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속도 내는 거제 대우조선..갈 길 멀지만 잰걸음 분주(종합)
공정 줄줄이 밀린 대우조선, 여름휴가 때 생산 정상화 시도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세계적인 조선소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경남 거제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선도시다.
거제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조선업 비중은 절대적이다.
조선산업에만 기대는 경제구조를 개선하고자 거제시가 관광업을 키우지만, 거제를 먹여 살리는 산업은 여전히 단연 조선업이다.
직영과 원청을 합해 대우조선이 2만 명, 삼성중공업이 2만 명 가량을 각각 고용한다.
2010년을 전후한 조선 호황기 때 각각 3만 명 이상을 고용하다, 구조조정을 거쳐 감소한 것이 이 정도다.
거제시 인구 23만 명 중 대부분이 두 조선소와 직ㆍ간접 인연을 맺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아버지와 아들, 형제·자매, 친인척, 동네·학교 선후배가 한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거제에선 흔하디흔한 일이다.
조선산업이 거제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통계가 증명한다.
거제시에 따르면 시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거제시 전체 고용인원(고용보험 기준) 50% 이상을 조선업이 책임진다.
심지어 거제시 연간 수출액 95% 이상이 두 조선소가 건조하는 선박 몫이다.
조선산업의 부침에 따라 거제시 인구가 늘었다 줄었다 하고 지역경제가 냉탕, 온탕을 오간다.
거제뿐 아니라 인근 통영시, 고성군, 창원시 기업들도 대우조선, 삼성중공업에 각종 조선 기자재를 납품하는 형태로 '남해안 조선벨트'를 형성했다.
거제시민, 경남도민들은 51일 간 이어진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긴 불황 터널을 지나 조선업 회복기에 터진 하청노조 파업 사태가 수주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다행히 공권력 투입 없이 하청 노사가 지난 22일 임금협상을 타결해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이제는 파업 기간 불거진 원ㆍ하청 간 '노노갈등'을 치유하고 전향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해 파업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 갈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숙명적 과제다.
거제상공회의소(이하 거제상의)는 협상 타결 이튿날인 23일 낸 입장문에서 대우조선이 파업 사태를 딛고 다시 도약하길 기원했다.
거제상의는 "공권력 투입이 초읽기였던 상황에서 크게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 없이 무사히 협상이 타결돼 다행이 아닐 수 없다"고 "향후에도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기 전, 열린 대화의 장에서 당사자 간 입장을 조율하고 조정하며 상호 타협할 수 있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환중 거제상의 회장은 "이번 사태로 근심, 걱정이 컸던 당사자들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리길 회원사 모두가 바란다"며 "대우조선이 다시 대한민국 조선산업 선두주자로 도약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22일 하청 노사 협상 타결과 동시에 거제 옥포조선소 생산 정상화에 나섰다.
파업 종료 이후 처음 맞은 일요일(24일)에는 일부 직원들이 출근해 2독(dock·선박건조장) 선박 진수와 1독 선박 건조 작업을 재개했다.
1독은 그동안 하청 노조 점거로 선박 건조 공정이 5주가량 밀렸다.
대우조선은 파업 종료 후 하청 노조원들이 1독을 떠나자마자 바닷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이어 다음날인 23일 1독에서 건조 중이던 선박 중 선체 블록 조립, 기관·장비 설치가 끝난 30만t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을 1독에서 빼냈다.
해당 선박 인도일은 11월이다.
통상 선박 건조 계약에는 조선소 측 귀책 사유로 인도가 지연되면 조선소가 발주사에 하루에 몇천 만 원, 비싼 선박은 하루에 억 단위까지 지체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사측은 해당 선박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시운전 등 후속 일정을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대우조선 직원들은 하청노사 협상이 끝난 다음 날인 23일부터 8월 7일까지 여름휴가를 떠난다.
전날 독에서 빼낸 초대형 원유운반선뿐 아니라 1독에서 건조하는 다른 선박 공정도 줄줄이 밀린 상태여서 휴가 중에도 1독을 계속 돌려야 한다.
대우조선은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을 진수한 후 다시 물을 빼고, 독 청소, 후속 선박 건조 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대우조선은 휴가 중에 특근 가능한 인원을 파악해 1독 선박 건조 공정에 집중하여 투입하는 방법으로 공정 지연 문제를 해소할 예정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1독 정비가 끝나고 휴가 중 특근 인원이 정해지면 26일께부터 1독 건조 공정이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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