이념인 ‘중국몽’이 사라졌다는 플래카드를 통해 시위대의 불만이 해당 은행을 넘어 당국을 향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더욱 달라진 모습은 들끓는 민심에 대한 당국의 반응이다. 억압 일변도였던 과거와 달리 최근 중국 당국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반응하며 민심 수습에 공을 들이고 나선 것이다. 시위 하루 뒤인 11일 밤 허난성 은행보험관리국은 성명을 통해 당국이 피해 고객에게 일정 금액의 예금을 대신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집단 시위에 놀란 당국이 시 주석과 공산당에 대한 인민의 신뢰가 붕괴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되자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결책 마련을 직접 지시하고 나선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당국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아파트 공사가 지연되자 신규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상환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까지 대출 상환 거부에 나선 프로젝트는 중국 전역 319개에 이른 가운데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CBIRC·은보감회)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격을 갖춘 부동산 개발 업체가 미완공 주택 프로젝트를 마치도록 대출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에서 이런 형태로 상환 거부 운동 등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라며 “이를 해결해주려 당국이 나선 것이 더욱 놀랍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10월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해야 하는 시 주석이 얼마나 다급해졌는지를 방증하는 사례들이다. 사회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에 모기지 상환 보이콧이나 당국을 겨냥한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할 경우 코로나19 장기화로 중국 사회에 내재된 불안까지 더해져 집권 세력에 대한 분노 표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시 주석은 2018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헌법을 개정하고 지난해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3번째 ‘역사결의’를 통해 장기 집권의 틀을 마련했다. 올해 3연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중점 경제 운영 목표로 내세운 것이 ‘안정 속 성장’이다. 바오류(保六·6%대 경제성장률)를 포기하고 ‘5.5% 내외’라는 사상 첫 바오우(保五) 목표를 내건 것도 같은 이유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점이다. 민생이 나빠지면서 요지부동으로 보였던 시 주석의 절대 권력에도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민심이 권력층을 향한 불만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3연임을 앞둔 시 주석에게 큰 부담이다.

안정을 위해서는 경제 안정이 필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상하이 봉쇄 충격파가 전해진 2분기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쳐 올해 5%대 성장률 달성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물가 불안 요소는 더해지고 경제 회복의 키를 쥔 부동산 경기도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 악화에 저축을 늘리며 소비를 줄인 국민들의 주머니를 열기도 쉽지 않다. 급기야 리커창 총리는 “고용이 충분하고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물가가 안정적이라면 성장률이 다소 낮아도 용납할 수 있다”며 정부 목표(경제성장률) 달성보다 민심 달래기(고용과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나섰다.

다만 이 같은 불안 요소가 시 주석의 3연임을 흔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외신은 시 주석이 연임을 포기하고 그 자리를 리 총리가 대신하기를 바라는 ‘리커창 총리 대망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이 역시 설(說)일 뿐이다.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중순까지 열릴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 주석의 연임 문제와 차기 중국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윤곽이 드러나면 각종 설은 사라지고 10월 중순께 열릴 20차 당대회까지 시 황제의 대관식만이 남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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