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회의' 주도 총경 대기발령.. 일선 경찰 '부글부글'

김경수 2022. 7. 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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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서장회의 파장 일파만파
김대기 비서실장 "부적절 행위"
행안부 '경찰국 신설' 강행 방침
경찰 게시판 비판 목소리 줄이어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내용에 대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정부가 경찰 조직 장악을 위해 31년만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기로 한 가운데 전국 경찰서장(총경)들이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까지 소집하면서 경찰국 신설 철회를 요구했지만 수용하기 않기로 했다.

24일 경찰청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을 즉각 대기발령 조치하면서 '강대 강'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몰린 윤 정부가 경찰국 신설 강행으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대해 "35년 공무원 생활을 한 제가 과거 경험으로 볼때 부적절한 행위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일선 경찰들의 집단 반발에도 윤 대통령의 측근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차기 경찰총수인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오는 8월 2일 경찰국 시행을 굽히지 않고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경찰국 신설이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속에 두 사람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경찰서장 190여명이 모여 경찰국 신설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총경들은 이날 회의 후 입장문에서 "많은 총경이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우려를 표했다"며 "참석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경찰청 내부망인 '폴넷'이나 '현장활력소'는 물론이고 경찰 익명 게시판에서도 경찰국 신설에 대한 날 선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행안부의 통제가 현실화되면 경찰은 수사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없다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룬다.

경찰서장의 평균연령이 50세 전후로 민주화 시대의 절정기인 지난 1980~1990년대에 청년기를 보냈다. 지난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군이 치안본부(신설 경찰국의 전신)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된 6월 항쟁을 지켜본 세대다. 당시 수세에 몰린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는 대통령직선제 수용 선언(6.29 선언)을 하게 된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재임중인 지난 1991년 7월 내무부 산하의 치안본부를 전격 폐지했다. 이런 이유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은 31년만에 옛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를 부활시키는 역사적인 퇴행이라는 비난이 크다.

이번 '전국 경찰서장 회의'주도자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지면서 일선 경찰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미 경찰 내부망에는 "이제 우리 대장은 행안부 장관이다. 경찰청장은 넘버 3", "청장 직위는 없어도 되겠다" 등 비판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지난 15일 행안부의 경찰 제도개선 최종안 발표 당시 내부망에서는 댓글을 썼다가 지우는 방식의 침묵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를 비롯한 지휘부가 수습에 나서고는 있지만 류 총경의 '대기발령' 조치 이후 지휘부와 일선 경찰 간 '내홍'은 심화되는 분위기다.

심지어 행안부 내부에서 조차 경찰국 신설에 대한 우려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한 관계자는 "경찰 업무를 왜 우리가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전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행안부 장관의 경찰 조직에 대한 인사와 지휘권 행사다. 이 장관은 인사권과 관련해 "(행안부 장관에게는) 경찰청장에 대한 임명제청권이 있다"며 "인사를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가 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치안업무를 신설 경찰국에서 하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경찰·소방에 관한 기본계획의 수립 등 중요 정책사항에 대해 경찰청장과 소방청장이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했다. 이를 두고 행안부 장관이 사실상 경찰조직의 통수권자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서 경찰청장은 국무회의에 상정할 사항 등은 행안부 장관에게 미리 보고해야 한다. 대통령·총리·장관 지시 추진 실적, 대통령, 국회, 감사원 등에 보고·제출하는 중요 자료, 감사원 감사 결과, 예산에 관한 중요 자료 및 법령 해석에 관한 회신 등에 관한 사항도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행안부 장관이 중요 정책에 대한 업무협의를 위해 필요하면 청장과 정책협의회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윤 정부는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1일 차관회의를 신속히 통과하면서 내달 2일 시행 굳히기에 들어갔다. 차관회의에 이어 26일 국무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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