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수출 합의문 잉크 마르기도 전에..러, 우크라 오데사항 공격
수출항로에 포함된 오데사항 타격
NYT "협상안 이행 전 훼손 위험"
우크라·유엔·美 등 일제히 러 규탄
블링컨 "러시아 약속, 신빙성 의문"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텔레그램을 통한 성명에서 "미사일 2기는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으며, 나머지 두 개는 항구의 기반시설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공격 다음날인 24일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칼리브르 미사일로 오데사항의 군사 기반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정밀 미사일로 우크라이나군 경비정을 침몰시켰다고 주장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오데사에 있는 항구가 표적이 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습은 지난 22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 협정안에 서명한 뒤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이뤄졌다. 향후 120일간 유효한 협정안은 곡물을 선적하는 항구로 오데사항, 초르노모르스크항, 유즈네항 등 우크라이나 항구 3곳을 지정하고, 기뢰가 깔려 있는 흑해에 곡물 수출을 위한 안전 항로를 마련하기로 했다. 협정안에 서명한 주체 4곳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공동조정센터를 운영하며 우크라이나행 선박에 무기가 적재돼 있는지를 감독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묶여 있는 우크라이나 곡물 2000만t의 수출길을 열어주면서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무기 반입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해소하는 절충안이었다. 4자 간 협정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촉발된 세계 식량위기가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협상 직후 NYT는 유엔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오데사항과 인근 항구에서 첫 곡물 수출이 수주 내로 실시될 예정이며, 규모는 매달 500만t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안전 항로에 포함되는 곡물 수출항 중 하나인 오데사항에 대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협정안 이행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이날부터 시작되는 4자 간 공동조정센터 설립 작업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공동조정센터는 곡물을 선적한 선박들이 수출길에 나설 때뿐 아니라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올 때에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수출입 관리·감독 역할을 하게 될 센터의 설립 작업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인해 실무 단계부터 위기에 놓인 셈이다. NYT는 "이번 공습으로 유엔과 튀르키예가 중재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상안이 이행되기도 전에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협정안에 서명한 우크라이나와 유엔은 러시아의 공습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 영상을 통해 "이번 사건은 러시아가 무슨 약속을 해도 그것을 지키지 않을 방법을 찾을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날을 세웠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을) 분명히 규탄한다"며 "식량난에 처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고통을 덜어주려면 완전한 약속 이행이 필수"라고 밝혔다. 협정 체결 직후 러시아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했던 미국도 비판에 가세했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러시아가 했던 약속에 대한 신빙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유엔과 튀르키예, 우크라이나가 세계 시장에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한 노력을 악화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세계 식량위기를 심화시킨 러시아는 공격을 중단하고 협정을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4문과 전술 드론 등을 포함해 2억7000만달러(약 3530억원) 규모의 추가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전에 러시아와 휴전에 돌입한다면 전쟁은 장기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지난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자포리자를 장악한 러시아가 분쟁을 멈추자고 하지만, 2~3년 안에 다른 지역을 점령한 뒤 또 휴전하자고 할 것"이라며 "휴전은 러시아에 휴식 시간을 주는 '일시 중단'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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